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먹고 마시는 곳, 진미통닭 드림호프(3)

2011. 2. 27. 19:13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사진기와 렌즈

 

 

  진미가 없어진 종로는 나에게 맥주 마실 곳이 사라졌음을 의미했다. 진미가 문을 닫은 동안 다른 곳에서는 맥주를 마셨지만, 이상하게도 종로에서는 맥주 마실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한 달 보름간 세 번밖에 맥주집에 가지 않았다.

8월 5일에 진미 아줌마는 진미에서 철수했고, 진미는 그 몇 일 뒤에 ‘신장개업’ 이란 표어를 달고 다시 시작됐지만 진미 같지가 않았다. 나는 신장 개업한 진미에 두 번 가보았으나 두 번 다 너무 실망스러워 맥주를 안 마실지언정 다니지 않기로 했다.

신장 개업 문구를 내걸은 뒤 10여 일 후에 회장님, 구원이 형님과 메뚜기 등 넷이 소주로 1차하고 술이 좀 거나하게 올라서 찾아갔었다. 실내 장식을 바꿔 분위기는 먼저보다 훨씬 밝아졌지만 예전처럼 정이 가질 않았다. 실내 장식도 나이든 사람보다 젊은이 위주로 된 것 같아 좀 서먹했다.

생맥주 500 네 잔을 시켰더니 생맥주가 다 떨어졌다고 병 맥주 마시라고 해서 자리를 털고 일어서고 싶었다. 생맥주 집에 생맥주가 떨어졌다니 장사 않겠다는 얘기가 아닌가. 구원이 형님이 그래도 들어왔으니 한 병이라도 마시는 것이 예의라고 만류해서 다시 앉아 다섯 병을 마셨다. 마시다 보니 500cc 잔에 가득 담긴 맥주를 다른 자리에는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내가 술김에 벌컥 했더니 ‘그것은 오해’라며 손님이 병 맥주를 생맥주 잔에 따라서 가져오란 것이란다. 술맛 완전히 구기고, 듣기 싫은 소리 몇 마디 해주고 나왔다.

다시는 안 가려고 했지만 일주일쯤 뒤에 고 교수님 모시고 서울참치에 갔다가 다시 들려 또 한 번 실망하고 말았다. 교수님께서 굳이 맥주를 한 잔 하셔야되겠다고 하셔서 진미로 모시고 갔더니 나를 알아보곤 불친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며칠 전에 듣기 싫은 소리 한 것을 다 기억하나보다. 하기야 나 아니라도 손님 많을텐데 싫은 사람(?) 반길 필요 있겠나. 그걸로 끝이었다.

진미 아줌마가 드디어 새로운 ‘드림호프’로 문을 열었다. 9월 20일 빗속에 개업한 드림호프는 옛날 진미에서 그 골목으로 100m쯤 올라간 곳에 있다. 주변엔 ‘돈돈 보이네’ 란 돼지고기 집이 앞과 곁에 있고, 파고다극장이 있던 3거리에서 20m 정도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 5번 출구 앞으로 가면 ‘드림호프’란 간판이 보인다.

우리는 드림이 개업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고, 마침내 그날이 와서 서울포토클럽의 주류(酒流) 열 분이 축하하러 갔다. 그날은 우리 서울클럽의 홍보간사이신 이태주 교수님의 출판 기념회가 있던 날이어서 회장님, 부회장님, 감사, 기획간사, 섭외간사, 총무 등이 다 모였고 여성 담당 특별간사, 그리고 우리 서울포토클럽의 암 퇴치 특별위원장님, 광옥이 형님, 석관이 형님, 권 여사님 등이 기념회에 갔다가, 일이 바쁜 석관이 형님, 권 여사님은 먼저 떠나고 남은 아홉 사람과 대하가 합류해 드림에 가서 개업을 축하하며 기분 좋게 한 잔 한 것이다.

드림은 옛날 진미보다 조금 좁아졌지만 훨씬 밝고 깨끗한 분위기여서 좋다. 다만 단체로 갈 때 16명 이상이 되면 한자리에 같이 앉기가 어려울 것 같아 조금 걱정이다. 흑룡강성 아주머니도 다시 와서 같이 일한다. 아줌마가 다시 왔을 때 내게 귀한 선물을 가져왔는데, 이것은 나만 받은 것이라 우리 회원들에겐 비밀이다. 특히 서 장학관님께는 절대 비밀이다. 이제 예전처럼 친절한 아줌마들, 맛있는 통닭, 그리고 좋은 사람들 만날 수 있는 곳은 진미가 아니라 드림호프이다.

진미 통닭일 때는 카드결재가 안되어 불편했지만 드림은 카드로 술값을 낼 수 있어 더욱 좋아졌다. 이젠 주머니가 비어도 부담 없이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드림을 위해서 한 첫 번째 일은 이선희 테이프를 준비한 것이었다. 이선희 골드와 10집 앨범 ‘라일락이 질 때’를 가져다 놓았고,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드림이 새로 문 연 것을 널리 알렸다. 그리고 두 번째 일은, 얼마 전 이선희 15주년 콘서트에 가서 찍은 사진을 크게 확대해 걸어 놓으라고 가져다준 것이다. 앞으로 드림은 나와 우리 서울포토클럽의 새로운 모임의 장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