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2. 15. 22:30ㆍ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사진기와 렌즈
지난 일요일에 강화도로 해넘이 촬영을 갔습니다.
밣산동에서 두 시에 출발하여 초지대교를 건너 황산도 앞 개펄을 먼저 보았습니다. 물이 나간 시간이라 넓게 펼쳐진 개펄을 볼 수는 있었는데 빛이 너무 위에 있어 반사가 심해 사진을 찍지는 않고 그냥 구경만 하고는 선두리로 갔습니다. 거기는 불과 30분 밖에 안 걸린 시간이었지만 개펄이 더 좋아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곳입니다. 거기서 한 30분 사진을 찍었는데 바람이 너무 차가워 눈을 뜰 수가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겨울 찬 바람은 아니라 해도 바닷바람은 매우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해넘이를 어디서 할 것인가를 상의하고는 곧장 외포리로 갔습니다. 동막에서는 여러 번 보았기에 한동안 가 보지 않은 외포리로 가자고 한 것입니다. 외포리 가까이 가면 꽃게탕으로 유명한 '충남 서산 꽃게탕' 집이 있는데 이 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올 생각까지 한 것입니다. 이 집은 유명해지기 전부터 제가 가본 곳이라 잘 아는데 요즘은 장사가 너무 잘 되어 매장을 두 곳이나 확장을 했고 김포 쪽에 분점까지 낸 곳입니다. 가면서 보니까 저녁 때가 다 되었는데도 손님이 많아 보였습니다.
외포리에서 계속 우측으로 들어갔는데 막상 가서 보니 해가 산 위로 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부랴부랴 차를 돌려 신수리를 지나 해가 바다로 떨어질 곳을 찾았습니다. 해질 시간이 가까워 오는 것 같아 마음이 급했지만 마음을 가라앉히며 연신 장소를 물색하며 찾다보니 동막에 가기 전에 한 곳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에도 두어 번 사진을 찍었지만 마음 만큼 안 나온 곳인데 해안선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작은 바위섬이 하나 있고 그 섬에는 나무도 한 그루가 자라고 있어 잘만 살리면 멋있는 모습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거기로 정하고 가보니 이미 차량 여러 대가 해안 둑에 까지 가 있고 사진을 찍으려 기다리는 사람이 수십 명이 넘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해는 이미 아래로 많이 내려와 곧 떨어질 것 같아 조급하게 움직였지만 생각만큼 빨리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바다에서 바람이 밀려오는데 먼저 신두리 포구에서 보았던 바람보다는 훨씬 더 강해서 사람들이 추위 속에 떨면서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바닷가에는 밀려 온 얼음이 군데군데 보이고 둑 아래로는 쓰레기와 얼음이 뒤섞여 부딪히고 있었습니다. 해가 내려지는 방향을 정확히 잡지 못해 두 번이나 장소을 옮기기는 했지만 아주 멋 있는 해넘이가 되리라는 예측은 누구나 다 할 수가 있었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구입한 탐론 SP 300/5.6렌즈를 장착하고 조리개를 f/16에 놓고는 계속 해를 바라보며 노출을 재고 있었습니다. 해는 점점 수면과 가까워지는데 노촐은 1/2000-1/1000초를 가르키어 난감했습니다. 사진기는 펜탁스 LX라 최고 셔터스피드가 1/2000초여서 그 이상의 빠른 셔터스피드는 잴 수가 없어 걱정하다가 심도보기 버튼을 눌러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 LX사진기는 필름면 측광이라 심도 보기 버튼을 누르면 정확한 노출이 나옵니다. 조리개 16에서 1/125 또는 1/60 정도가 나왔습니다. 조심스럽게 필름 카운터를 살피며 적당한 위치에서 셔터를 눌렀습니다. 16컷 정도 찍은 필름이라 20여 컷은 찍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음에 여유만 가지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해는 수면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멋이 있어 여기 저기서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제가 지금 까지 본 해넘이 중에 최고였습니다. 해가 뜰 때만 가리비 모양을 하는 줄 알았는데 질 때고 그런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사진을 현상해 보니 생각만큼은 안 나왔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수면과 공간의 콘트라스트가 너무 차이가 나서 양 쪽을 둘 다 살리기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눈으로 보는 것처럼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지난 1월의 마량포구 해돋이와 함께 이번 해넘이는 정말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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