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양말

2010. 10. 29. 07:52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발이 거칠어서인지 아니면 요즘 양말이 시원찮아서인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새 양말을 몇 달 신지 못하고 버리는 것이 많습니다. 예전에 어머니께서 계실 때는

양말을 기워주셨는데 지금은 양말이 구멍이 나면 다 버립니다.

  그게 너무 아까워서 좀 기워달라고 얘기를 했더니, 양말 한 켤례에 1000원이면

사는데 왜 그렇게 궁상을 떠느냐는 핀잔이나 듣게 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양말을 깁는 것도

귀찮은 일임에는 틀림이 없겠지만 그게 비싸고 싸고를 떠나서 너무 아까워서 그러는데

요즘 누가 양말을 기워신느냐는 말에는 대답을 하기가 궁색했습니다.

 저는 양말이 구멍이 나도 버리지 않고 신발을 신었을 적에 보이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그냥 신고 다니는데 생각지 않은 자리에 가게 되면 난처해집니다. 그게 집사람을

우습게 만들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야 애들이 놀리면 아침에는 괜찮았는데

갑자기 구엄이 났다고 웃어넘기지만 신발 벗는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면 감추느라

애를 쓰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모임에서 그 얘기를 했더니 이제 막 회갑이 되는 형님 한 분이 당신은

집에서 스스로 기워신는다고, 마누라가 안 기워주면 본인이 기우면 된다고 얘기를 합니다.

그 형님이 괴짜는 아닌데 집에 검은 실이 없어서 검정색 양말을 흰 실로 기웠다고

얘기해서 한참 웃었습니다. 저도 앞으로는 제가 기워신을 생각입니다.

 예전에는 전구에 양말을 신겨서 기웠지만 지금은 구멍난 두 켤례를 하나 잘라서 기우면

별로 어려울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신혼 시절에 장인어른이 구멍난 양말을 버린다고

하니까 어머니께서 다 가져오라고 해서 기워주신 생각이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