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6. 10:46ㆍThe 35mm Camera(마루 엮음)
1960년 독일 쾰른에서 개최된 세계 사진 박람회인 1960 포토키나(Photokina)에서 펜탁스 SP(펜탁스 SPOTMATIC)의 전신인 펜탁스 스폿아이라는 시제품이 발표되었다. 펜탁스 스폿아이는 즉각적인 호응과 날카로운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구입이 불가능하였다. 그것은 미래의 사진기 개발을 위한 진보된 형태와 디자인의 한 모델이었을 뿐 아직 시판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 놀라운 사진기는 4년간의 광범한 연구, 철저한 경험들과 끊임없는 시험 등을 거쳐 1964년 하반기에 수준 높은 아마추어 사진가와 전문 사진가 앞에 나타날 수 있었다.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한 진귀한 렌즈를 장착하고 그 뒤에 장착된 노출계가 돋보인 아사히 펜탁스 스포매틱(Spotmatic)은 당시 어떤 다른 사진기보다 월등하였다. 이는 SLR 사진기에 있어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었다.
이미 렌즈 셔터식의 보급형 사진기에는 내장형 노출계가 장착되어 있었지만 SLR 사진기에 노출계를 내장시킨다는―현재 모든 SLR 사진기에 도입되어있는 TTL 방식―발상은 당시 사진기 업계에 혁명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TTL 연동 노출계 내장 SLR 사진기의 발표로 펜탁스는 또 다시 세계 최초라는 개척 정신을 발휘했다.
〈뉴욕 타임즈〉는 ʻ촬영 렌즈를 통해 빛의 양을 측정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이후 사진기의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 낼 것이다.ʼ고 보도했고 뉴욕 타임즈의 예언은 그대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SP를 종남파의 젊은 장문인 진산월이 완성시킨 유운검법(流雲劍法)으로 보고 싶다.
아사히 펜탁스 스포매틱(Spotmatic, 이를 줄여서 펜탁스 SP라고 부른다)은 스폿 측광이 아니라 평균 측광이었는데도 이런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시제품이 스폿 노출계를 가졌기 때문이다. 시제품에 스폿 노출계를 내장해서 내어 놓았다가 평균 측광으로 바뀌게 된 것은 그 당시엔 스폿 측광은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이라는 사진계의 이론을 받아들인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TTL(Through The Lens) 측광이라는 것도 최초로 시도된 사진기라서 스폿 측광을 할 경우 그것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는 사진인도 많았을 거였다.
펜탁스는 고급 사진기를 지향하면서도 전문가들만 쓸 수 있는 고급형을 고집한 것이 아니라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용하고 즐길 수 있는 사진기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펜탁스 SP는 많은 액세서리를 갖춘 시스템 사진기이면서도 다른 메이커의 사진기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발매되었다.
펜탁스 SP는 표준 렌즈로 슈퍼 타쿠마(Super Takuma) 50mm/f1.4, 혹은 55mm/f1.8 렌즈를 장착했으며 세계 최초로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측정하는 TTL 노출계를 내장하고 퀵 리턴 미러와 펜타프리즘을 장착한 사진기이다. SP는 초점 판 글라스에서 2개의 CDs 수광소자로 측광을 하여 셔터와 필름 스피드와 직접 연동하도록 하였고 렌즈 조리개와도 광전자적으로 연동하도록 만들었다.
사진기 몸통에 감추어진 2개의 고감도 수광소자(Cadmium Sulfide) 센서들을 이용한 렌즈를 통한 노출의 측광(TTL)은, 찍고자하는 사물로부터 반사되어 렌즈를 통과한 정확한 빛의 세기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리하여 뷰파인더를 통해 렌즈를 통과한 빛의 측정치를 노출계의 바늘과 일치시킴으로써 어떠한 조건하에서도 그리고 거의 불가능한 빛의 조건일 지라도 적절한 노출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접사 사진이나 망원 렌즈 또는 필터를 부착하는 촬영도 SP는 외부 노출계나 성가신 다른 보조 기구를 사용하거나 노출 보정 계산 등을 하지 않고도 적정 노출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숙련된 기능공에 의해 꼼꼼하게 만들어진 펜탁스 SP 사진기는 세계의 35mm SLR 사진기 속에서 아직도 훌륭하고 정밀한 기계의 표준으로 남아있다. 펜탁스 SP는 42mm 스크루 마운트로 SV, S1a 등에 사용하던 Takumar, 초광각의 18mm 렌즈부터 초망원인 1,000mm의 렌즈들과 호환이 된다.
M42의 스크루 마운트는 독일의 프렉티카 렌즈를 비롯한 유럽, 러시아, 일본 등의 엄청난 렌즈들을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마운트여서 다른 어떤 사진기보다 더 많은 호환 렌즈를 가진 셈이다. 처음에 시제품으로 나왔던 사진기는 베이어닛 마운트였다가 렌즈의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 스크루 마운트로 변경되었다고 전해진다. M42 스크루 마운트를 가진 SLR 사진기 중에서 이 펜탁스 SP에 비견할만한 사진기는 아마도 전무후무할 거다.
