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名家)의 명기(名機)들

2012. 4. 5. 21:00The 35mm Camera(마루 엮음)

 

 

 

 

 

 

 

독일, 일본, 한국, 러시아, 미국의 국민 사진기들

 

강호(强豪)91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흥 문파가 생겨나 하루아침에 그 성세를 자랑하기도 하는가 하면, 오랜 역사를 가진 명문 정파도 뜻하지 않은 내분이나 비운에 기울어져서 그 이름을 잃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방파(方派)를 세우지 않고도 명가(名歌)의 이름으로 누대(累代)에 걸쳐 강호와 특정 지방을 풍미한 가문들도 많다. 이런 명문가들은 그들 가문에만 전해지는 독문 무공과 걸출한 자제들로 인하여 강호를 주름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사진기의 세계에서도 10대 업체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길게는 기백 년 동안 군림했다가도 서서히 명성을 잃어간 업체가 있고, 갑자기 신기술로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오래 가지 못하고 사라진 업체도 있었다. 사람들이 선택하는 시장이란 냉정한 정글과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정글의 법칙이 존재한다.

 

한 때 헤아릴 수가 없을 만큼 등장했던 수많은 업체들이 강호의 법칙에 의해 신생, 성장, 쇠퇴의 길을 걸은 것은 사진기업계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등장했다 해도, 시장에서 외면당하면 언젠가는 망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끔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사진기와 렌즈의 성능이 아주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법칙에 의해 밀려난 업체들도 있다는 것이다. 사진기도 다른 제품과 다를 것이 없어서 기술력과 가격의 경쟁에서 밀리면 하루아침에 쇠락의 길로 빠진다. 그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 현재까지 명성을 날리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한 때 천하를 호령하다가도 경쟁에 밀려 시나브로 사라진 업체도 많고, 또한 후발주자로 나와서 앞선 주자와의 격차를 줄이며 선전하고 있는 업체도 있기 마련이다.

 

독일의 35mm 사진기업체를 얘기하면 흔히 라이카와 칼 차이스가 화제에 오르지만 그들보다 더 오련 역사를 자랑하던 곳이 포익틀랜더(Voigtlander)이다. 지금은 그 찬란했던 명성이 사라지고 일본의 코시나에서 무늬만 포익틀랜더인 렌즈들을 생산하고 있지만 이 업체는 오랜 세월 동안 멋진 사진기와 뛰어난 성능의 렌즈들을 생산했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스파이 사진기로 유명한 미녹스(Minox)35mm 사진기를 만들었고, 필름 생산업체로 알려진 아그파(Agfa)도 여러 종류의 사진기들을 발매하면서 유럽의 사진기 시장을 주도했던 중견업체였다. 유럽에서 사진기 하면 독일만 떠올리기 쉽지만 스위스의 알파/볼세이(ALPA/Bolsey)는 여러 종류의 정밀한 사진기를 만들었고, 지금도 수제품(手製品)의 명품 사진기를 만들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전후(戰後)에 수십 개의 업체가 등장했었다. 그중, 지금은 아주 생소하지만 미란다(Miranda)1950년대에 수십 종의 일안반사 형식 사진기를 만들어 냈던 곳이다. 미란다 혹은 샌소렉스(Sensorex)라는 이름으로 사진기를 생산하였고, 여기에 장착되었던 솔리거(Soligor) 렌즈는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었다.

 

펜탁스와 같은 K마운트를 쓰던 리코((RICOH)도 초반에는 라이카 M을 복제한 레인지파인더 사진기로 널리 알려졌던 업체이다. 일본의 라이카 M 복제 사진기 중에서 리코는 제법 정밀한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중형 사진기로 유명한 마미야(Mamiya)35mm 일안반사 사진기와 레인지파인더 사진기를 만들어 그 명성을 자랑했다.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졌던 페트리(Petry)는 일안반사 사진기보다 레인지파인더 사진기로 더 유명하다. 괜찮은 성능과 저렴한 가격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는데 시대적 한계에 부딪혀 퇴출당하고 말았다. 루머에 불과한 얘기겠지만 페트리는 한국계 업체라 일본인들이 고의로 망하게 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수많은 업체 중에 그래도 이름을 날렸던 명가(名家)의 명기(名機)를 여기에 소개한다. 이들은 단순한 명가가 아니라 각 나라의 국민 사진기를 만들었던 유명 업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