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6. 10:50ㆍThe 35mm Camera(마루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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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R 사진기의 시작, 아사히플렉스
일본의 SLR 사진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아사히 펜탁스로 귀결된다. 펜탁스 사진기는 SLR 사진기의 원점이며, 나아가서는 사진기 왕국 일본을 만들어낸 원천으로 불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나는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에 펜탁스 ME-SUPER를 구입하였고 지금도 펜탁스가 주 기종이다. 나는 펜탁스를 종남파에 비유하기를 좋아한다. 요즘 용대운 님이 쓰고 있는 ʻ군림천하ʼ의 주인공들이 종남파이며 그 종남파의 젊은 장문인 진산월이 각고의 노력으로 강호를 평정해가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종남파는 태을신공(太乙神功), 유운검법(流雲劍法), 천하삼십육검(天下三十六劍), 태을신수(太乙神手), 천강지(天剛指)를 자랑하는데 펜탁스의 SP야말로 종남파의 유운검법에 비견할만하다.
아사히광학은 1919년 스톡(Stock)사와 제휴하여 설립되어, 1920년대에 투영기 렌즈를, 1931년에는 사진기 렌즈를 만들어 미놀타와 코니카 광학 등에 납품하였다. 1938년 스톡사와 결별하여 독자적인 아사히광학으로 재출발하였는데 이것은 다른 업체와 마찬가지로 2차 세계대전 중에 군용품을 생산하라는 정부 시책에 의한 것이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하고 끝이 나자 군용품을 생산하던 업체들에게는 위기이면서 기회가 되었다.
전후(戰後) 혼란이 조금씩 안정을 되찾을 때의 아사히광학의 경영은 1951년 사장으로 취임한 창업주의 조카 마쓰모토 사부로(松本三郞)가 맡고 있었다. 마쓰모토(松本) 사장이야말로 아사히 펜탁스의 실질적 창업주라 할 수 있다.
그는 사진기를 몹시 좋아하여 독일제 6×6판 SLR 리플렉스 코렐레(Reflex-Korelle)를 애용하고 그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고 전해진다. 사진기 크기를 기준으로 마쓰모토(松本) 사장의 핵심 방향은 ʻ쓰기 쉽고 간편한ʼ 것이었다. 당시 고급 사진기의 대명사였던 라이카 ⅢC와 ⅢF를 참고로 사진기의 외형을 설계하라는 주문이 기술자들에게 내려졌다. 이후 ʻ소형, 경량ʼ은 아사히광학의 철학이 되었다. 그러나 당시 참고가 될 만한 사진기는 가지고 있던 ‘코렐레’밖에 없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제품을 생산할 때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자세로 시작하였다.
기본이 되는 포컬플레인 셔터(Focal Plane Shutter)부터 시작하여 일본에서는 아직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복원 반사거울(반전 미러, Return Mirror)을 짜 넣은 밀러박스 까지…….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을 제로에서부터 시작했으니 기존의 캐논이나 미놀타, 니콘의 경우와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ʻ1안 반사형식(SLR)ʻ의 사진기 개발에 심혈을 기울인 아사히광학은 명실상부한 SLR 사진기의 선구자였다.
일본 최초의 35mm SLR 사진기, 아사히플렉스(Asahiflex) I 이 태어난 것은 1952년의 일이다. 이 시기는 패전 후 혼란으로부터 일어선 기존의 사진기 메이커들에 의한 6×6판 폴딩 사진기와 TLR 사진기, 35mm 렌즈 셔터 사진기가 주류를 이루던 시대였다. 그리고 라이카 형의 고급 기종만이 RF 렌즈 교환 사진기로는 유일하게 정전(停戰) 전(前)부터의 경험을 살려 조금씩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었다.
그때까지의 RF 사진기는 물론이고 TLR 사진기도 촬영 렌즈를 통해 상을 관찰하는 SLR 형식의 파인더에는 미치지 못했다. 렌즈 교환을 전제로 하면 RF 사진기에 비해 SLR 사진기는 그야말로 ʻ보이는 그대로가 찍히는 이상적인 사진기ʼ인 것이다. 게다가 컬러 리버설 필름의 출현으로 슬라이드 감상이 화제가 되어 ʻ시차(視差)ʼ 없는 정확한 촬영이 기대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몇 가지 남아 있었다.
