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결별을 하는 것이

2009. 11. 27. 22:03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사진기와 렌즈

영원한 사랑이 없는 것처럼 사진기와 렌즈도 구비했다가 언젠가는 떠나보내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펜탁스로 사진을 시작했고, 그 시간이 어언 20년이 넘었습니다. 그 20년 동안 제 손에 들어왔다가 떠나간  펜탁스 사진기가 수십 대가 넘고, 펜탁스 렌즈는 수백을 헤아릴 것입니다.

 제가 자기 변명으로 늘 일제를 쓰는 것에 부끄러워한다고 얘기하지만 그래도 펜탁스는 니콘이나 캐논보다는 왜색이 덜 짙어서 선택한 것이고, 쓰면서 불만스러웠던 적은 없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펜탁스 기기를 저만큼 많이 써 본 사람은 없을 거라는 단언을 할 수 있을 만큼 저는 펜탁스에 애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저와 가까운 형님이, 왜 어렵게 샀다가 그것을 도로 내보느냐고 걱정을 주신 적이 있지만, 제가 사진기와 렌즈를 구입할 수 있는 돈이 한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것을 사려면 가진 것을 다시 팔아야했습니다....

 어렵게 구한 사진기나 렌즈를 다시 팔아야할 때 제 마음인들 편했겠습니까마는 제 손에 들어 온 것은 언제나 애지중지해서, 늘 우리 집사람이 사진기와 렌즈를 다루듯 집안 일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핀잔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20년을 보냈는데 제가 아끼고 제 손 때가 묻은 펜탁스 사진기를 정리하려니까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남들은 쉽게 이야기를 할 지도 모르지만 제게는 제 자식과 같은 기기들이었습니다.

 오늘 중국에서 제 글을 보고, 태일 님이 전화를 해와서 걱정을 해주어서 무척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솔직히 제가 실수를 한 것도 있지만 제가 가장 가깝게 생각하는 친구가 손해를 본 것을 제가 대신 갚기 위해서 돈이 필요한데 다른 것은 정리할 수가 없어, 제가 아끼던 사진기와 렌즈를 처분하는 것입니다. 그 친구가 이것을 알면 또 얼마나 가슴 아파할까봐 아무 얘기도 못하고 오늘 아끼던 것들 정리했습니다. 저는 장사를 하는 사람도 아니고 이익을 위해서 파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그보다 덜한 것을 내어 놓을 뿐입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어떤 것이든 다 결별해야할 때가 옵니다. 그것을 순리로 받아드리면 또 마음 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제가 지금 보내는 기기들을 다시는 제 손에 들여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어 놓은 마음이라 저도 편한 기분은 아닙니다.

 돌물 형님이 애통해하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재 제가 정리할 수 있는 것 중에 그래도 손 쉽게 나갈 것들이 펜탁스 식구들이라 내어 놓은 것입니다. 제 마음을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기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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