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1. 23. 19:58ㆍ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한국광학협회에서 격월간으로 나오는 "광학세계"라는 잡지가 있습니다. 비매품이고 사진에 관한 얘기보다는 주로 광학 산업에 대한 얘기여서 사진하는 사람들은 관심을 갖지 않는 잡지입니다마는 저는 즐겨 보고 있습니다.
광학협회로 신청을 하면 우송료만 받고 보내준다고 하는데 저는 정기구독을 하는 것은 아니고 제가 자주 나가는 가보카메라에서 그 책을 봅니다.
한참 전에 그 책에 부원광학 대표이사인 박춘금(?) 님이 쓰신 글 중에 '대한 광학'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1970년대 초반에 세계 쌍안경 시장의 25% 정도 점유율을 자랑하던 '대한 광학', 잘 나가던 대한 광학이 부도가 나서 회사가 없어졌는데 아마 제가 알기론 지금의 아남 광학이 그 후신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대한 광학에서 처음으로 만든 국산 사진기가 1976년에 나온 KOBIKA 35BC입니다.
지금 보면 몹시 조잡하고 엉성해 보이지만 나올 당시에는 많은 관심을 끌었던 역사적인(?) 국산 사진기입니다. 조립은 우리 나라에서 했지만 렌즈는 일본에서 만든 뎃사 렌즈를 장착했고( 그러니까 아시카에서 만든 렌즈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4개국이 합작을 했다고 전해지는 명기(?)입니다.
그 후로 대한 광학에서는 완전 국산은 아니지만 자체 제작한 코린나 렌즈를 장착한 KOBIKA 35BC-1에서 부터 BC-7 까지 만들어 시판하였습니다. 처음에 나온 35BC는 거리계가 장착된 레인지파인더 형식이었는데 나중에 나온 것들에는 목측식도 있고 자동 초점 형식도 있습니다. 이들은 지금 시중에서 골동품 취급을 받는데 거래되는 가격은 5만원 내외일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35BC를 거금 15만원에 하나 샀습니다.
제가 코비카에 관심을 가진 것은 대한 광학에서 본 내용 중에 국산 사진기 1호라고 하였길래 그래도 사진을 좋아하고 사진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국산 1호기는 가지고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어 백방으로 구하려고 애쓰다가 우연히 '바이카메라'에 나온 광고를 보고 구한 것입니다.
시중에서 5만원이면 구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바이카메라 경매에 15만원에 나왔길래 제가 전화로 낙찰을 받은 것입니다. 나중에 야후 경매에 똑 같은 기종이 5만원에 나온 것을 보고는 씁쓸한 마음을 금하지 못했지만 15만원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바이카메라에 대한 관심은 아주 끊었습니다. 바이카메라는 전주의 무슨 대학에서 창업교육의 일환으로 설립했다기에 그래도 양심적일 줄 알았는데 일반 장사꾼과 다를 것이 전혀 없다는 배신감이 들었습니다. 아마 제가 그런 것을 했더라면 시중 가격이 5만원 정도라고 한다면 아무리 많이 남겨도 10만원 이상은 받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코비카 사진기로 사진을 찍어보지는 않았습니다. 너무 조잡하여 조금만 험하게 사용하면 금방 고장이 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상징적인 사진기로 가지고 있을 뿐이지요.
제가 자주 드나드는 펜탁스클럽 게시판에 보면 예전에 할아버지나 아버지께서 쓰시던 사진기를 발견하고는 얼마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문의를 많이 보게 됩니다. 하지만 특별한 명기 빼고는 지금 가격이 얼마 나가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것들을 살 때는 다 쌀 몇 가마니 값은 나갔을 것이고, 어떤 것들은 시골 밭 마지기 가격을 호가한 것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어른들이 쓰시던 사진기를 판다고 내어놓은 사람들 보면 좀 안타깝습니다.
그것들이 비록 가격은 얼마 안 나간다해도 어른들의 손때가 묻은 것들일텐데 어른들이 사실 때의 마음이나 쓰시던 기분은 알지도 못하면서 돈 몇 푼에 아까운 유물을 내어놓는 것이 아닌기 싶기 때문입니다.
제가 잘 아는 선생님께 들은 얘기인데 1970년대 중반에 선생님 한달 봉급 3만원 시절일 때 사진기 계를 들어 펜탁스 K2 사진기를 30만원에 샀다는 것입니다. 그 K2 사진기 지금은 20만원이면 사지만 선생님 한달 봉급은 100만원으로 올랐습니다...
요즘 1970년대 초, 중반에 한참 인기 있었던, 거리계 장착된 일제 수동사진기(렌즈 교환이 안되는)는 5-10만원이면 좋은 것 구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이 사진기들고 인기 있던 그 당시에는 무척 비싼 것이었을 겁니다.
이런 사진기에 관심을 가지면 수집하는 재미도 있고 레인지 파인더 사진기를 만질 수 있는 재미도 있습니다.
한번 나가서 구경도 하시고 하나 구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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