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산지에서

2005. 10. 25. 18:59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사진기와 렌즈

 

 그냥 가서 마음 편하게 사진을 찍고 올 곳을 고르라면 몇 군데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주산지입니다. 주산지는 경북 청송 주왕산에서 14km 정도 떨어진 산 속에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저수지로 알려져 있는데,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소개가 된 곳입니다. 그전에는 한적한 산속이라 사진인들만 주로 찾는 곳이었으나 지난 겨울에 KBS에서 '주산지의 사계'라는 프로를 방영한 뒤에 이젠 사진인보다 관광객이 더 많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해마다 봄에 한번씩 간 것이 벌써 여러 해였고, 작년 겨울에는 눈덮혔을 때도 갔다가 왔습니다. 예전엔 주산지 바로 위에 까지 차가 들어갔으나 지금은 주차장에 차를 놓고 10분 정도 걸어가야 합니다.

 늘 한 가지 사진기만 가지고 가다가 이번엔 67과 SL2로 짐을 꾸렸습니다. 67은 올 들어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꼭 가져 가려고 했는데 67만 가져가면 나중에 지쳐서 힘이 들면 찍을 마음이 없어지기 때문에 이번에 두 기종을 함께 가져 간 것입니다.

 충무로에서 열한 시에 출발하는 팀을 따라 갔는데 거기 도착하니 네 시가 조금 지나고 있었습니다. 떠날 때에 옷을 단단히 입고 가려다가 기온이 올라가면 땀이 날 것 같아서 그냥 간단하게 입고 갔다니 추워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미 대형 버스가 세 대나 도착해서 사람들이 올라간 뒤라 그 때 올라가도 별 볼일이 없을 것 같아 그냥 차안에서 졸았습니다.

같이 간 사람들이 대부분 올라가고 나처럼 졸고 있는 사람들은 대여섯에 불과했는데 조금 졸았더니 다섯 시 반이라고 깨웁니다. 올라가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갔더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 추위속에서 자리를 잡고는 떨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 뒤에 서 있는데 아는 사람이 와서 인사를 합니다. 예전에 같이 활동하는 분인데 이젠 저를 앞질러 전분 사진인이 된 사람입니다. 대형 사진기를 가지고 와서 찍울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점점 흘러서 날이 밝아오자 사람은 더 늘어났지만 앞에 있는 사람들에 가려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단풍은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물안개가 슬금슬금 피어올라 여기 저기서 셔터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플래시를 터뜨리는 사람들도 종종 있던데 그것은 사진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풀래시를 터뜨리면 바로 앞 부분만 밝게 나오고 뒤는 어두워져서 풍경사진에 플래시를 쓰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눈총이나 받을 일입니다.

 사진을 찍고 물러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저도 열심히 찍었습니다. 주로 50mm 광각 렌즈와 30mm 어안 렌즈를 사용해서 찍었는데 좋은 때를 놓쳐 비네팅이 생기기 시작해서 애를 먹었습니다. 그래도 129롤 필름 셋을 찍고 34mm 필름 한 롤을 찍었습니다.

 사진이 만족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갔다가 왔다는 것이 좋습니다. 오는 길에 안동 하회마을에 들러 조금 더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하회마을에는 세 번째 들른 것입니다.

 이번 주는 친구하고 둘이 옥정호에 갈 생각인데 아직 어떻게 확정을 짓지는 못했습니다.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부지런히 움직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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