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리면,,,,
2007. 11. 20. 08:58ㆍ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사진기와 렌즈
어제 첫눈이 내릴 거라는 예보를 들었지만 출장나갔다가 거기서 한 잔 했습니다.
술집 창밖으로 하늘이 흐리길래 비나 눈이 올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밤에 눈이 내리랴 싶기도 했습니다.
늘 하던대로 속전속결로 주변 사람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 잔을 거푸 비우며 권했더니 다들 초전에 취해서 정신없어 했습니다. 이게 제가 자주 써 먹는 전술입니다. 오래 붙들고 않아서 노닥거릴 자리도 있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과 앉으면 먼저 상대 기를 죽이고, 술로 취하게 만들어서 나중에 감히 술 마시자는 얘기 못 나오게 하는 것이 작전입니다.
남을 취하게 만들면, 나도 취한다는 것이 술꾼들의 상식입니다. 기분 좋게 취해서 집에 왔더니 아이가 인터넷을 보다가 밖에 눈이 온다고 소리를 칩니다. 첫눈이었습니다...
첫눈이 오는 날은 도심에서 보내기 보다는 북한강 강변의 카페나 주점에 앉아서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눈이 펑펑 내려서 차가 못 다닐 지경이 된다해도 그 눈에 취해서 시계를 보지 말고 앞에 앉은 사람과 술잔을 주고 받으며 그윽한 눈빛으로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말은 많이 하지 않아도 좋을 것입니다. 내리는 눈과, 저무는 시간과 그리고 따뜻한 장작 난로, 차가운 술이 분위기를 더욱 돋아줄 것 같습니다.
이제 이런 꿈을 꾸는 것도 다 부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이렇게 철 없는 소리만 합니다.
내일이 우리카페 생일날입니다. 벌써 7주년이네요.
오늘 밤에 다시 눈이 내린다고 합니다.
첫눈을 기다렸는데 너무 허무하게 와서 안타까운 영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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