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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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위에 경기단체
지난 3일 경남 창녕에서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는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 대학부 결승이 열렸다. 낮 최고 기온이 37도에 달하고, 경기 직전엔 소나기까지 내려 불쾌지수가 세 자릿수에 육박했다. 라커룸조차 없어 하프타임에 선수들은 온돌마루 같은 인조잔디에 앉아 숨을 돌렸다. 경기가 끝나고 사달이 났다. 한 선수가 호흡 곤란과 마비 증상을 보이며 쓰러졌다. 응급조치를 서두른 덕분에 의식을 되찾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사건을 몇몇 언론이 보도했다. 쉬쉬하던 축구협회에 비난이 쏟아졌다. 대회를 주관한 여자축구연맹 관계자는 최근 감독들이 모인 단톡방에 글을 올렸다. 반애원·반협박투였다. 학부모나 선수들이 언론에 제보하지 못하도록 감독들이 ‘관리’하라는 지시는 웃어넘길 만했다. 선수들은 여성으로서 최소한의 인권을 지..
2024.08.17 -
바보들의 행진
오늘은 제79주년 광복절이다. 일제강점기 35년의 암흑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는 우리나라 최대 국경일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과 광복회 등 독립유공자 단체들은 정부 주관 경축식에 불참하거나 따로 기념식을 열겠다고 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순국선열의 희생을 기리고 조국의 밝은 앞날을 기원하는 일에 어찌 진영이나 이념이 있을 수 있겠나. 민주당과 광복회 등의 재고를 거듭 촉구한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뉴라이트 사관을 지닌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로 선포하려 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 관장은 기자회견에서 “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건국절 제정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현 정부 출범 이후..
2024.08.16 -
소년공의 정치, 방직공의 정치
결핍은 힘이 세다. 사람을 나락으로 떠밀기도 하고, 시련을 헤쳐 갈 필생의 힘이 되기도 한다. 정치판에도 그 예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임을 눈앞에 둔 이재명. 부산지역 최고득표율로 재선 의원이 된 국민의힘 김미애. 63년생, 69년생인 두 사람은 많은 부분 삶의 궤적이 겹친다. 학교 대신 공장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고, 주경야독의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을 다녔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고, 정치인이 됐다. 부모와 다섯 형제, 일곱 식구가 단칸방에서 지내야 했던 가난 속에서 중학교 진학을 접은 이재명은 1981년, 열여덟 살까지 고향 안동의 작은 공장들을 떠돌았다. 손가락을 다치고 손목이 프레스에 으깨어졌지만 돈도, 치료도 온전히 못 받았다. 그가 긴 어둠에서 벗어나 중앙대 장학생으로 인생의 ..
2024.08.15 -
‘친일적 역사인식’?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선발과정에서 채점표 곳곳에는 '제척' 흔적이 드러났다. 심사위원들 간의 이해관계에 따른 '0점 처리'로 볼 만한 대목이다. 이를 두고 광복회는 심사위원 선정과정에서부터 적절치 않은데다, 심사가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며 심사위원장을 수사 의뢰한 상태다. 김 관장 선발 과정에서의 '제척 공방'이 커지고 있다. 한국일보가 13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독립기념관장 후보자 평가결과에 따르면, 외부인사 7명(외부인사 2인 포함)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위원 3명이 후보 4명에게 준 점수가 채점표에 '0점'으로 표기됐다. 임추위는 이를 10명 후보 각자의 평균점수에 반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심사위원과 후보자 간 이해관계가 없다고 단정 짓기 어려운 근거로 판단..
2024.08.14 -
쪼개지는 ‘광복절 기념식’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를 포함해 일부 독립운동 단체들이 이른바 ‘뉴라이트’ 논란의 중심에 선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 등을 이유로 정부 주최 광복절 기념식 불참 방침을 밝힌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12일 국회에 제출했다. 앞서 광복회가 1965년 창립 이후 최초로 광복절 중앙 경축식 불참 선언을 했는데 민주당 등도 이날 불참 대열에 합류하며 본격적인 대정부 공세에 나선 것. 반면 김 관장은 이날 “여론몰이를 통해 마녀사냥 하듯 인민재판을 벌이고 있다”며 자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김 관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면서 국민 통합의 장이 돼야 할 광복절 경축식이 분열의 상징이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2024.08.13 -
추락하는 것은 양심이 없다
대한민국 국회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후 두 달 동안 거대 야당의 법안 강행처리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고 있다. 민생법안은 한 건도 처리하지 않았다. 대의민주주의의 보루여야 할 의회가 민주주의 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다. 한데 의회의 추락은 사실 오늘만의 일도, 우리만의 일도 아니다. 세계가치관조사(WVS)에서 한국 국민은 1995년 이후 최근까지 줄곧 80% 안팎이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3년 한국의 사회지표’에서도 24.7%만이 국회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나라 밖 사정도 마찬가지다. 미국, 영국, 독일 할 것 없이 대부분의 민주주의국가에서 의회 신뢰는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의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2021년 갤럽 조사에서 13..
2024.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