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onman님과의 만남

2002. 1. 31. 17:24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 사이트에 펜탁스클럽(pentaxclub.co.kr)이란 데가 있어서 거기에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그것이 아마 작년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거기 회원이 1400 여 명이 됩니다. 제가 가입할 때가 900 몇 번째였는데 회원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회원이 학생(주로 대학, 대학원생과 고등학생)이며 젊은 직장인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우연찮게 거기를 통하여 사진기와 렌즈를 구입하기도 하고, 몇 사람과 만나기도 하였습니다.


가끔 사진기와 렌즈를 가지고 논쟁을 벌이기도 하는데 저도 조금씩 끼는 형편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사진기와 렌즈가 펜탁스가 제일 좋다는 절대 아닌데 거기의 상당수 회원들은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무척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제가 펜탁스 클럽을 좋아하는 것은 다들 가격이 저렴한 사진기나 렌즈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그분들과 공감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캐논 T90도 가지고 있고, 오림푸스의 똑딱이 사진기를 3대나 가지고 있어서 꼭 펜탁스만 쓴다는 주의는 아닙니다.
니콘이나 캐논의 최신형을 사면서 거드름 피우는 사람들보다는 구형 펜탁스를 쓰면서 거기에 애정을 쏟는 사람들이 좋아 자주 글도 올리고 얘기도 나누고 합니다.


엊그제 어떤 분이 광각 렌즈를 쓰고자 할 때, 폴라나 비비타 대신에 꼭 펜탁스의 것을 써야 하느냐며 제가 올린 것이 확실한 "순종 렌즈, 잡종 렌즈"라는 글을 예로 들었기에 제가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나 같으면 가격이 1/3에 불과한 폴라 렌즈를 쓰겠다고... 그러면서 나도 지금 폴라나 비비타 24mm FD 마운트 렌즈를 찾고 있다고 했더니, 가끔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chinonman이란 분이 제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썩 괜찮은 24mm 렌즈가 있는데 적절한 가격에 넘겨 주겠다고... 그래서 저도 메일을 보내서 29일 오후 한시에 학교 앞에서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그 분은 강서구청 앞에 계신다고 하고, 저는 통합 병원 근처에 있어서 제가 가려고 했더니 굳이 오시겠다고 해서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 성함을 제가 착각을 해서 둘이 만나서 10분이 지나도록 서로 몰라 봤습니다. 제 주머니에 며칠 전에 야후 경매를 통해서 알게 된 '황상근'이란 분의 이름이 있어, 그 이름을 대면서 물었더니 아니라고... 한참 뒤에 그 분이 나에게 와서 '이영주가 아니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바로 그 분이 치논맨이었습니다.


이런 황당한 일이 있었고, 그 근처에 들어갈 만한 다방 하나 없어 그냥 길에서 얘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가져오신 렌즈는 FD마운트 키론 24mm f/2.0 이었는데 이것은 생각보다 훨씬 고급이어서 가격도 제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거래는 하지 못했는데 헤어질 때, 그 렌즈를 제게 내주면서 빌려줄 테니 사용하다가 돌려달라 는 뜻 밖의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사양하다가 결국 제가 받아오고 말았습니다.


저보다 몇 년 연상이신데 제게 하신 말씀이 장비병은 약이 없다고 하시면서 자제할 때가 되지 않았냐고...
고맙다는 메일을 드리고 받았는데 다시 메일을 받았습니다. 대부분 장비를 황학동에서 구입한 것이라 비싼 것은 없지만 써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얘기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돈이 부족해 그 흔한 FM2 하나 사지 못했다고...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펜탁스 클럽에서 딱 한번 만난 학생이 제게 렌즈를 하나 빌려달라고 전화를 해와 어쩔 수 없이 내어주면서 기분이 편하지 않았던 일을 떠 올리면서, 자기 장비를 필요하면 가져다 써보라는 말씀이 너무 고마웠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야 남의 렌즈를 빌려달라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 제가 다 구비해서가 아니라 어떤 일에 깊이 들어간 사람들의 장비는 자기 몸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한번 밖에 만나지 않은 분이지만 다시 한번 사진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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