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진의 세 가지 조건
2008. 1. 8. 08:02ㆍ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사진기와 렌즈
좋은 그림, 혹은 비싼 그림이 색채가 좋아서 좋다는 말은 거의 듣지 못했습니다.
수묵화든, 채색화든 처음 그릴 때의 색상이 변해서는 곤란하지만 색을 잘 칠해서 그 그림이 좋다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림은 풍경화나 정물화를 높이 치는 편은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 그렸다고 해서 더 잘 그린 그림이라고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보여주고자 하는 것에서 그가 주제로 삼는 것을 얼마나 잘 재현했는가를 얘기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에서도 구도는 아주 중요하지만 구도만 좋다고 해서 좋은 그림이라고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진은 기계적 작동과 사람의 주관이 함께하는 것이라 먼저 기계적 작동부터 얘기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잘 찍은 사진이라도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은 좋은 사진이 될 수가 없습니다. 기계와 사람의 결합 중에서 가장 기본이 초점을 잘 맞추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노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노출이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라는 것입니다. 적정노출이라고 말들 하지만 그것은 찍는 사람,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진기의 노출계나 캔디드노출계가 아무리 정확한 노출을 측정한다 해도 그것은 단지 기계가 가르치는 수치에 불과합니다. 기계가 가르치는 수치를 보면서 판단하는 것은 사진인의 몫입니다. 단지 기계적 노출로만 얘기한다면 더 할 말이 없겠지만 기계는 판단할 수가 없기 때문에 사진인의 판단이 더 절대적입니다.
구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인 구도에 익숙해서 사진을 찍는다고 할 정도가 되면 사진을 찍는 사람이 어떻게 잡느냐에 따른 것입니다. 넓게 잡을 것이냐? 좁게 잡을 것이냐? 무엇을 살릴 것이냐는 전적으로 사진인의 책임입니다.
정확한 초점, 적절한 노출, 알맞는 구도, 이 세 가지가 좋은 사진의 필요충분한 조건입니다.
사진기가 좋아서, 렌즈가 좋아서 등의 얘기는 실제로 사진인이 할 말이 아니라 사이비사진인들이 하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가들이 쓴 사진기와 렌즈는 물론 라이카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것은 사진기가나 렌즈가 더 좋아서라기보다는 휴대하기 편해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의 유명한 사진인들은 무거운 장비가 아니라 가벼운 장비, 즉 사진기와 렌즈 한두 개를 가지고 다녔을 뿐, 삼각대조차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대형 인화물도 드뭅니다. 현대에 와서 자동차에 많은 장비를 싣고 다니며 찍는 것이 유행이 되었고, 그러다보니 엄청 큰 인화물도 문제가 아니지만 브레송이 찍은 사진은 기껏해야 20R이 가장 큰 사진입니다.
좋은 사진은 우리가 늘 먹는 밥처럽 언제 어디서 봐도 물리지 않은 그런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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