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거래

2003. 4. 13. 18:18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우리 회원이신 정봉태 님께서 활동하는 산영회의 제 9회 전시회가 세종문화회관 신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수요일 개막하는 날 잠깐 다녀왔는데 정말 사진들이 좋아 감탄했습니다. 제 생각으론 30*30정도의 크기 같았는데 역시 풍경사진은 사진이 커야 휠씬 더 나은 느낌을 줍니다. 봉태 님은 태백산 주목과 설경이 어우러진 사진을 내셨는데 아주 시원한 기분이었습니다.


가서 보고와서 좋은 말만 하는 것은 사진인의 예의가 아닌 것 같아 하나 지적한다면 산영회의 산악사진 전시회는 항상 산 이름을 제목으로 올리는데 이젠 좀 탈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태백산'이라는 제목보다는 '태백산의 여명'이라든가, '지리산'이라기 보다는 '지리산 노고단' 등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봤습니다. 요즘 제목을 붙이지 않고도 전시회를 많이 하기 때문에 제목을 꼭 붙여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 붙인다면 더 사진에 어울리는 제목이 낫지 않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제 개인 생각이라 권장하거나 평가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는 오늘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 장평리에 문을 연 '한택식물원'에 다녀왔습니다. 아침에 일찍 떠나서 송전저수지와 고삼저수지를 들러서 식물원으로 갔습니다. 아침에 안개가 많이 끼어 송전저수지가 수묵화같은 분위기가 되어 열심히 찍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올지는 두고봐야 알겠지요. 식물원은 늘 '소문난 잔치'였습니다. 아니 좋은 꽃은 많은데 결정적으로 삼각대를 가지고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해서 그냥 눈으로만 보고 온 것입니다. 삼각대없는 꽃사진은 아예 찍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가까이서 접사렌즈로 찍으려면 삼각대가 필수인데 가져 갈 수가 없다니 그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들어가서 돌다보니 삼각대를 들고 들어온 팀들도 있더군요. 우리가 어리석은 것인지 그 사람들이 약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비선으로 가지고 들어온 것인지는 모르지만 솔직히 언짢았습니다. 삼각대를 가지고 들어간다고 아무데서나 뽑아들지는 않는데 어디 가나 사진인들이 천대를 받는 것은 사진인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관리인 붙잡고 길게 얘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5월 부터는 입장료가 8000원으로 오른다는데 꼭 가봐야할 곳인지는 생각을 더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펜탁스클럽 장터를 통해 사진기와 렌즈를 팔고서 영 마음이 찜찜합니다. 제가 늘 어슬픈 것이 문제지만 자기들에게 필요한 것을 사가면서도 사람들이 너무 계산적인 것이 제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제가 드나드는 사진기 점이 세 곳 있습니다. 물론 거의 모든 것을 충무로로 옮긴 가보카메라에서 하지만 가보에 없는 것은 다른 곳에서 삽니다. 가보에 구해달라고 해도 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구해달라고 부탁하면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누가 팔러 온 것을 사면 별 문제가 안되는데 꼭 필요해서 구해달라고 하면 다른 사진기 점에서 가져와야하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갑니다.


사진기를 팔 때도 가보에 내어놓으면 당장 돈이 나오질 않습니다. 그래서 아무 때 받아도 부담이 되지 않을 때는 당연히 가보에 내어 놓지만 당장 현금이 필요할 때는 조금 손해를 보는 심정으로 펜탁스클럽 장터에 물건을 내어 놓을 때가 있습니다. 제가 장터에 물건을 내어 놓을 때는 펜탁스클럽의 이성주 님을 생각하며 내어 놓습니다. 저보다 한참 나이가 어린데도 생각이 무척 깊어 제가 배웠기 때문입니다.


이성주 님은 자신이 산 가격에서 자신이 즐기고 사용한 것만큼 빼고서 장터에 내어놓는 독특한 분이어서 저도 장터에 물건을 내어 놓을 때는 그러려고 노력합니다.