SLR 형식에서 파인더를 통해 사물을 볼 때 상이 좌우가 바꿔 보이던 문제는 콘탁스의 5각형 펜타프리즘 개발로 이미 해결이 되었으므로, SLR 형식에서 가장 문제가 되던 것은 셔터가 끊긴 뒤에 파인더를 통해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러다가 1954년에 아사히광학의 퀵 리턴 미러 장치의 개발로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러므로 펜타프리즘과 퀵 리턴 미러 장치의 개발로 오늘날 본격적인 35mm 소형 SLR 형식의 사진기가 나오게 됐다고 얘기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여기에다가 1957년에 마미야에서 조리개 자동 장치가 개발되어 사진기는 이제 바야흐로 SLR 사진기의 시대로 진입할 탄탄대로가 마련된 셈이었다.
아사히광학은 1952년 일본 최초의 SLR 형식 사진기인 아사히 플렉스(Asahiflex) Ⅰ을 만들어 시판한 뒤로 꾸준히 SLR 사진기를 생산했다.
아사히 펜탁스의 탄생, 그리고 SP(펜탁스 SPOTMATIC)
아사히광학은 1954년 35mm 소형 사진기의 혁명이라 할 퀵 리턴 미러 장치(반사경 순간 복원 장치)를 개발하였다. 이것을 사진기에 처음 장착한 것은 1954년에 나온 아사히 플렉스 Ⅱb였다. 이 사진기는 지금의 펜탁스와는 다른 모습의 웨스트레벨 파인더 형식이었다.
1957년에 나온 아사히 펜탁스(AP)는 지금까지 나왔던 아사히 플렉스와는 전혀 다른 아이레벨 파인더를 부착하고, 표준 42mm 스크루 마운트를 가진 교환 렌즈, 필름 빨리 감기 레버(Rapid Wind Lever)와 접는 되감기 크랭크를 장착한 기종으로 펜탁스 오리지널로 불린다.
명실상부한 일본 최초의 SLR 사진기인 아사히 펜탁스(AP)는, 아직 축대가 2개이면서 1초의 슬로우 셔터를 탑재하였고, 필름 감기는 레버 형식, 필름 되감기는 크랭크 형식을 채택함으로써 사용 방법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파인더를 통해 피사체를 보면서, 연속해서 찍을 수 있게 된 거였다.
아사히 펜탁스 1호기가 탄생한 1957년에 일본의 다른 유명 사진기 메이커들도 SLR 사진기 시장 참여를 시도하고 있었다. 대기업의 톱을 달리던 동경광학의 톱콘 R(1957년)에 이어서 즈노 광학의 즈노 사진기와, 미놀타의 미놀타SR-2(1958년), 캐논 사진기의 캐논플렉스와 일본광학의 니콘 F 등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뒤를 쫓는 업체들에 대항하기 위해 펜탁스는 고급화를 시도했다. 펜탁스 K(1958년) 사진기에서는 최고 셔터 속도에 1/1,000초를 추가하여, 현재까지 이어지는 1/2, 1/4, 1/8, 1/15, 1/30 배수 계열을 개정했던 것이다. 세계 최초의 실험 정신을 발휘하여, K형은 초점 조절 스크린의 중앙에 마이크로프리즘을 도입하여 초점 맞추기를 용이하게 했다.
또한 렌즈의 조리개 방식을 개정하여, 이제까지의 2중 조리개 링에 의한 수동 방식 조리개에서 세미오토 방식의 자동 조리개로 변경하였다. 이것은, 조리개 링을 원하는 눈금까지 돌리면 레버로 개방할 수가 있어, 셔터 버튼을 반만 눌러도 조리개가 조여지는 기구였다.
