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민 사진기, 아거스(Argus)

2012. 4. 2. 21:12The 35mm Camera(마루 엮음)

 

 

 

 

 

세계에서 최초로 대량 생산된 35mm 사진기는 1936년에 미국의 IRC(International Research Corp)에서 만든 것이다. 베이틀라이트와 금속으로 제작된 '아거스(Argus) A' 사진기는 견고한 몸체 구조에 삽입방식 렌즈마운트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가격이 9.95$인 이 사진기는 급작스런 성공을 거두고 불과 몇 주 만에 3만대가 팔렸다. 흔히 이 사진기를 조잡한 싸구려로 알고 있지만 당시에 유사한 규격의 플라스틱 롤 사진기가 1$에 팔린 것으로 볼 때 그다지 싼 가격은 아니었다.

 

아거스 A’의 선풍적인 인기에 고무되었던 IRC는 차례로 새로운 사진기들을 발매하였다. 1938년에 비연동 스플릿이미지(split-image) 레인지파인더를 장착한 독특한 디자인의 아거스 C’를 발매하여 인기를 이어 갔고, 곧 이어 렌즈의 포커싱 마운트와 연동하는 레인지파인더 ‘C2’를 내어 놓았다.

 

아거스 C2’1939년에 플래시 싱크로 기능을 추가한 아거스 C3’로 진보했는데, 렌즈는 아거스 코팅 신타(Argus Coated Cintar) 50mm/f3.5에 셔터 스피드는 1/10~1/300초였다. 이 사진기들의 성능은 그리 뛰어나다고 말을 하기는 어렵지만 네모나고 투박한 모양 때문에 '벽돌(Brick)'이라는 애칭으로 불렸으며, 미국 시장에서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1951년에는 다시 디자인을 유선형으로 바꾸고 신타 50mm/f2.8 렌즈를 장착한 아거스 C4’가 등장했다. 셔터 다이얼이 렌즈 옆에 있고, 초점조절용 다이얼이 렌즈와 연동되어 파인더 옆에 붙어있는 독특한 스타일은 역시 미국적인 스타일답다고 할 것이다.

 

1956년에 나온 렌즈 교환 방식의 아거스 C44’아거스 C’ 시리즈의 가장 최근 모델이다. 몸체 내부에 비하인드 셔터를 사용하여 렌즈가 교환되며, 1안 방식으로 된 이중상 합치방식 레인지 파인더의 뷰 파인더는 교환 렌즈의 화각에 따른 가변식이다. 셔터 속도는 B, 1/8~1/300초에 MX 접점과 핫 슈가 있다. 교환 렌즈는 표준 신타곤(Cintagon) 50mm/f2.8 외에 35mm로 신타곤/f4.5와 엔나 리타곤(Enna Lithagon)/f3.5, 100mm에 신타곤/f3.5와 텔레 엔나 리타곤 /f4.5, 그리고 신타 135mm/f3.5 등 모두 6종이다.

 

원래, 아거스, 아르고스, 혹은 아르구스는 목 뒤에 제3의 눈이 있고 눈이 100개나 달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이다. 사진기 파인더를 통해 보는 눈을 제3의 눈이라고도 얘기하는 것을 생각하면 사진기 이름을 만들 때에 꽤나 낭만적인 생각으로 이 이름을 지은 것 같다.

 

한때 이 사진기는 미국의 국민 사진기로 통용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미국 영화 속에 등장하는데 헤리포터에서는 론 위즐 리가 사용하고, ‘월드오브 투머로우에서는 기자로 나오는 기네스 펠트로가 이 사진기로 촬영하는 모습이 나온다.

 

아거스 사진기는 C44 모델을 끝으로 역사 속에서 사라진다. 미국인들이 아무리 튼튼하고 실용적인 것을 좋아한다 해도 아거스 사진기는 너무 투박하고 못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긴 해도 이 사진기는 지금도 쉽게 구할 수가 있고 70년에 가까운 나이를 먹은 사진기지만 그 결과물은 결코 찍는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게다가 요즘은 개성 있게 생긴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특이한 모양새(벽돌)가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화속의 아거스는 죽어서 공작새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 사진기는 특별한 디자인으로 인해 퇴출당했다가 그 디자인 덕에 다시 살아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