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청과 책임전가청

2020. 8. 6. 08:05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제가 어제 '역대급 오보'라는 얘기를 여기 올렸습니다.

기상청이 오보청으로 이름을 바꿔야한다고 야단들인데 어제 밤에 서울에서 잠을 제대로 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서울에 '호우경보'가 발효중이었었지만 낮에는 별로 비가 오지 않다가 밤 늦게부터 새벽까지 비가 이어져 다들 평안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기상청은 그래도 변명이나 내어 놓을 수는 있을 겁니다.

 

<최근 길어진 장마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기상청에 오보청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기상청은 5일 여름 전망이 틀린 점을 인정하면서도, 기후변화로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면서 날씨 예측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상청의 이현수 기후예측과장은 애초 전망과 달리 장마가 길어진 원인과 관련한 설명회를 열어 “6월 하순께 동시베리아와 우랄산맥 바이칼호 부근에 블로킹이 발달했는데, 이 부분이 5월 예상과 큰 차이가 나면서 예측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움직임 없이 멈춰 있는 고기압을 가리키는 블로킹이 나타나 북극에서부터 내려온 찬 공기를 가둬,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을 막았다는 것이다. 정체전선(장마전선)이 한반도 북쪽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폭우를 쏟아낸 이유다.

 

앞서 5월 기상청은 “7월 말~8월 중순에 무더위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폭염이나 열대야 일수도 각각 20~25, 12~17일로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로는 폭염보다는 긴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 쪽은 북극 고온현상이 연계되면서 기상 예측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북극의 해빙 면적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던 2012년 기록을 넘어섰다. 최근엔 기후변화로 2050년 이전 북극에서 여름 해빙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런 영향으로 최근 국내에서 이상기후 현상은 해마다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2018년의 경우, 역대 가장 심각한 폭염이 닥쳤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한반도를 지나는 태풍이 7개나 됐다. 이는 모두 한층 강해진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올해 들어서는 연 단위로 일어나던 이상기후 발생 주기가 계절 단위로 훨씬 짧아지는 경향까지 보인다. 겨울철 이상고온, 봄철 이상저온, 여름철 긴 장마와 폭우 등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겨울 우리나라의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5도나 높았던 것은 시베리아로 따뜻한 공기가 유입돼 대륙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한데다, 극 소용돌이가 강해 북극 한기가 중위도로 내려오지 않아서였다.

 

이런 상황은 3월까지 이어지다 4월 들어 바이칼호 북서쪽에 키 큰 고기압이 생겨 찬 공기가 한반도 쪽으로 자주 내려와 쌀쌀한 날씨를 만들어냈다. 여름에는 북극 지역의 이상고온으로 제트기류가 약화돼 북극 한기가 중위도 지방으로 내려와 북태평양고기압과 힘겨루기를 하면서 기간은 길어지고 집중호우는 강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한겨레신문, 박기용 이근영 기자.

 

예보가 잘못되서 산사태가 나거나 도로가 침수되었다고 하면 그것은 번짓수가 잘못된 것일 겁니다. 오보가 나갔다고 해도 올 비는 오고, 감물은 불어납니다. 지금 많은 곳에 산사태와 침수가 이어지고 있는데 담당 부처인 산림청과 국토관리부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쁘다고 하니 이 정부의 일하는 꼴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오보청보다 더 나쁜 게 '책임전가청'이 아닐까 싶습니다.

 

<40일이 넘는 긴 장마에 전국 곳곳에서 홍수와 산사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우에 20명이 넘는 인명피해가 발생할 정도로 피해가 큰 이유로 도시화허술한 관리를 꼽았다.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현재(5일 오전 6)까지 전국에서 15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들 가운데 10명이 산사태 사고로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중턱에 설치한 옹벽이 집중호우로 흘러내린 흙더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졌거나,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에 집과 함께 쓸려버린 사례가 많았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모두 277건의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기도 펜션과 평택 공장부지, 안성 양계장은 산사태 취약지역 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과 토목 관련 전문가들은 산사태 위험 관리를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나눠서 따로 관리하고 있어 종합적인 위험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산림청은 산사태 취약지역 2만곳, 행정안전부는 급경사지 위험지역 4만곳을 따로 관리하고 있지만 경기도 가평군 등 산사태가 발생한 장소는 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사각지대였다.

 

산은 산림청이, 도로는 국토교통부가, 건물을 포함한 산 아래는 지방자치단체와 행정안전부가 관리하고 있어 통합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산사태에 대해서도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서로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며 관리·감독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 교수는 정부와 지방정부가 단독으로 모든 산사태 취약 지역을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민간 전문가와 협력해 통합 관리하는 정부 주도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과 부산, 대전 등 도심 지역의 피해는 가속화된 도시화의 부작용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2월 최지용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교수가 민간 싱크탱크인 여시재에 기고한 글을 보면, 서울시는 빗물이 스며들 수 없는 불투수면이 19627.8%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54.5%로 급증했다. 50년 사이 불투수면이 7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와 비례해 비가 올 때 땅이 흡수하지 못하는 빗물의 양은 5배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김이형 공주대 교수(건설환경공학부)서울에서 북한산 등 산 지역을 빼면 사실상 80% 이상이 불투수면으로 볼 수 있다. 순간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 배수관이 감당할 수 있는 수량을 초과하기 때문에 물난리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집을 지어서 불투수면이 생기면 침수를 유발해 공공에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건물에 대한 빗물세를 걷고 있다. 이런 제도 도입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한겨레신문, 채윤태 오연서 기자.

 

일을 잘하는 사람은 자기 일에 대해서 변명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책임을 질 일은 스스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합니다. 관할 지역이 아니라는 얘기는 이 정부 들어와서 더욱 심해진 것 같습니다. 비가 오는 것도 다 전 정권 때문이라고 우기면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다 전 정권으로 갈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 오판과 편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의 한 수, 신이 한 수  (0) 2020.08.08
원팀, 삼위일체  (0) 2020.08.07
역대급 오보  (0) 2020.08.05
시거든 떫지나 말지  (0) 2020.08.04
'기적 같은 선방'을 보면서  (0) 2020.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