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노릇
2012. 2. 27. 12:31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한참 전에 김졍명의 "아버지"라는 소설이 크게 인기를 끈 적이 있습니다. 그게 아마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처했을 때라 더 사람들에게 호소력이 있었던 것 같은데 결국 아버지라는 존재는 가족을 위해서 끝까지 희생하는 구성원이라는 얘기였습니다.
두 아이를 키운 아버지로서 제가 과연 자식들에게 아버지라는 말이 어떤 존재인지 궁금합니다. 오늘 큰 애가 대학을 졸업하는데 돌이켜보니 제가 그 아이를 위해서 해준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자괴감이 듭니다. 스스로 알아서 했고, 자기 힘으로 안되는 것은 엄마하고 상의하면서 자랐다는 생각을 하니까 괜히 우울한 생각이 드는 것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둘째가 아들인데 요즘 많이 방황하는 모습입니다.
아들이 하는 얘기가 자기가 꿈을 꾸던 일은 다 아버지가 안 된다고 해서 자기는 벌써 꿈을 다 잃었다는 얘기를 해서 참 당황스러웠습니다. 가서는 안 될 길을 가겠다고 할 때에, 경험상 세상을 아는 어느 아버지가 흔쾌히 찬성을 할 수 있겠습니까?
부모들이 자녀들과 대화를 하다가 말이 막히면, '너도 나중에 네 자식하고 얘기해봐라'고 한다던데 저는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버지라는 이름이 꼭 가시고기여야 하는 것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새끼들을 다 키우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죽어 있는 가시고기를 보면 왜 '아버지'라는 이름이 생각나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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