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이발소 풍경

2017. 6. 30. 11:21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어제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깎았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미장원에는 단 한 번 갔습니다. 군에 다녀와서인지 아니면 가기 전인지 아주 희미한 기억인데 광천에서 막내 누님 친구분이 한다는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한 번 깎은 것이 전부입니다.


 지금의 미용실은 그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겠지만 여자들이 주로 드나드는 미용실에 남자가 갔다는 것도 부끄러웠고, 또 무척 어색했던 느낌이 지금까지 남아 있어서 미장원에 가는 것은 절대 금하는 일로 남았습니다.


 이발소는 동네에서 다녔지만 예전엔 목욕탕 안에 있는 이발소를 이용했습니다.

학교 앞의 목욕탕이 없어졌고 동네에 있던 목욕탕이 없어진 뒤에는 동네에 작은 이발소에 다녔습니다. 의자 두 개가 있고 작은 쇼파 하나가 전부인 머리 깎는 아저씨 한 분만 있는 이발소에 여러 해를 다녔는데 그 이발소 주인이 바뀌더너 세 달만에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집사람이 보았다는 동네 다른 이발소에 갔습니다.

가서 보니, 가끔 술집에서 보던 얼굴의 어르신이 이발하는 분이어서 우선 놀랐습니다. 가니까 먼저 오신 다른 분이 이발을 하고 계신데 두 분 대화를 들으니까 왕년에 술 좀 마시고 담배도 꽤 피웠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가위질을 하시는 손이 영 매끄럽지 못하고 돌아가는 손길이 엉성해 보여서 불안했습니다. 먼저 깍으신 분이 나가셨는데 그 분 연세가 89세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고, 이발하시는 분은 76세라고 하려서 또 놀랐습니다. 연세가 더 들어 보이셨는데 젊을 적에 술과 여자를 너무 좋아하셨고 지금도 술과 노래, 춤, 여자를 좋아하신다고 합니다. 그러니 다른 분들보다 훨씬 더 연세가 들어보이는 것 같습니다.


 양쪽 귀에 금으로 만든 귀걸이를 달고 다니녀서 예전에 술집에서 보았을 대도 예삿 사람이 아닌 줄로 생각은 했습니다. 마리에 비눗물을 솔로 바르고 가위질을 하는 모습이나 뒤머리 면도할 때에 그 비눗물을 그대로 쓰면서 오래 된 면도칼로 면도를 하고는 수건에 쓱쓱 문질러 놓았다가 다시 내가 할 때도 그대로 쓰는 모습을 보면서 빨리 다른 이발소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그나마 젋다고 해도 보통은 50은 다 넘은 이발사인데 그런 분들은 정식 면도가 아니면 로션을 바르고 면도를 하고, 머리에도 스프레이로 물을 뿌리고 자르던데 비눗물 통에 솔을 넣어서 쓰는 것도 너무 오래된 풍경이고 잘라낸 머리털을 바닥에 그대로 뿌리는 것도 에전에나 보던 모습이었습니다.


 목욕탕이 하나 둘 사라지더니 이젠 이발소도 하나 둘 사라집니다.

앞으로 길게 봐서 20년이고, 빠르게 보면 10년 정도 지난 뒤에 이발소가 남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발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도 없을 것 같고, 지금 40대 들은 대부분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깍을 것입니다.


 제가 이발소가 없어지는 것까지 걱정할 일은 아니겠지만 많은 것들이 사라지면서 우리가 알던 세상도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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