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7. 16:48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예전엔 감나무가 아름드리가 많았습니다.
저희 집에도 뒤꼍에 아름드리 감나무가 세 그루나 있었는데 다 늙어서 베어내고 썩어서 죽고 했습니다. 동네에 그런 감나무가 많이 있다보니, 이맘 때면 떨어지는 감을 주으러도 다녔고, 더러는 조홍시를 따서 먹기도 했습니다. 감나무는 나무가 연해서 잘 부러졌는데 부러지는 것이 아니라 통 째로 떨어져 나왔습니다.
요즘은 감이 전부 단감으로 바뀌다보니 나무도 예전 처럼 크지가 않고, 옛날같은 맛의 감을 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초가을에 벌레 먹어서 먼저 발갛게 익는 감을 홍시라고 하는데 원 이름은 조홍시(早紅枾)입니다. 다른 것보다 먼저 붉게 익는다는 것이지요. 꼭 벌레를 먹어서만은 아니고 다른 감들보다 일찍 익으면서 단 맛이 좋습니다. 그 다음에 우리가 먹는 감은 우린 감, 즉 침시(砧枾)였습니다. 감의 꼭지 부분을 바늘로 푹 찔렀다가 빼서
뜨거운 물이나, 소주 등에 담가 놓으면 떫은 맛이 빠져 먹을 수 있었습니다. 추석 때 먹는 감은 대부분 이 침시였는데 요즘은 단감으로 바뀌었습니다. 나무에서 서리 맞고 눈이 올 때까지 두었다가 감을 따서 단지 등에 담아 보관했다가 겨울에 먹는 감을 연시(練枾)라고 합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곶감을 만들지 않지만 곶감은 건시(乾枾)라고 하는데 요즘은 반쯤만 곶감 같은 감을 반시(半枾)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가을에 떨어진 감을 주워다가 구정물통에 담가 두면 우려지는데 그것을 다시 닦아서 먹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요즘 같으면 그런 감 가마니로 가져다 주워도 안 먹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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