스포매틱은 곧 스크루 마운트 렌즈의 흥망성쇠와 운명을 함께 했다고 얘기해도 좋을 거다. 펜탁스 타쿠마, 동독의 짜이스 렌즈, 프락티카 펜타콘, 그리고 제니타, 쥬피터, 헬리오스, 슈나이더, 야시카의 야시논, 후지의 후지논, 치논, 마미야의 세코르, 리코의 리케논, 포익틀란더, 롤라이, 안나 뮌헨, 엑젝타, 코무라, 탐론, 비비타, 시그마 등 M42 스크루 마운트는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렌즈 메이커가 모두 각자의 렌즈를 뽐낸 꿈의 바벨탑과 같은 마운트로서, 그 간단한 기능과 간결한 구조 덕에 높은 호환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단점도 커서 펜탁스의 발전에 큰 장애가 되기도 했다.
만약에 펜탁스 SP가 처음 시제품처럼 스폿 측광 노출계에 베이어닛 마운트로 생산이 되었더라면 오늘날 사진기 시장의 지도가 달라졌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만큼 SP는 당대의 최고 사진기로 등장을 했다. ED Romney의 Pentax Camera Repair라는 책에는 ʻSP 사진기 내부는 미터, 슬로우 타이머 등 중요한 부분이 매우 잘 만들어져 있으며, 특히 필름감기 부분은 튼튼하게 되어 있어서 펜택스 SP의 중고의 대부분은 전지의 교환이나 외장의 클리닝으로 끝나 버린다.ʼ 고 서술하고 있다.
사진기는 외형보다 더 견고해 중고라도 고장이 적다. 미터의 작동 불량은 전지의 부식에 의하는 것으로, 전지를 바꾸면 작동이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전지는 동전으로 둥근 뚜껑을 돌려 교환 하지만, 이곳이 부식하면 뚜껑이 녹슬어 엉겨 붙어 기판과 일체가 되어 버린다. 이렇게 되면 노출계 없는 수동 사진기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SP 기종은 많이 팔렸기 때문에 중고 시장에는 물건이 풍부해 가격도 안정되어 있다. 교환 렌즈나 액세서리도 종류나 양을 가리지 않고 풍부하다. 표준의 SMC 타쿠마 50mm /f1.4에 가세하여 타쿠마 35mm/f2.0, 타쿠마 135mm/f2.5 등 매뉴얼 렌즈는 신뢰할 수 있는 명기이다.
이 사진기는 이후 일안 반사 형식의 전형(典型)으로 자리매김 되었으며, 한때는 니콘과 캐논의 전 기종을 합친 것보다 이 펜탁스 SP의 판매량이 더 많았던 적도 있었다. SP 사진기의 성공으로 아사히 광학은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됐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어서 수동식 사진기에서 자동식 사진기로, 필름 사진기에서 디지털 사진기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렇게 빠르게 변화를 겪던 사진기 세계도 그 빠름에 반발하여 다시 복고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복고의 바람이 불면서 펜탁스 SP는 다시 주목을 받는 사진기가 되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스크루 마운트여서 외면당하던 사진기들이, 빠름의 시대에서 느림의 시대를 지향하니 골동품 사진기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한 것이다. M42 스크루 마운트 렌즈들은 워낙 다양하게 생산이 되었기에 그 가격이 저렴한 것도 많다. 그것이 장점이 되서 다시 펜탁스 SP가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생산된 지 40년이 넘는 사진기가 그 시절의 명예를 되찾는 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아직도 SP는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이면에는 가격이 아주 저렴하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지만 사진기의 완성도가 그만큼 인정받기 때문일 거다.
펜탁스 SP는
오리지널 SPOTMATIC,
노출계 제외 모델 SL,
셀프타이머 제외와 탑 셔터를 늦춘 SP500,
한 번 더 그 영광을! SPII
개방 측광과 조리개 우선 AE 의 ES(Electro Spotmatic)
개방 측광의 SPF / ES 개량형의 ESII /
셀프타이머 제외 형의 마지막 SP1000
또한 모터드라이브 버전과 데이터 백, 플래시 컨트롤과 미러 락 업 같은 소소하지만 다양한 변형 모델까지 아주 여러 기종이 생산되었다.
이 다양한 기종들은 1964년 스포매틱부터 1977년 SPII와 SP1000까지 무려 14년 간 생산되었다. 이렇게 종류가 많지만 스포매틱 시리즈는 같은 마운트의 렌즈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펜탁스는 SLR 사진기의 선두 주자로 시스템 사진기를 추구했지만 먼저 시작된 것들이 스크루 마운트여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주 곤란을 겪다가 할 수 없이 1976년에 스크루 마운트를 포기하고 베이어닛 마운트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스크루 마운트는 너트와 볼트 식으로 돌려 끼우는 구조인 탓에, 태생적으로 AF와 AE 같은 자동 기능의 탑재가 어려웠다. 이 과정에서 펜탁스는 SLR 사진기의 왕좌를 다른 메이커에 내어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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