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맛....

2008. 1. 7. 06:47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사진기와 렌즈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맛을 얘기하라면 흔히 꿀맛을 얘기합니다.
꿀맛같은 세상, 꿀맛같은 단잠, 꿀 먹은 벙어리.... 그런데 막상 꿀맛이 어떠하더냐고 물으면 쉽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또 많은 사람들은 달다고 합니다. 그럼 꿀맛을 단 맛이라고 할 수 있느냐? 그것은 아닐 겁니다. 꿀보다 달기야 엿도 있고, 설탕도 있고, 단맛으로만 얘기한다면 훨씬 더 단 것도 많습니다... 꿀맛을 한 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카시아꿀은 아카시아꿀대로, 밤꿀은 밤꿀대로 다 자기만의 맛이 있습니다. 벌이 꿀을 모아다가 재주를 부려서 만들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에 그런 벌이 있다면 그것은 벌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짓이겠지요...
저는 요리 잘하는 요리사는 그 재료가 가진 맛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단언합니다.
돼지고기로 쇠기기 맛을 낸다면 그 요리사는 가짜입니다. 돼지고기를 먹으며, 쇠고기 같다고 좋아한다면 그 사람은 음식맛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저는 쌀밥을 좋아합니다. 아무리 유명한 보리밥집을 간다고 해도 또 아무리 유명한 요리사가 지었다고 해도 보리쌀로 지은 밥이 쌀로 지은 밥을 능가하지 못한다고 믿습니다.
좋은 쌀을 좋은 물로 잘 지은 밥은 반찬 없이 먹어도 충분히 먹을 수 있습니다. 흔히 밥이 달다고 하는데 이것은 설탕이나 꿀을 넣어서 단 것이 아닙니다. 쌀이 가진 맛을 100% 살렸을 때에 단맛이 납니다. 그렇게 잘 지은 밥은 정말 반찬이 없어도 맨밥으로 비울 수 있습니다.
어떤 렌즈는 사람의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것까지 찍어낸다고 합니다. 어떤 렌즈는 실제 색상보다 더 현란한 색을 재현한다고 합니다. 어떤 사진가는 필름에 찍히지 않은 것도 집어 넣을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진가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훨씬 멋있는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야 좋은 사진이 된다면 그것은 사기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있는 것 그대로를 나타대는 것입니다. 시진기의 기술로든, 사진인의 작업으로든 실제 것이 아닌 것을 찍어냈다거나, 만들어 냈다면 그게 어디 사진이겠습니까? 만두는 만두 맛이 나야하는 것이고 찐빵은 찐빵 맛이 나야 합니다. 저는 찐빵이 아무리 맛이 좋다고 한들 그것이 만두 맛을 내거나 케잌 맛을 낸다면 그것은 찐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