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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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최민희가 만든 國害
만약 초등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면서 교재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 영상을 틀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막말·조롱·비하·고함 등 모든 추태가 담긴 영상을 보면 아마 학생들은 민주주의를 ‘극혐’하게 될지도 모른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시작된 민주주의의 핵심은 소수에 대한 배려와 설득·토론이었다. 소피스트들은 토론하는 방법을 가르치며 민주주의 교육을 했고, 지금도 대학에선 ‘토론 배틀’ 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표본이자 교육장인 국회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오직 적대적 광기(狂氣)만 있을 뿐이다. 완장들만 설쳐대고 있다. 매일 전쟁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필리버스터가 일상화하고, 올림픽도 아닌데 기록 경쟁이 치열하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4.08.05 -
김예지 신드롬
영화 ‘더 킬러’의 주인공 킬러는 저격소총 조준경에 눈을 대고 끊임없이 되뇐다. ‘예상은 하되, 임기응변 말고, 계획한 대로.’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당초 계획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이 말처럼, 데이비드 핀치 감독은 킬러를 엄청난 인내가 요구되는 직업(?)으로 묘사했다. 같은 자리에서 타깃이 나타나기를 며칠씩 기다리고, 나타나면 최적의 과녁에 들어오기를 또 기다리고, 마침내 그 순간이 왔을 때도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이 흔들리지 않도록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 기다리고, 쏘고, 사라질 때까지 영화 속 킬러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이 없었는데, 그런 얼굴을 며칠 전 파리올림픽 사격장에서 세계가 보았다. 김예지 선수는 공기권총 10m 개인전에서 안드로이드 로봇이 총을 쏜다면 딱 그렇지 싶은 무표정한 얼굴로 과..
2024.08.04 -
쯔양을 응원한다
최근 흥미롭게 본 영화 ‘악마와의 토크쇼’에서 주인공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악마를 섬기며 아내마저 희생 제물로 삼는다. 시청률에 목매는 미디어 비판이란 해묵은 주제를 오컬트 장르에서 풀어 내는 방식이 새롭다면 새로웠다. 그렇더라도 이 영화가 묵직한 사회 비판성 메시지를 담았다기 보다는 이를 활용한 공포 오락 영화로 다가왔다. 미디어와 악마를 연결시키는 것은 아무리 그래도 과한 비유일 테니까. 하지만 어제 우연찮게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의 ‘마지막 해명’ 동영상을 보고선 충격에 몸이 굳고 말았다. 정말 악마와 결탁된 미디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성하자면, 사건을 깊게 들여다보지 않은 상태에서 쯔양 사건은 그를 협박한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 구속으로 마무리 된 줄 알았다. 사이버레커 ..
2024.08.03 -
용리단길 첩보전
서울 지하철 삼각지역 15번 출구에서 대통령실 입구까지 거리는 160m. 그 사이 한강 쪽으로 골목이 있다. 신용산역 앞까지 이어지는 이 길에 식당과 카페가 즐비하다. 용리단길이라 불리는 곳이다. 국방부와 미군기지 같은 군사시설이 가깝다. 철길도 있다. 주변 집들은 오랫동안 손대지 못해 낡았다. 군인들이 즐겨 찾는 소박한 곳들이 많아 대구탕 골목으로 불렸다. 2022년 대통령실이 이전해 왔다. 공무원이나 정치권 인사는 물론이고 기업, 기자, 외교관들까지 이 동네에 들락거리게 됐다. 식당이 고급스러워지고 카페까지 들어서면서 옛 동네의 정취와 세련된 감각이 어우러졌다. 이 동네를 가끔 드나들던 한 방위산업체 관계자는 최근 보안 담당자에게 이런 권고를 받았다. “삼각지 근처 식당에서는 중요한 모임을 하지 마세..
2024.08.02 -
“이재명 대표님 괴롭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다음 달 14일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 사건 조사’와 관련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현직 검사 4인에 대한 탄핵 절차에 본격 시동을 건 것이다. 김건희 여사와 이원석 검찰총장 등 20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민주당 등 야당은 31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김 차장검사 탄핵소추 사건 조사계획서 채택안과 증인 출석 요구건 등을 의결했다. 야당은 코바나컨텐츠 대기업 협찬 의혹, 삼성전자의 아크로비스타 전세권 설정 의혹,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저가매수 등 김 여사가 연루된 사건을 수사하면서 ‘봐주기’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차장검사가 수사한 ‘민주당 돈봉투 사건’도 위법한 별건 수사라고 문제 삼았다. 민주당은 김 차장검사를 시작으로 탄핵안을 발의한 ..
2024.08.01 -
입법 독주 다음엔 ‘현타’
현타’는 ‘현실 자각 타임’의 준말이다.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몰두했다가 현실을 깨닫고 온몸에 힘이 빠지는 순간을 뜻한다. 5박 6일 필리버스터를 지켜본 여야 관계자 사이에서 심심찮게 들린 단어다. 여당은 법안을 막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통과시킨 ‘방송 4법’은 곧 대통령 거부권에 막혀 되돌아올 운명이다. 난리를 쳐도 달라진 게 없다. ‘현타’가 오는 이유다. 총선 직후만 해도 야권에선 “22대 국회는 다를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국민의힘 의석수가 108석으로 줄면서, 여당 의원 8명만 설득하면 대통령 거부권도 넘을 수 있다는 셈법이 섰다. 더구나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선 여권 내분이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전망이 분분하던 순직 해병 특검법 재 표결조차 이탈표는 4표에 불과했다. 여당이 유능해서라기보단 ..
2024.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