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2. 21:19ㆍThe 35mm Camera(마루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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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니카(Konica)는 일본 광학산업의 선두에 섰던 기업이다. 일본에서 최초로 사진 렌즈를 만들었으며, 제 1차, 제 2차 세계대전 때에 일본군의 광학기기 조달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코니카는 일본의 광학업체답게 일안반사 형식과 레인지파인더 형식의 두 가지 사진기를 모두 생산했지만 필자가 보기엔 레인지파인더 형식에서 가장 일본제다운 사진기를 만든 업체라고 얘기하고 싶다. 캐논이나 니콘이 레인지파인더 형식에서 라이카와 콘탁스를 본 떠 만든 것으로 유명하지만 코니카의 사진기들은 그들 나름의 사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특히 코니카 Ⅰ, Ⅱ, Ⅲ와 ⅢA, ⅢM 등은 라이카와 필적할만한 사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코니카는 전쟁 중이던 1940년대 초반에 ‘루비콘’(Lubikon)이라는 이름으로 35mm 사진기를 시험적으로 만들었으나 발매하지 못하고, 전후(戰後)에 이것을 원형으로 하여 1948년에 발매한 것이 ‘코니카(Konica) I’이었다.
이 사진기는 아직 일본의 정밀공업이 미처 부흥되지 못했던 시대여서 경쟁할 기종도 적었으므로 값이 상당히 비쌌는데도 많은 양이 판매되었다. 초기 모델에는 헥사(Hexar) 50mm/f2.8 렌즈를 장착했다가, 1950년에 발매된 최종 모델에는 헥사논(Hexanon) 50mm/f2.8이 장착되었는데 침동 방식(沈胴方式)이었다. 셔터는 필름감기와 연동 기능이 없는 B, 1~1/500초였다.
1951년에는 디자인이 새롭게 바뀐 개량형인 ‘코니카 Ⅱ’가 나왔다. 장착된 렌즈는 ‘Ⅰ’과 마찬가지로 침동 방식이었지만 ‘이중경통(double helicoid)’방식으로 렌즈를 이동하기 때문에 감촉이 좋다. 특히 몸체 앞면에 폭 넓은 금속판(화장판?)을 설치한 디자인은 이 사진기가 최초의 모델일 것이다. 또 2중 노출 기구를 채용한 것도 사용자가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이었다. 기능상으로는 크게 변경된 것도 없이 이 두 모델이 10년 이상이나 판매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1953년에는 다시 개량 모델인 ‘코니카 ⅡA’가 나왔고, 55년에도 ‘코니카 ⅡB’가 나왔으나, 기능상의 큰 변화는 없었고 아직도 셔터에 셀프 콕킹(self-cocking, 필름을 감으면 셔터가 연동하여 걸리는 구조) 기능은 없었다.
그러나 1956년에 나온 ‘코니카 Ⅲ’에는 헥사논 50mm/f2의 밝은 렌즈에 세이코의 MXL의 B, 1~1/500초 셔터가 장착되고, 필름을 감는 노브가 몸체 앞면에 있는 프론트 레버로 바뀌었으며, 셔터도 필름감기와 연동이 되어 렌즈 셔터 사진기의 기본형이 되었다.
이어서 1958년에는 다시 개량된 ‘코니카 ⅢA’가 등장한다. 디자인도 달라졌지만, 특히 프리즘을 사용한 패럴렉스 자동보정이 되는 1:1의 대형 파인더는 지금 보아도 아주 훌륭한 것이었다. 렌즈와 셔터는 ‘Ⅲ’형과 같으나, 이 무렵이 되어서는 렌즈의 묘사력이 매우 뛰어났다. 또 59년에는 셀렌 노출계가 달린 하프 사이즈 겸용의 ‘ⅢM’형도 발매되었다.
코니카는 1960년대 후반에 일기 시작한 콤팩트 사진기의 열풍 속에서도 그 명성을 떨쳤다. ‘롤라이 35’의 등장에 자극되고 하프 사이즈 사진기에 도전하여 1968년에 등장한 것이 ‘코니카 C35’였다. 이 사진기는 35mm 필름 사이즈인데도 당시의 하프 사이즈 사진기와 정면에서 비교해 보면 크기는 거의 같고 몸체의 두께만 몇 mm 두꺼우나 무게는 오히려 50g이나 가볍다.
