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도 모르는 개딸?

2022. 6. 8. 06:53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개딸”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뱀딸기의 방언’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우리말의 앞에 ‘개’가 붙으면 원래보다 질이 좀 떨어지는 것들을 이르는 말입니다. ‘개살구’만 있는 것이 아니고 개두릅, 개떡, 개망초 등 원 것보다 못한 것에 ‘개’가 붙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 ‘개’가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월등히 크거나 맛이 좋거나 한 것에 ‘개’를 붙이는 것입니다. ‘개 크다’, ‘개 맛있다’, ‘개 예쁘다’ 등인데 이 말은 접두어가 아닌 부사로 쓰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이 든 사람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상당히 혼란스럽습니다.

 

거기다가 요즘엔 갑자기 ‘개딸’이라는 말이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3ㆍ9 대선 이후 개딸(개혁의 딸)이 민주당을 집어삼키고 있다. 대선 후 이 의원 지지를 선언하며 민주당에 입당한 2030 여성을 일컫는 ‘개딸’은 이 의원의 신흥 팬덤이다. 개딸로 상징되는 당 밖의 강경파 팬덤에 당 전체가 휘둘린 것이 지방선거 패배 등 민주당의 위기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딸들의 폭력적 배타성에 대한 증언은 민주당 주변에서 흘러넘친다. 홍 의원실의 한 보좌진은 “문자 폭탄은 과거에도 받아봤지만, 개딸은 문 앞까지 찾아와 물리적 위협을 가해 더 무섭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문 의원실 보좌진은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쓴 팩스를 하루에 수십장씩 보내는 것도 개딸들의 수법”이라며 “잉크값이 엄청 들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방선거 국면에서 비대위원을 지낸 한 인사는 “선거 전부터 ‘이재명 책임론’을 집단으로 방어하는 것을 보고 시나리오를 쓰는 조직적 세력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민주당 좌지우지 개딸…문파보다 강한 ‘배타성’

팬덤 정치는 민주당에선 오래된 현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지지했던 문파(文派)가 대표적이다. 이들 사이엔 문 전 대통령의 의중을 최우선에 두며 어떻게든 그를 지키겠다는 목표 의식이 뚜렷했다.

 

하지만 개딸은 조금 다른 면이 있다. 기본적으론 이 의원을 지지한다. 하지만 이 의원은 대선 국면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아젠다를 뒤로 물렸음에도 이들은 강하게 집착했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 동의를 서두르자는 이재명계 의원들의 주장과도 맞서 “부결”을 외쳤다.

 

한때 ‘불꽃 대장’이라 부르며 열렬히 지지했던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최강욱 의원의 성비위 의혹에 대해 조사를 명하고 공개 사과에 나서자 이들은 박 전 위원장을 즉시 비토했다. 지난달 20일 개딸 수십명은 여의도 민주당사 앞을 찾아 “박 위원장은 ‘내부 총질’로 지방선거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날 박 전 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돌아선 개딸’들에 대해 “그들이 정말 개딸분들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타협하지 않는 적대적 성향이 개딸들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개딸도 모르는 개딸…이재명 측 일각도 “불안하다”

‘개딸’이라는 명칭은 대선 직후인 3월10일 여성시대 등 친여성향 커뮤니티에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했다. 일부 여성들이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아버지역 배우가 극중 성격이 드센 딸을 부르던 애칭인 ‘개딸’을 자처하며 이 의원 지지에 나선 것이다. 대선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등 친(親)남성 전략을 펼친 국민의힘에 대한 반감이 유희적으로 발현된 측면이 있었다.

