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꿈 꾸는 것은

2024. 9. 30. 05:42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거야
(巨野)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악순환을 거듭하던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정당 추천 국가인권위원 중 여당 추천 인사를 야당이 표결에서 뒤집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합니다.

 

압도적 의석을 가진 야당의 탄생으로 예상됐던 정치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는데, 이런 식이면 신뢰가 대전제인 협상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입니다.

 

게다가 거대 야당이 이런 식으로 표결 횡포를 부리면, 국회 추천 몫은 모두 과반 정당이 독점하는 일도 벌어지게 될 것 같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와 헌법재판소 등의 국가기관은 정치 중립과 다양성 차원에서 여야에 추천권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여야 교섭단체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는 여야 합의로 추천해 온 관례가 그동안 지켜졌는데,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이 추천한 한석훈 국가인권위 위원 선출안이 야당 의원들의 집단 반대로 부결된 반면, 야당이 추천한 이숙진 인권위원 선출안은 당초 합의대로 여당 의원들이 찬성해 통과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검사 출신인 한 후보자가 인권위 비상임위원 시절 야당이 발의한 법안 등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하지만 이번 야당 행태는 여야 배분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 추천 위원이 확정될 때까지 야당 추천 위원 임명을 보류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한 달 평균 232건의 사건을 처리한다.

 

1988년 개소 후 5 428건을 처리했고, 2168건의 위헌 결정을 내렸다. 올 들어서만 헌법소원 사건 2135건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결정도 많이 나왔다. 지난달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미흡하다는 기후소송에서 한국 툰베리들의 손을 들어 줬다. 이 소송은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그랬던 것처럼 어린 학생들이 소송인단에 참가해 주목받았다.

 

아시아에서 정부를 상대로 한 기후소송이 승소 결정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지난 6월엔 친족 간 재산범죄 처벌면제(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른바 구하라법의 국회 통과를 이끌었다.

 

이런 헌재의 기능이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 다음달 17일 이종석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 임기가 만료되는데 추천권을 가진 국회가 후임 인선에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헌재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9명의 재판관 중 7명 이상 출석해야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

 

헌재 재판관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3명씩 지명권을 갖고 나머지 3명은 국회가 선출한다. 그런데 국회의 재판관 선출 방식에 관한 규정은 별도로 없다. 이로 인해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관례대로 여야가 1명씩 추천을 하고 나머지 1명은 합의로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171석의 의석수를 앞세워 2명을 추천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이 말하는 관례는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각각 1, 여야 합의로 나머지 1명을 추천하는 관행이 시작됐다. 그러다 2018년 교섭단체가 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3개로 늘면서 각 당이 1명씩 추천했다.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이종석 소장이 자유한국당,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은 각각 바른미래당과 민주당의 추천을 받았다. 하지만 22대 총선을 통해 다시 양당 체제가 되면서 옛 관례대로 하자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민주당이 헌재 재판관 추천권을 하나 더 가져오려는 이유는 진보 성향 인사를 늘리고 싶어서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헌재는 진보 성향 6명 대 중도·보수 성향 3명의 구성을 보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진보는 3명으로 줄고 중도·보수가 6명인 지형으로 바뀌었다.

 

현재 헌재 내 진보 성향은 이번에 퇴임하는 김기영 재판관과 내년 4월 임기가 만료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꼽힌다. 헌재는 탄핵심판과 권한쟁의심판 등 정치적으로 밀접한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에 재판관 성향은 중요한 인선 기준이다. 김기영 재판관의 경우 성향 문제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35일간 표결이 미뤄지기도 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고의로 헌재를 마비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돼 있는데, 이런 상태가 유지되는 게 민주당 입장에선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탄핵안이 인용되려면 재판관 6명의 동의가 있어야 해 쉽지 않다.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탄핵소추된 손준성 검사장도 헌재 심판대에 올라 있다.

 

헌재는 이달 이은애 재판관 퇴임 및 김복형 신임 재판관 취임 등을 감안해 선고 일정을 잡지 않았는데, 이 같은 상황이 다음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 여야가 인선에 합의해도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최소 한 달 이상 소요된다. 헌재가 두 달 연속 선고를 하지 않는다면 2018 9, 10월 이후 6년여 만이다.

 

정치권이 자신들의 셈법에 따라 헌재의 기능을 멈추게 한다면 이는 직무유기다. 헌재에는 현재 위헌법률심판 38건과 헌법소원 1165건 등이 계류돼 있는데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사건이 많다. 사형제에 대한 위헌 심판도 진행 중이다.

 

사법부 공백을 막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재판관 추천 방식에 대한 규정을 만드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서울신문. 임주형 사회부 차장

 

  출처 : 서울신문. 오피니언 [세종로의 아침], ‘헌재 마비는 국회 직무유기

 

  야당이 여당 추천 인권위원 후보를 부결한 것은 오는 10 17일 임기가 끝나는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명의 후임 선출과 관련된 전초전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헌재는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는데 국회의 경우, 그동안 여야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결정해 왔는데, 이젠 야당이 2명을 추천하겠다고 주장한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3명을 선출하지 못하면 헌재는 재판관이 6명뿐이어서 심판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불능화될 것입니다. 바로 이게 헌재 10월 마비 음모설의 현실화입니다. 민주당이 탄핵 소추한 검사나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업무 정지는 무한정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민주당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정당한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후환이 크게 따른다는 것도 잊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