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정호의 가을

2005. 11. 5. 10:22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사진기와 렌즈

 

 가급적 1박은 하지 않으려다보니 무리하게 일정이 잡힐 때가 있습니다.

친구가 운전을 해주겠다고 하여 옥정호에 갔습니다. 지난 일요일 새벽 두 시에 친구를 만나서 인천에 가, 다시 한 친구를 더 태워 셋이서 옥정호로 향해 떠난 것입니다. 운전을 하는 친구는 저하고 이미 옥정호에 세 번이나 함께 갔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닌데 제가 부탁을 하면 그렇게 같이 가곤 합니다. 초등학교 동창이라기보다 바로 아래 윗집에서 담장을 하나 놓고 태어나서 같이 자랐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부탁을 하고, 들어주고 하는 사이입니다.

 다른 한 친구는 초등학교 동창인데 친구하고 이종 사촌입니다. 그렇게 셋이 다녀보긴 처음이었지만 친구하고 내가 간다고 하니까 같이 가 보고 싶다고 해서 함께 떠난 것입니다.

 옥정호가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는 아닙니다. 빠른 길로 간다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천안 논산 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다시 호남선을 타면 되겠지만 저는 집이 서쪽이라 늘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다녔습니다. 집에서 출발하면 바로 서해안 고속도로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대로 가다가 부안에서 빠져나가 태인을 거쳐 칠보로 해서 산외면을 통과하여 구이 삼거리로 가는 길을 택합니다.

 옥정호에 도착하니까 다섯 시 20분이 되었는데 해가 뜨는 시간은 일곱 시쯤으로 생각되어 차에서 졸다가 가고 싶었지만 이미 주차장을 꽉 메운 차들의 사람들이 다 올라가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우리도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이미 옥정호를 찍을 자리나, 해돋이를 볼 자리는 다른 사람들이 다 차지하고 있어서 국사봉 정상부근까지 올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거기 오르는데도 땀이 차고 숨이 가빠서 남들 보기에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쉬엄 쉬엄 올라가서 자릴 잡고보니 아주 상쾌했습니다.

 다만 해가 뜰 방향으로 구름이 끼어 있는 것이 불안했지만 그렇다고 그냥 내려올 수도 없는 일이라 느긋하게 기다렸습니다. 가지고 간 사진기는 라이카 R7과 19mm, 24mm, 28mm, 35-70mm, 135mm,180mm, 280mm로 라이카팀이 전부 출동한 셈입니다. 먼저 해를 찍기 위해 280mm를 장착하여 봤더니 화각이 너무 좁아 다시 180mm로 바꿨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를 기다렸는데 해가 구름 위로 솓아나왔습니다. 솔직히 별스럽지 않아 실망했지만 그래도 안 찍을 수가 없어 몇 컷을 하고는 내려오다가 옥정호를 찍기 좋은 곳에서 멈췄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구름이 피어올랐다가 사라지고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남아서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가장 좋은 자리를 찾이하기는 글른 일이지만 그래도 뒤에 서 있다가 두어 컷만 하자고 부탁을 하여 찍고, 또 빠졌다가 다시 들어가 찍고 하여 36컷 한 롤을 거의 다 찍었습니다. 몇 컷을 남긴 것은 아래에 내려와 찍으려 한 것인데 산 아래까지 다 내려오기 전에 몇 사람이 찍는 곳이 있어 그리로 갔더니 거기도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남은 필름을 다 소진하고 내려왔습니다.

 예전에는 한 자리에서 오래 찍고 있으면 필름만 낭비하게 되어 웬만하면 자리를 비켜주고 했으니 요즘은 디카로 바뀌어서인지 찍은 사진 지우며 계속 찍느라 사람들이 남에게 자리를 내어줄 줄을 모릅니다. 디카로 바뀌면서 새로 생긴 일들이라 아직 적응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아래에 내려와 늘 다니는 감나무집에 전화를 했더니 전주에 나가 있어 음식이 안 된다고 합니다. 무척 아쉬웠지만 나오다가 운맘 삼거리에서 옻닭으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올라왔습니다. 오면서 운전하며 조는 친구 때문에 마음 많이 졸였습니다. 밤 새 한잠도 안 자고 날밤을 새운 셈이니 그럴만도 하지요....

 올라오다가 광천에서 잠깐 오서산에 올랐다가 서울로 왔습니다.

'사람과 사진과 사진기 > 사진기와 렌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적을 바랐지만,,,  (0) 2007.10.18
정말 이러다가,,,,  (0) 2007.10.02
다시 주산지에서  (0) 2005.10.25
혹시나 했는데 역시....  (0) 2005.10.15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0) 200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