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23. 05:58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달 유럽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다자 회의체 ‘뉴클리어에너지서밋’에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한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청정에너지원을 대규모로 확보하기 위한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애먹은 EU가 원전으로의 회귀를 공식화한 순간이었습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도 “원자력의 지원 없이는 기후 목표를 제때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움직임과 달리 한국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되레 원전 축소와 재생에너지의 과도한 확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고 합니다.
당장 2035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재생에너지 3540’ 공약이 에너지 당국 입장에서는 발등의 불이라고 하는데,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정교한 분석 없이 내놓은 공약을 그대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와 인공지능(AI), 첨단 반도체 같은 신산업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에너지원 믹스’를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 수립 작업을 시작해 윤석열 정부에서 확정한 ‘제10차 전력산업기본계획’상 2036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30.6%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공약은 이보다 10%포인트나 높고, 원내 제3당이 될 조국혁신당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 30%, 2050년 8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한 수치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우종률 고려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여건상 무작정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했다고 해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무리하게 재생에너지 설비만 늘리는 것보다는 전력 계통을 연결하는 한편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확충하는 데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야당의 공약이 현실화하더라도 전기요금 급등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합니다. 이에 대한 설명 없이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는 것은 문제가 크다는 것입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국내에서 이런저런 수단들을 총동원해도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들”이라며 “가능하려면 엄청난 비용 증가를 수반하는데 이에 대한 얘기는 쏙 빼놓았다. 당장 전기요금이 엄청 올라갈 텐데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값싼 에너지 시대는 이미 대한민국에서 물 건너갔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값싼 에너지와 노동력에 의존한 한국식 국가 주도 성장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기존의 성장 모델이 더 이상의 혁신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출산과 자살률 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경제 기적은 끝났나(Is South Korea’s economic miracle over?)’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에서 정부가 300조원 규모의 자금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투자하기로 한 결정이 한국식 성장 모델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FT는 그간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 여러 차례 부정적 보도를 내놨었다.
FT는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국내 투자(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 대다수 전문가는 이런 투자가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견해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가 전통적 성장 동력인 제조업과 대기업 부문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정부가 기존 모델에 대한 개혁을 내켜 하지 않거나 그럴 능력이 없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우려한다는 것이다.
FT는 그간 한국식 성장 모델을 뒷받침했던 두 기둥인 값싼 에너지와 노동력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저렴한 한국의 전기요금이 일종의 제조업 관세 보조금 역할을 했다고 지적하며, 이를 독점 제공한 공기업 한국전력이 1500억 달러(약 206조원) 부채에 빠졌다고 썼다.
또 “한국보다 노동 생산성이 낮은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그리스ㆍ칠레ㆍ멕시코ㆍ콜롬비아뿐이다”라고 했다. FT는 한국은행 자료를 인용해 2030년대에 들어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상승률은 0.6%에 그칠 것으로 봤다.
FT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한국이 그간 미국이 발명한 반도체나 배터리 같은 제품을 상용화하는 데 강점이 있었지만, 새로운 ‘기반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는 약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본ㆍ중국 같은 라이벌 국가와 혁신 격차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 FT는 2012년 한국 정부가 선정한 120개 중점기술 중 36개 분야가 세계 1위를 차지했었지만, 2020년에는 이 숫자가 4개로 줄었다고 썼다.
저출산도 한국 경제를 어둡게 바라보는 부분 중 하나다. FT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를 인용해 2022년과 비교해 생산가능인구가 2050년에 35% 감소하면서 GDP는 28%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감한 연금 개혁이 없으면 향후 50년간 가계부채가 3배로 늘어나고, 고령화로 인해 2070년에 한국인 46%가 65세 이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FT는 좌파가 장악한 입법부와 인기 없는 보수 집권의 행정부로 정치적 리더십이 분열되면서, 다음 대선이 있는 2027년까지 적어도 3년 이상 정국이 교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썼다.
FT는 주요 대기업의 3세 경영체제로 전환하면서 과거 배고픔에서 시작한 ‘성장 사고’가 안주에서 비롯한 ‘현재 유지 사고’로 흘러가고 있다고도 짚었다. 그러면서 FT는 중국 기업은 최첨단 반도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 경쟁 업체를 따라잡았고, 삼성과 LG는 이들과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했다.
FT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모방을 통해 선진 경제를 따라잡는 식의 경제 구조가 1970년대 이후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FT는 이러한 한국 경제 비관론이 과도하다는 주장도 소개했다. 한국과 달리 첨단 제조업을 포기했던 많은 서방 국가들이 후회하고 있으며, 미중간 기술 경쟁도 한국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견제로 중국 반도체ㆍ배터리ㆍ바이오 기업들의 서방 시장 진출이 제한될 경우 한국이 수혜를 볼 수 있고, 양안 갈등에 따른 안보 우려로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FT는 인공지능(AI) 시대가 한국 제조업과 대기업의 새로운 성장 분야가 될 것이라는 일부 긍정 의견도 소개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FT에 “한국인의 DNA에 역동성이 내재해 있다”면서 “경제적 역동성을 다시 펼치기 위해 정책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지만, 기적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중앙일보. 김남준 기자
출처 : 중앙일보. FT "한국 경제기적 끝났나"…국가 주도의 성장모델 한계 지적
저야 경제나 산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니 보탤 말이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아는 것은 정치가 경제와 산업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정치는 어중이떠중이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경제와 산업은 전문가의 분야입니다. 재생에너지 몇 %가 말로는 쉬워도 그것을 현실화하는 데는 엄청난 노력과 자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동네 개도 알지만 정치인들은 전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비관론도 좋고, 낙관론도 좋지만 제발 정치가 경제와 산업에 딴지를 거는 일만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제 더 이상의 경제 기적은 없다는 말에 반론을 달고 싶지는 않습니다. 기적이 아니라도 우리가 노력한다면 수레바퀴가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경제 산업의 수레바퀴를 멈출 수 있는 것은 어중이떠중이 정치인들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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