 

대선 패배 뒤 칩거하던 이 의원이 SNS상에서 “개딸님 고마워” 등 호응에 나서면서 개딸들의 존재는 언론의 집중 주목을 받았고 행동은 급격히 조직화했다. 지지층 지형을 잘 아는 민주당 당직자는 “‘밭갈이운동본부’나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들도 개딸이란 용어 하에 뒤섞이면서, 이젠 누가 개딸이고 아닌지 누구도 구분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명계 초선 의원 역시 “개딸은 전향한 문파일 것”이라고만 말할 뿐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3월 초 개딸이 됐다는 여성 A씨(31) 역시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우리도 개딸의 범주가 정확히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며 “현재 박지현 전 위원장 이슈 등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고, 활동하는 커뮤니티도 여러 군데로 분산돼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 측도 이제는 다소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14일에도 이 의원은 개딸에 대해 “세계사적 의미가 있다”고 한껏 띄었지만, 7일 국회 등원에 맞춰 화환을 보낸 개딸을 향해선 “마음만 감사히 받고 화환은 정중히 사양하는 점 양해바란다”는 말을 SNS에 남겼다.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대선 전후로 2030 여성이 대거 지지를 선언해 도움이 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개딸이 이후 여러 커뮤니티를 잡아먹으면서 이 의원 지지를 주도하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주객이 전도될까 불안해지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재명 측은 “투표권 부여” 주장…“정체성 없는 표심에 휘둘려”

그럼에도 이 의원 측은 8월 전당대회에서 개딸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당헌·당규 개정까지 요구하고 있다. “당비 납부 기준을 현행 6회에서 3회로 줄여야 한다”(이수진 의원), “개딸 등 신규당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안민석 의원)는 주장이다. ‘권리 행사 6개월 전 입당한 권리당원 중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에게 선거권을 부여한다’는 현행 당헌에 따르면 3월 이후 입당한 개딸들의 전당대회 투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오는 주장이다. 대선 후 신규 가입한 약 20만 명 중 상당수가 개딸로 분류되는 2030 여성일 것이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개딸들의 영향력 확대가 민주당의 의사결정 구조를 더 왜곡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2030 여성 중 소수에 불과한 개딸들이 과잉대표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방선거 당시 지상파 3사(KBSㆍMBCㆍSBS) 출구 조사 예측 투표율을 보면 20대 여성은 35.8%, 30대 여성은 41.9%에 그쳤다. 지난 대선의 예측 투표율(20대 여성 68.4%, 30대 여성 71.8%)에 비해 각각 30% 포인트 내외로 대폭 하락한 수치다. 개딸 신드롬을 두고 “대선 직후 2030여성의 이재명 지지가 급격히 늘었다”고만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민주당의 문제는 데이터에 기반을 두지 않고 강경파의 흐름만 맹목적으로 좇는 데 있다”며 “일반 민심이 아니라, 정체도 알 수 없는 집단의 표만 바라보면 다음 선거 패배는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전임 지도부도 “신규 당원 20만명 중 절반이 이재명 지지자라고 가정하더라도, 전체 국민에 비하면 한없이 적은 숫자”라며 “그럼에도 이들의 대표성을 높여 당 대표를 뽑자는 건 또다시 당을 ‘반향실(에코 체임버ㆍecho chamber)’에 가두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중앙일보. 김준영 기자

 

 한동안 ‘팬덤’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팬덤”은 ‘팬(fan)과 '영지(領地)·나라' 등을 뜻하는 접미사 '덤(-dom)'의 합성어로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합니다다. fan은 fanatic(광신자, 열광자)을 줄여서 쓴 말입니다.

 

미국에서 fan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건 1889년으로, 당시에는 스포츠 팬만을 가리켰는데 이후 배우, 가수 등에 열광하는 대중문화 팬으로 옮겨갔다고 합니다. fan은 'the fancy(애호가들, 호사가들, 동호자)'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기도 하다는데 그 어원을 분명히 찾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이 팬덤은 김대중, 노무현,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들이 좀 더 심했다는 평가가 있다고 하는데 요즘엔 팬덤을 넘어서는 ‘개딸’이 더 힘을 쓰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가 붙은 말은 ‘개고기’ 빼고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