12첩 반상

2017. 6. 29. 12:52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우리나라 역대 왕조 중에서 지금과 가장 가까운 시대가 조선조이기 때문에 우리는 임금님이나 왕실에 데한 것은 조선시대가 기본이 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극도 조선시대의 이야기가 가장 많을 것입니다.


 조선시대는 지금의 바로 전 시대이고 기록도 풍부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면 많은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얘기 중의 하나가 임금님께서 드시던 수라상이 '12첩 반상'이었다는 얘기라고 합니다.


<온라인에서는 '한정식 논쟁'이 한창이라고 합니다.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낸 '전통' 한정식이 조선에는 없던 상차림이라는 주장이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나오면서부터 이 논쟁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잇습니다.


한식학자 김상보(67)도 그가 쓴 새책 '한식의 도()를 담다'(와이즈북 펴냄)에서 "오늘날 궁중음식 전문점과 한정식 전문점의 터무니없이 호화로운 밥상은 (구한말) 요릿집 메뉴의 아류이지, 결코 정통 궁중음식이 아니다"라고 못 박고 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 밥상문화가 밥과 국을 중심으로 검박했으며, 왕실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1795년 정조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환갑잔치를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가 이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정조는 밥과 탕, 조치(국물이 있으면서 밥 먹을 때 도와주는 음식), 침채(채소 소금절임) 등 기본 4가지에 찬 3가지로 구성된 수라상을 받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혜경궁 홍씨가 받은 2개의 상도 밥과 국, 조치 4종류, 침채 3종류, 6종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는 "가장 경사스러운 환갑날 올린 상이니 평상시에는 훨씬 축소된 검소한 밥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현재까지 발견된 문헌으로만 따져도 '해동제국기'(1471) 때부터 400년 이상 지속한 상차림법입니다. 그런데 어쩌다 우리는 거대한 교자상이 넘쳐나도록 차려낸 상차림을 '궁중 한정식' '정통 한정식'으로 알게 됐을까요?


그는 조선 후기 사회질서가 붕괴하는 상황에서 등장한 작자 미상의 조리서 '시의전서'(是議全書)가 가장 유력한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첩수를 정할 때 밥··조치·김치를 포함하던 것과 달리, '찬이 5가지이면 5첩반상' 이런 식으로 찬의 가짓수만으로 정하는 식으로 변질시켰다는 것입니다. 앞서 등장한 정조 수라상도 '시의전서' 식으로 해석하면 3첩반상에 불과합니다.


김상보 님이 걱정하는 것은 "세태에 따라 변질된 한식을 구전으로, 고증 없는 조리법 위주로 전승"하는 움직임입니다.


그는 2대 조선왕조 궁중음식(무형문화재 제38) 기능 보유자였던 황혜성(1920~2006)의 활동을 작심 비판하고 있는데, 정사가 아닌 '시의전서' 식 상차림을 우리 전통처럼 계승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는 조선 왕이 12첩 반상을 매일 들었다는 내용을 두고도 문헌적 근거나 자료가 없음을 지적하면서 "올바르게 적용하면 22첩 반상으로, 근검절약을 실천하고자 했던 조선 통치 철학을 부정하는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연합뉴스 기사에서


 오늘날 많은 가짓수의 상을 차리게 된 것은  외식산업업체와 그릇 제조 업체의 상술도 일부 작용했을지도 모릅니다. 전라도 남쪽 지방에 가면 보통 20 ~ 30가지의 반찬이 나오는데 그걸 다 먹어보자면 밥을 두 사발 이상 먹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집에서 다섯 가지의 반찬만 놓아도 무엇을 먹어야할지 고민스러운데 임금님의 수라상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겠습니까? 음식을 남겨서 버리는 것은 낭비가 아니라 죄악이라고 얘기가 나와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다른 나라의 왕들은 몰라도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궁중과 임금님은 근검절약을 최우선 과제로 했다는 것을 문헌을 통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왕릉과 조선시대의 왕릉을 비교하고, 우리 고궁과 다른 나라의 고궁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왕실이 얼마나 검소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겁니다.


 잘못된 것들은 빨리 시정해서 왜곡된 사실을 바로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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