게다가 두드러진 특징으로 비하인드 셔터(behind the lens shutter, 렌즈군(群)의 바로 뒤에 렌즈셔터의 날개가 있는 형식))를 사용하고 헥사논 38mm/f2.8 렌즈에 신종 광학 유리를 써서 백 포커스를 짧게 함으로써 두께를 줄여 주머니에 넣기 좋게 만든 것이다. 셔터는 코팔의 B매트 프로그램의 B, 1/30~1/650초를 장착하고, CdS 방식의 프로그램 노출방식(EE, Electric Eye) 기구를 채용하여 자동 노출을 시도함으로써, 사용자는 초점조절에만 신경을 쓰게 하여 노출의 불안감을 해소시켰다.
이어서 71년에는 플래시와 연동되어 자동노출이 되는 ‘코니카 C35 플래시 매틱’과 존 포커스로 된 보급형 ‘코니카 35 E&L’을 내놓았는데 휴대성이 좋은 이 ‘C35’사진기 시리즈는 당시의 여행 붐을 타고 금방 생산 대수가 100만 대를 넘어섰다.
이 무렵 어두운 장소에서 촬영할 때는 종래의 불편한 플래시 벌브 대신 보다 간편하면서도 발광시간이 짧은 플래시로 바뀌고 있었다. 플래시의 가이드 넘버에 의해 촬영거리에 따른 조리개를 설정하는 것은 거리계가 연동된 사진기에서가 더 쉬울 수밖에 없었다.
1973년에 발매된 셔터 스피드 우선 방식 EE 사진기인 ‘코니카 C35FD’에서는 이것을 다시 발전시켜 <실외에서의 싱크로 촬영>을 가능하게 했다. 즉, 가이드 넘버와 촬영거리가 결정되면 조리개가 자동적으로 주 피사체에는 최적의 값이 되지만, 밖에서의 경우에는 그 조리개 값에서 배경의 노출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사진기는 셔터 링을 돌리면서 파인더 내의 지침을 마크에 맞추면 플래시에 알맞은 조리개로 배경의 노출도 조정하는 셔터 속도가 결정된다. 이 방식은 그 후 자동화되어 다른 기종에도 계승되었고 현재 대부분의 콤팩트 사진기에 활용되고 있다.
이 ‘코니카 C35FD’를 위해 설계된 헥사논 38mm/f1.8 렌즈는 밝으면서도 화질이 뛰어나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제 남은 문제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 사진기에 플래시를 장착하고 빼어내는 번잡스러운 점을 개선하는 것과 거리계를 자동화시키는 것뿐이었다.
최초로 플래시를 내장한 사진기는 1963년에 독일에서 발매된 ‘비토 로나’였으나 거의 보급되지 못하고 사라지고 말았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1975년에 드디어 플래시를 내장한 코니카 ‘C35EF’가 등장했는데, 그 무게가 ‘C35’의 370g에 비해 플래시를 내장하고도 더 가벼운 340g밖에 안 되어 당시 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 비결은 몸체를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에 있었다. 그 이후 콤팩트 사진기는 모두 플라스틱 바디로 대체되었다. 또 이 사진기가 히트를 하게 된 요인 중 하나는 실내에서의 컬러 사진의 성공률을 높인 데에 있다.
그리고 1977년에는 드디어 세계 최초로 자동초점 기구를 실용화한 코니카 ‘C35 AF’가 나왔는데, 자동초점 범위는 1.1m에서 무한대까지이고, 렌즈배럴 옆에 있는 거리표시계에 그때의 촬영거리가 표시된다. 이어서 1978년에는 사진에 찍은 날짜를 기록하는 데이터 기구가 있는 코니카 ‘C35EF Date’가 발매되었다.
그때까지 수동으로 날짜를 세트하는 사진기는 있었으나, 손목시계의 날짜 IC를 이용하여 날짜가 자동으로 찍히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이러한 코니카의 사진기들은 당시 큰 히트를 하고 있던 야시카의 일렉트릭35 시리즈와 올림퍼스의 펜 시리즈을 누르고 시장에서 선두 주자로 이름을 굳힐 수 있었다.
코니카에서 근래에 내어 놓은 '헥사 RF' 사진기는 라이카 M시리즈와 마운트가 같다. 이 사진기에는 자사(自社)의 헥사논(M-hexanon) 28 F/2.8, 50 F/2, 90 F/2.8 렌즈들과 라이카의 M 마운트 렌즈들을 사용할 수 있다.
코니카의 헥사논 렌즈들은 동양의 칼 차이스 렌즈로 불리는데 렌즈 성능으로만 얘기한다면 일제 중에서 단연 우수하다고 인정받는다. 요즘 렌즈도 좋지만 예전 1950년 중반에 나온 헥사논 렌즈들은 지금도 그 성능에 대해서 찬사가 많다. 명가의 이름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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