펜탁스 K 사진기는 오토 타쿠마(Takuma) 55mm/f1.8 렌즈를 포함하여 리트로 포커스(Retro-Focus)식의 광각 35mm/f2.3 렌즈에서 초망원 1,000mm/f11 렌즈까지 모두 10개의 교환 렌즈가 준비되었다. SLR 사진기는 그 구조상 렌즈의 후면에서 필름까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 광각 렌즈에 역(逆) 망원 타입이라고도 불리는 리트로 포커스(Retro-Focus)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하여 이를 실현시킨 거다. 오토 타쿠마 35mm/f2.3 렌즈는 당시로서는 매우 밝은 광각 렌즈였다.
K라는 명칭은 SLR 사진기의 제왕, ʻ킹ʼ이라 불리는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표현한 것이었으나, 그 다음해인 1959년에는 55mm/f2.0 렌즈를 부착한 펜탁스 S2를 발표했다. S2의 최고 속도는 1/500초로 한 스톱이 줄었지만, K형의 단순한 사양이 아니다. 사진기 전면의 슬로우 셔터 다이얼을 중지하고 상부의 다이얼로 모은 소위 1축 불회전식으로 개정한 거였다.
아사히펜탁스 스포매틱(AsahiPentax Spotmatic,)은 스폿 측광이 아니라 평균 측광이었으면서도 이런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시제품은 스폿 노출계를 가졌기 때문이다. 1964년에 시판되었는데 펜탁스 역사상 최고로 성공한 사진기로 평가받는다.
렌즈의 SMC화와 K마운트로의 변경
1971년에 발표된 세계 최초 조리개 우선 AE 시스템을 갖춘 아사히펜탁스 ES에는 또 한 가지의 화제 거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표준 렌즈로 SMC 타쿠마 50mm/f1.4 렌즈를 채택했다는 사실이다. 세계 최초로 사진기용 렌즈에 SMC(Super Multi Coating)를 시행한 거였다.
SLR 사진기의 선두주자로 퀵 리턴 미러, TTL 측광, 조리개 우선 AE의 개발 등 끊임없이 선구자의 길을 걸어온 펜탁스에도 커다란 시련이 닥쳐왔다. 렌즈 교환이 귀찮은 스크루 마운트가 문제가 되고 말았다.
M42 스크루 마운트의 채용은 펜탁스 렌즈뿐만 아니라 독일제와 다른 일본제의 렌즈를 다양하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으나, 렌즈를 교환할 때 베이어닛 마운트보다 시간이 걸리고 귀찮다는 것이 단점이 되어, 전문 사진가들이나 수준 높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 외면당하였게 되었다.
그래서 1975년에 처음으로 베이어닛 형식의 K 마운트를 채용한 사진기, 펜탁스 K2, KX, KM의 세 기종이 나오게 되었다. K2와 KX에는 반응 속도가 빠른 수광소자 SPD(실리콘포토 다이오드)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채용되었다. 그러나 이미 펜탁스 사진기는 전문가들에게서 멀어진 뒤였다. 현재 펜탁스가 채용하고 있는 프로그램 AE 대응의 KA 마운트와 AF SLR 용의 KAF 마운트는 펜탁스 K 마운트에서 시작된 거였다.
K 시리즈와 M 시리즈
펜탁스 K2는 1975년에 마운트가 변경되어 나온 고급 기종으로, 펜탁스 사진기들의 스크루 마운트였던 프랙티카 스레드 마운트(Praktica Thread Mount) 대신에 새로운 베이어닛 K 렌즈 마운트를 채택했다. 수직 주행 자동 전자식 포컬플레인 셔터로 8∼1/1,000초까지의 셔터 스피드를 가지고 있다. 실리콘 포토다이오드 TTL 측광 방식이고 필름 감도 스케일은 ISO 8∼6,400이다.
파인더 내에는 셔터 속도, 조리개, 측광 지시 바늘, 노출 과부족 경고 표시 및 필름 속도가 보인다. 스플릿-이미지 포커싱으로 교환용 스크린이 있으며, SMC Pentax 50mm/f1.2와 50mm/f1.4 및 f1.8 렌즈가 표준으로 장착되었다.
K2에 모터드라이브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 나온 기종이 K2 DMD이다. 내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이 K2 DMD가 기계적 완성도가 가장 높다. 묵직한 황동 몸통에 기계적 조작을 위한 여러 장치들이 마운트 주변에 잘 배치되어 있다.