라이카 R마운트로 개조한 펜탁스 LX사진기와 여기에 맞게 마운트를 개조한 프렉티카 1;2.4/35, 탐론 R 마운트 3.5-4.5/28-50렌즐를 각각 30만원, 10만원, 10만원으로 장터에 올렸습니다. 연락이 세 분이 왔는데 당연히 먼저 오신 분께 우선권을 드렸고 홍제동으로 오시겠다고 하여 늦은 시간에 홍제동에서 만났습니다. 제가 쓰는 기기들은 대부분 제가 살 때의 상태를 유지합니다. 무척 조심스럽게 다루기 때문에 깨끗한 것을 산 것은 오래 시간이 흘러도 깨끗합니다. 보시더니 살듯 말듯 하시다가 여기까지 왔으니 얼마를 빼주겠냐고 묻길래 고맙게 생각해서 5만원을 빼준다고 했더니 사진기와 줌렌즈만 가져가면서 35만원을 내주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가격보다 15만원이 떨어진 것입니다. 제가 5만원을 얘기한 것은 50만원에서 5만원이었지 40만원에서 5만원이 아니었던 것이라 씁쓸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제 실수가 있었습니다. 두 렌즈 중에 하나만 사가도 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제게 라이카사진기가 있어서 남은 렌즈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데 그렇지만 이제 남은 렌즈는 다시 팔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엊그제는 캐논 T90사진기와 300TL플래시, 비비타시리즈원 2.8-3.5/28-90렌즈를 30만원, 10만원, 10만원에 내어 놓았습니다. 사실 이것도 70만원이 가능한 것이지만 꼭 필요한 사람이 저렴하게 쓰라고 내어 놓은 것입니다. 그랬더니 개별 판매를 원하는 분들만 연락이 오고 한분은 토요일 쯤에 와서 보고 결정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여기에 제가 덤으로 올려 놓은 것이 캐논 접사용 오리지널 튜브와 라이카 R렌즈를 끼워 수 있는 아덥터였습니다. 이 아덥터는 김카메라에서 10만원을 주고 만든 것인데 캐논 FD마운트에 끼우면 라이카 R 렌즈를 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그 날(화요일) 사진기를 정리하다보니 캐논을 팔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메일로 토요일에 보고 사겠다고 연락을 주신 분에게 사진기를 친구가 가져가기로 해서 죄송하게 되었다고 메일을 보냈더니 자기가 먼저 선약을 했으니 선약한 사람의 우위가 있으니 꼭 사고 싶다고 메일이 왔습니다. 사실 조금 황당했습니다. 사겠다고 확정적으로 말한 것도 아니고 나도 그 분에게 보여주겠다고 했지 꼭 팔겠다고 약속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의적으로 미안한 점은 있지만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기게 되어 죄송하다는데 굳이 사러 오겠다는 얘기가 납득이 안 갔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얘기하길래 그럼 내일 중으로 연락을 달라, 내가 하루 정도밖에 시간이 없다고 메일로 보냈더니 통 답이 없다가 밤 열한시 가까이 되어 목요일에 학교로 오겠다고 메시지가 왔습니다. 솔직히 목요날 사진기를 학교로 가져갔지만 꼭 팔아야할 만큼 절실한 것은 아니어서 사가도 좋고 안 사가고 좋고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와서 보고는 같이 온 사람이 '이렇게 깨끗한 바디는 본 적이 없다. 구하기 어려운 플래시도 아주 좋은 편이다. 렌즈도 깨끗하고 접사튜브도 구하기가 무척 힘든 것인데 이렇게 있을 줄 몰랐다' 하며 아주 흡족하게 사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서 실수한 것이 R마운트 어답터에 관해 말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친구가 그거는 자기 달라고 해서 그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니어서 그러마고 대답을 하여 그날 가져오지 않았고, 사가는 사람들도 그거에 대한 말을 하지 않아 그냥 넘어간 것입니다.

 

저는 그 덤으로 주겠다는 아덥터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었다면 살 때 얘기를 했을 것이고 그것 때문에 안 사겠다고 한다면 팔지 않았을 것이기에 아무 문제 없이 잘 끝난 줄 알았습니다. 솔직히 아끼던 물건을 팔고나면 며칠씩 마음이 허전한 것이라 조금 울적한 심정으로 술을 한잔 하고 있는데 사간 분이 삐삐를 쳐왔습니다.


그 아덥터를 달라고... 그래서 전화상으로 미안하지만 친구에게 줬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끊었는데 집에 와보니 메일이 와 있었습니다. 자기를 주기로 한 것이니 자기가 받아야겠다고... 그래서 내가 죄송하다. 나는 친구에게 사진기를 넘겨주지 못해 보상하는 마음으로 친구에게 줬다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약속을 안 지켰다느니, 자기는 그 아덥터 때문에 사진기를 샀다느니 하면서 다시 아덥터를 달라고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문제가 된다면 반품을 하라, 내가 찾으러 가겠다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실망스럽다고 하면서 자기 물건인데 왜 자기들(그러니까 저하고 친구이지요) 주고 받고 하느냐는 메일이 다시 왔습니다. 솔직히 짜증스러워서 내가 10%를 더 줄테니 물건을 반품하라. 그리고 내가 문제가 있다면 소비자보호원에 제소하라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반품을 할 생각을 전혀 없고 내가 사과하기를 바란다는 메일이 다시 왔습니다. 그러면서 당신 숙부가 고등학교 교사라 제가 교사인 것에 호감을 가졌는데 실망시켰다는 메일이 다시 왔습니다. 제가 정중하게 사과한다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늘 하는 일이 다 어설프니 생각지도 않은 일로 마음쓰고 언짢아 하고... 우리 회원 님들은 저 같은 전철을 밟지 마시라고 긴 얘기 장황하게 늘어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