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10. 15. 17:52ㆍ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사진기와 렌즈
수학여행은 일정한 코스를 돌아야하기 때문에 늘 갔던 곳만 다닌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저도 그말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일 것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좋은 곳만 골라 본다는 것이 그렇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가서 처음 본 곳은 용머리 해안입니다. 거기는 제가 두 번이나 갔었지만 그렇게 좋은 곳인지는 몰랐다가 이번에 눈을 크게 뜨고 왔습니다. 밖에서 볼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게 되는데 물이 빠진 뒤에 해변 아래로 한바퀴 돌아보니까 이런 곳이 있었나 할 탄성이 나왔습니다.
변산에 채석강하고는 비교가 안될 침식 해안이 펼쳐져 있었던 것입니다. 오후에 가서 해가 뒤에 있어 제대로 살리지는 못했지만 필름을 한 롤이 넙게 찎었습니다. 나중에 현상해 보니 다 그렇고 그런 사진만 잔뜩 있어서 쓴 웃음을 지었지만 눈으로 보기엔 정말 좋은 곳이었습니다.
전에 간 적이 있던 산방굴에도 올라갔습니다. 하늘의 구름이 너무 좋았는데 지형상 살리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어안 렌즈로 보아도 마음에 들지 않게 보여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하얀 뭉게 구름이 조개껍데기처럼 몽글몽글 뒤로 퍼져 있었는데 눈으로 보는 것 이상으로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이 지삿개에 가서 그래도 몇 컷을 건진 느낌입니다. 예전에도 지삿개를 찍은 적이 있기는 하지만 사진이 제대로 안 나왔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좀 나았습니다. 애들과 다른 관광객 틈에 끼여 사진기를 들고 이리 저리 뛰어봤자 사람들에 걸려 제대로 화각을 잡을 수가 없는 것이 단체 여행입니다.
제주도는 일기변화가 극심해서 언제 어떻게 변할 지 종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눈만 뜨면, 차가 도착하면 하늘만 보는 것이 제 습관이라 항상 눈은 하늘과 구름을 보게 되는데 막상 도착해서 보면 이미 바뀌어 있는 것이 하늘입니다.
산굼부리 억새를 찍기는 했는데 해의 방향이 제대로 받쳐주지를 않아 평범한 사진이 되었습니다, 약간 역광이 되는 것 같아 기대가 컸는데 막상 가서 찍으려 하니 해는 구름 속에 들어가고 비까지 떨어져 다시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학여행을 가서 사진을 제대로 찍겠다는 제 생각이 짧은 것이겠지만 늘 혹시나 하고 갔다가 역시나 하고 오는 것이 수학여행의 촬영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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