펜탁스 KX는 1975년에 출시되어 나온 기계식 셔터 사진기이다. K마운트의 SMC 펜탁스 렌즈 시스템을 전부 사용할 수 있으며 고무 포막 FP 셔터를 채용했다. B, 1∼1/1,000초의 셔터 스피드를 가지며 플래시 동조 속도는 1/60초이다. 신속한 실리콘 측광소자에 의한 매치니들 측광이며 측광 지침이 뷰파인더에 보인다. SMC 50mm/f1.2, f1.4/와 55mm/f1.8이 표준 렌즈이다. 펜탁스 KM은 KX의 단순 사양으로 뷰파인더에 셔터와 조리개 수치가 없다. 기계식 셔터로 렌즈는 KX와 동일하다.
펜탁스에서 마운트를 변경하며 내어놓은 이 K 시리즈는 일본의 다른 메이커들의 기종에 비해서 큰 특징을 갖지 못했다. 1972년, 올림퍼스광학이 크기와 무게를 강조하며 야심차게 발표한 OM 시스템의 올림퍼스 OM-1, OM-2의 크기와 무게에 비하면 신선미가 느껴지질 않았고, K 시리즈가 나온 다음 해인 1976년에 캐논이 대량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여 5년 만에 생산한 캐논 AE-1에는 가격 면에서 대항할 수가 없었다. 펜탁스는 K 시리즈로는 다른 업체와 경쟁할 수 없음을 파악하고 바로 소형, 경량의 새로운 사진기를 개발하게 되는데 이것이 펜탁스의 M 시리즈이다. M 시리즈의 등장과 함께 아사히펜탁스에서 펜탁스로 이름도 변경하였다.
펜탁스 ME는 1976∼1981년에 시판된 완전 자동 조리개 우선 AE로 콤팩트하게 설계된 새로운 SLR 사진기이다. 셔터 스피드 다이얼이 외부에 없고 전자식 세이코 MFC 수직 주행 메탈 셔터가 노출계에 의해 완전 자동으로 동작된다. 뷰파인더 내에 LED가 8∼1/1,000초의 셔터 속도와 노출 경고 표시를 나타낸다.
펜탁스 MX는 1976년에 ME와 같이 나온 콤팩트 SLR 사진기로, ME가 전자식인데 비해 전통적인 기계식 사진기이다. 고무 포막 FP 셔터로 B. 1∼1/1,000초의 셔터 스피드를 가졌다, 완전 수동 노출 작동으로 갈륨 포토다이오드(Gallium Photo Diode)노출계가 장착되어 있다. 표준 렌즈는 SMC M 50mm/f1.4, 또는 40mm/f2.8로 K 마운트이다. 이 MX는 흔히 니콘의 FM2에 비견되는 일본 기계식 사진기의 대표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사진기 시장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 기종으로 기억되고 있다.
펜탁스 ME-Super는 1980∼86년에 발매된 ME의 업그레이드 기종으로 4∼1/2,000초의 속도를 가졌다. 셔터 스피드의 모든 범위가 수동 모드에서도 가능하다. 모터드라이브 장착이 가능하고 표준 렌즈는 SMC M 50mm/f1.4이다. 블랙 및 크롬 모델이 있으며 우리나라 동원광학에서 수입 판매하여 널리 알려진 기종이다. 펜탁스 SP의 성공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SP이후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진기이다.
ME-Super는 우리나라 동원정밀에서 라이선스로 생산하여 국내에서 시판되었다. 이미 월남 참전 용사들 편에 펜탁스 MX가 많이 들어와 있어 펜탁스의 인지도가 높았던 터라 상당히 많이 보급되었다. 조리개 우선 자동이 되는데다가 잔고장이 없어 큰 인기를 끌었고 펜탁스 사진기의 성가를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한 기종으로 기억된다.
