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산하

2004. 2. 28. 08:55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사진기와 렌즈

 지난 월요일에 남쪽 지방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나처럼 사진기를 챙겨나갔습니다. 펜탁스 Z-1P, Z-20 두 개의 사진기에 20-35/4.0, 35-135/3.5-4.5, 200/2.8, 300/4.5 네 개의 렌즈를 준비했습니다. 사진기를 두 개 가져가는 것은 하나는 네거필름을 넣어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 쓰고, 다른 하나는 슬라이드필름을 넣어서 제가 찍고 싶은 것을 찍을 때 쓰기 위한 것입니다.

 

같이 떠난 분이 열한 분이니 유적지에 가면 기념촬영을 많이 하니까 반드시 네거필름을 가지고 나갑니다. 요즘은 디카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사진은 필름으로 찍어야 제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가끔 디카로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사진기를 건네주는 분들이 있는데 제가 찍으면서도 찍힌 것인지가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첫 목적지가 금산에 있는 대둔산이었는데 이번 길에 대둔산에 처음 올라봤습니다. 산이 웅장하지는 않았지만 아기자기한 기암괴석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산 아래에 도착한 것이 아홉시 10분 경이었는데 산위에 눈꽃이 하얗게 피어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올라가려고 서둘렀지만 케이블카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어 사진기를 꺼내어 필름을 확인하고 준비를 해서 탔습니다. 케이블카 안에서 보는 산의 모습이 아주 멋이 있어 유리창에 대고 사진을 찍었더니 조금 흐리게 나왔습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구름다리를 건너서 자리를 잡았는데 자리가 좁고 구조물들이 있어 화각을 설정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필름 한 롤을 다 찍었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설경을 수동으로 하지 않고 사진기 자체에 맡긴 노출이 걱정스러웠습니다. 뒤에 현상을 해보니 반 정도는 노출이 오버되어 하얗게 나왔습니다.

 

 조금 춥고 숨이 가빴지만 마음을 안정시키며 제대로 찍고자 노력했는데 설경을 찍은 지가 오래되어 노출에 신경을 못 쓴 것입니다. 다음에 가면 다시 제대로 찍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둔산에서 나와 금산에 있는 보석사 은행나무를 보기 위해 길을 헤매고 다녔는데 냇가에 있는 버들강아지들이 예쁘게 피어 눈을 아름답게 해주었습니다. 금산에서 점심을 먹고는 무주로 가서 나제통문을 보고는 국도를 타고 거창으로 갔습니다. 덕유산을 끼고 돌면서 보니 산 정상은 하얗게 눈으로 덮혀 있어 거기 오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일정에 매여 그냥 지나쳐야 했습니다.

 

거창 외곽에 있는 수송대는 날이 어둬 사진으로 찍을 수가 없었지만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언제 다시 가서 그 바위와 소나무숲을 사진으로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할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

 

거창에서 하루 자고 합천해인사와 고령 고분박물관, 항양 상림 등을 거쳐서 삼천포로 갔습니다. 항구는 크고 복잡했는데 사진을 찍기에는 혼란스러운 곳이었습니다. 거기서 다시 통영으로 가서 하루를 자고 통영 외곽도로로 한바퀴 돌았는데 한국의 나폴리라는 말에 어울리게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달아공원 앞에 있는 매화나무가 다 그윽한 향기를 담은 꽃을 가득 담고 있어 봄이 왔음을 실감나게 했습니다. 사진으로 남기지는 않았지만 남쪽에는 이미 봄이 코 앞에 왔음을 실감하고 돌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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