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선출직 권력'

2022. 5. 13. 06:30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자기 지역 교육감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분명 자신이 투표를 해서 뽑는 교육감이지만 투표를 할 때도 제대로 알고 하는 국민은 별로 없는 것 같고, 또 자신이 뽑은 교육감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는 분도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게 우리나라 교육감 선거의 현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6·1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이 어제 시작됐지만, 이날 함께 치르는 교육감 선거는 좀처럼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저만이 생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교육감 선거가 직선제로 바뀐 지 15년이 됐지만, 여전히 무관심 속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중앙선관위가 2018년 지방선거 이후 내놓은 유권자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의 이름과 공약을 알고 투표했다는 사람은 41.3%에 불과했으니 개탄할 노릇입니다.

 

국민들의 낮은 관심도에 비해 교육감의 권한은 ‘교육 소통령’이라 불릴 만큼 막강합니다. 17개 시·도 교육감이 다루는 한 해 지방교육재정 규모는 총 82조원(2020회계연도 기준)에 달하며, 학교 신설이나 폐지, 학교 배정도 교육감에게 달려 있습니다. 학원 심야교습 제한과 같은 조례 제출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고 특목고나 자사고의 학생 선발 방법도 교육감에게 달려 있습니다.

 

교육감은 급식 메뉴도 정할 수 있고, 시험 평가 방식도 결정할 수 있어 초중등 교육계에 미치는 교육감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유권자들이 설렁설렁 투표를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4년마다 뽑는 교육감의 ‘정치 성향’에 따라 교육 정책은 널뛰기를 거듭한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의 ‘혁신학교’다. 2010년 진보 성향의 곽노현 전 교육감이 당선되자 혁신학교는 2011년 29개교에서 2012년 61개교로 급속도로 늘었다. 하지만 2012년 곽 전 교육감이 선거법 위반으로 교육감직을 상실하자 증가세가 확 꺾였다. 뒤이어 등장한 보수 성향의 문용린 전 교육감이 "곽노현 교육감의 교육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문 전 교육감 임기 시절 신규 지정된 혁신학교는 7개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 다시 진보 성향의 조희연 교육감이 당선되자 혁신학교는 다시 대폭 증가하며 현재 250개교까지 늘어났다.

 

학생들이 시험을 보는 횟수도 달라진다. 줄곧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된 경기도의 경우 중학교 1학년은 시험을 보지 않는다. 교육청이 지필고사를 최소화할 것을 권고해 대다수의 경기도 중학생 2~3학년은 1학기에 기말고사 한 번 정도만 본다. 반면 보수 성향 교육감이 계속 당선된 대구는 중학교 1학년 2학기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학생이 모든 학기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봐야 한다.

 

교육감 정치 성향 따라 교육 사업·인사 '널뛰기’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의 탈(脫)정치와 전문성 강화를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결과는 '제왕적 교육감'의 양산이었다. 시·도의 교육 관련 정책과 인사, 재정 집행을 좌우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도 별다른 견제를 받지 않는다.

 

한 지역교육청에 근무하는 장학사는 ”교육감 선거를 통해 17개의 각기 다른 교육부가 생기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며 ”우스갯소리로 지역의 모든 권한을 쥐고 있었던 옛날 ‘원님’을 부르듯 교육감을 ‘감님’으로 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육감이 인사권을 쥐고 있으니 교육 현장도 선거철 만 되면 뒤숭숭하다. 한 중학교 교감은 ”교사들은 공식적으로 교육감 선거캠프에 참여할 수 없게 돼 있지만 돼 현장을 잘 모르는 후보자들이 교사들에게 교육 공약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하거나 비공식적으로 도와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도와준 사람들이 이후 요직에 오르는 일이 많으니 당선 가능성이 높은 교육감 후보자가 부탁하면 외면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교무실이 '유세 현장'이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교육감에 따라 정책이 요동치다 보니 선거철이면 교육청 내부는 현직 교육감의 당선 가능성에만 촉각을 곤두세운다. 한 장학사는 "3~5월이 주로 교육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보고하는 때인데, 당선 가능성이 높은 교육감이라면 그 교육감의 입맛에 맞는 정책들을 주로 올릴 수밖에 없다”며 "반대로 당선 가능성이 적다면 어차피 뒤집힐 것이기에 그냥 의미 없이 지나가는 시간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선거 후 '공신 챙기기'…"교육감 사업 통해 '선거운동'“

