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는데,,,,

2007. 11. 23. 11:22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사진기와 렌즈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1994)



여기에 들어오는 많은 동문들이 우리 오서초등학교의 존폐여부에 대해 가슴 조이고 있습니다.
저도 그 중의 한 사람입니다.
제게 여러 사람들이 묻습니다. 왜 학교의 존립에 매들리는가? 아이들은 큰 물에서 자라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폐교를 반대하는 이유가 동창회임원들의 명예욕 때문은 아닌가? 혹 자네 아버지가 힘 써서 세운 학교라 그러는가? 진정 후배들을 위한다면 그들이 좀더 나은 환경과 큰 학교에서 배우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이 밖에도 여러 가지를 내세우며, 우리가 학교에 매달리는 것을 나무라고 비난하는 얘기를 듣습니다.
그렇게 묻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한 번이라도 오서초등학교를 위해서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고,,,
학생이 없으면 그 학교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동문들이 학생이 없는 학교를 존립하게 해달라고 매달리는 것 아닙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오서초교에 입학하는 학생이 없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보다 숫자가 적어져서 열 명 아래로 되면 더 이상 학교 문제에 매달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닙니다.
이순신 장군이 열두척의 배가 남아 있으니 싸울 수 있다고 말한 것을 기억합니다. 지금 동창회 임원들이 발 벗고 뛰어다니고 있는데 뒷전에서 남의 얘기 하듯하는 사람들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개개인의 의견이 다 다를 수 있으니 어떻게 해달라고 강요할 일은 아닙니다. 다만 자기의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열심히 뛰는 사람들 딴지 걸지 말아달라는 부탁입니다.
한 사람의 힘보다, 두 사람의 힘이 더 낫습니다. 학교가 없어진다고 하는 것은 예전에 얘기 나왔던 수도가 옮겨가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오서초등학교는 단지 애들 수업만 하는 단순한 학교가 아닙니다. 우리 부모님들의 피와 땀이 배여 있고, 오서산 아래의 지난 40년 역사가 고스란히 묻혀 있는 곳입니다.
이제 오서가 장곡으로 간다해도 다 해야 30여 명이 조금 넘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도 다 광천으로 보내거나 홍성으로 보내서 더 큰 학교를 만들어야 할까요? 마치 남의 일처럼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거기는 우리의 모교이고 우리의 고향입니다.


참담한 마음으로 영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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