교육감들도 선거를 염두에 두고 인사권을 적극 활용한다. 정당공천 없이 출마해야 하는 현 제도 상 '지지세력'을 확보하는 방법은 결국 당선 후 '공신 챙기기'이기 때문이다. 선거 뒤 교육감의 인사권 남용이나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논란이 빚어지는 일이 잦은 이유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교육감도 재선을 노리려면 자기 사람을 요직에 많이 앉히고,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계속 키워주고 싶지 않겠나"라며 "내부형 교장공모제, 혁신학교 등은 대표적인 진보 성향 교육감·교육단체의 '선거운동'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의 전 보좌관 A씨가 내부형B 교장공모제(내부형 교장공모제)에 지원하며 면접시험 출제위원으로부터 예상문제를 받아 초등학교 교장으로 선발된 사실이 적발됐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학부모·교사·지역주민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 평가와 교육청심사위원회 평가를 합산해 교육감이 최종적으로 교장을 선발하는 제도다. 그런데 지난해 국회 교육위원회 김병욱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도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임용된 교장 48명 중 30명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련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성향 교육 진영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2020년 교육청이 지원하는 인성교육 체험 사업 업체에 남편의 문중 시설을 포함해 '특혜 지원' 의혹을 받았다. 대구시교육청이 향교와 서원 등 지역 내 13개 유교 시설에 지원금을 주고 인성교육 체험 교육 사업을 시작했는데, 지원금을 받은 서원 한 곳이 강 교육감 남편의 문중 시설이었기 때문이다. 대구시교육청은 "교육감 남편을 위한 특혜성 사업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전교조 대구지부는 "인성교육 사업이 외부 특정 단체 지원금 밀어주기에 지나지 않으며,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교육청과 단체들의 유착 관계 형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자체장·교육감 충돌 "정치공방으로 교육 현장 소모“

지자체장과 교육감이 각각 선거로 뽑히다 보니 영역이 겹칠 경우 권한과 책임이 불분명해지는 문제도 생긴다. 특히 지자체장과 교육감의 정치 성향이 따르면 이를 조정할 곳이 마땅치 않아 극심한 갈등과 혼선이 빚어지기도 한다. 2015년 경남에선 진보 교육감과 보수 지자체장이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였다. 박종훈 당시 경남교육감이 경남도의 급식 감사를 거부하자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가 급식 예산 집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결국 경남도가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긴 했지만, 합의 이후에도 '네 탓 내 탓' 혼란은 계속됐다.

 

중앙 정부와의 정책 조율도 마찬가지다. 최근 출마를 선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윤석열 정부에서 철회하겠다고 한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에 대해 "자사고 문제는 여전히 내게 갈등의 의제에 들어가 있다"고 말해 정부와 각을 세울 의사를 내비쳤다.

 

 

"과도한 권한 조정·견제 장치 필요"

이 때문에 교육감 선거제도 개선과 함께 지나치게 비대한 권한을 조정하고 견제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교육감의 역할은 교육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인적·물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해주는 ‘교육 행정’이 핵심”이라며 "학교 간 협력을 도와주고 우수사례를 발굴해서 공유하는 교육 지원 역할에 더 초점을 맞춰 교육감 권한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도 교육감에 집중된 권한을 기초자치단체들로 나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기오 전 한국교원대 교수는 "여수, 청주, 수원, 성남 등 비교적 큰 도시도 교육자치권이 없고 해당 시·도 교육감이 모든 인사권과 재정을 쥐고 있다”며 "박탈된 기초자치단체들의 교육자치권을 회복하고 시·도 교육감은 원래 기능인 ‘장학’에 집중하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가 일방적 정책에 휘둘리지 않도록 재량권을 늘려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는 "학교 자율화를 통해 다양한 교육 정책을 가진 학교들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해 학부모와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학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했다.>중앙일보. 이후연·홍지유·장윤서 기자

 

저는 교육감마저 좌파우파로 진영이 나뉘는 우리 현실이 정말 걱정입니다. 시도 교육감에 누가 당선이 되느냐에 따라 정말 많은 문제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다른 것도 문제가 많지만 교육감 직선제는 득보다 폐단이 더 많으니 폐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