기계식 사진기의 단순함에 비해 조리개 우선 AE 기능이 있고 잔 고장이 없어 초보자가 사용하기에도 좋았다. 펜탁스의 최고 기종을 LX라 할지라도, 판매량에서는 펜탁스의 대표 기종으로 SP, MX와 함께 3걸로 선정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펜탁스 LX는 1980년에 출시된 전문 사진가용으로 모든 기능이 탑재된 35mm SLR 사진기의 최고봉이다. LX는 펜탁스 수동기의 최고급이자 니콘 F3, 캐논 F-1, 콘탁스 RTS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작이다. 전지의 힘으로 작동하는 티타늄 셔터는 125∼1/2,000초 무단 변속으로 모든 정보가 뷰파인더 내에 보인다. 노출 모드는 조리개 우선 AE, 매치 니들(Match Needle) LED 및 매뉴얼이다.
비와 모래, 먼지의 침입을 방지하는 세계 최초의 획기적인 밀봉 구조로 설계된 LX는 테스트에 의해 태어난 홀딩감이 좋은 3차 곡면 형상의 특수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한 소형의 견고한 몸체로 되어있다.
또한 자동 노출의 정도를 향상시킨 독자적인 IDM(Integrated Direct Metering) 시스템으로 필름 면에서 플래시와 주변 광량을 측광하는 고정도의 자동 노출을 실현한 획기적인 사진기이다.
모터드라이브 FA-1의 장착이 가능하고 완전 밀봉 구조로 수중 사진기에 대응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으로 다양하고 종합적인 액세서리가 개발되어 있다. 게다가 전자제어에 의한 조리개 우선 AE와, 전지 없이도 1/75~1/2,000초 까지 작동 가능한 기계식 셔터를 동시에 탑재한 본격적인 프로 성향의 사진기면서도 당초의 이념인 소형, 경량의 정신을 관철했다.
이 LX는 2004년까지 발매되었으며, 2005년 현재에 와서는 니콘의 F3, 캐논의 New F-1과 비교하여 중고의 가격이 월등히 높게 거래되고 있는 펜탁스의 최고 기종으로 흔들림이 없다. 펜탁스의 다른 기종들은 중고 가격이 낮게 거래되어 큰 부담이 없지만 LX는 웬만한 펜탁스 마니아에게도 부담이 될 만큼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세계 최초의 AFSLR, 그러나 뒤쳐진 AFSLR
1981년에 펜탁스는 ME 슈퍼를 모체로 하는 세계 최초의 AF SLR 펜탁스 ME-F를 발매하였으나 초점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리는 콘트라스트 방식이었다. 이 검출 방법은 본래 비디오용의 전자 회로를 사용한 것이다.
기존 렌즈를 사용했을 때 ME-F의 초점 보조 시스템(Focus-Guidance System)은 수동으로 초점을 적절하게 맞추면 신호음과 동시에 발광 다이오드가 깜박거린다. 35∼70mm/f2.8 SMC AF 렌즈는 초점을 자동적으로 맞추기 위하여 동일한 시스템의 정보를 이용한다.
니콘의 F3-AF, 캐논의 T80 등도 자동 초점 방식이었으나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펜탁스도 오히려 다른 업체에 지지 않으려 프로그램 AE화에 힘을 쏟았다.
1983년에는 멀티모드 AE의 펜탁스 슈퍼 A, 다음 해인 1984년에는 자매품인 프로그램 A, 1985년에는 프로그램 A의 와인더 내장기인 펜탁스 A3데이트를 발표했다. A3데이트는 펜탁스 최초의 필름 자동 감기 사진기였으나, 같은 해 미놀타도 역시 처음으로 자동감기 사진기 X-7000을 발매했다.
미놀타 X-7000의 출현은 본격적인 AF SLR 사진기 시대를 알리는 쇼크로서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미놀타의 X-7000은 콘트라스트 방식이 아닌 위상차 검출 방식으로 초점을 아주 빠르게 정확히 잡았으며, 다른 업체의 AF SLR 사진기와 달리 모든 호환 렌즈를 갖춘 완전한 시스템이었다.
이것은 35mm SLR 사진기 산업에 또 하나의 혁명이었다. AF SLR 사진기 개발에 뒤쳐진 펜탁스가 이를 만회하는 데는 2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쏟아 부어야 했다. 그러하여 나온 기종이 펜탁스 SF 시리즈였으나 SF1, SF7, SFX, SFXn 등의 사진기는 다른 업체보다 한발 뒤진 발매였고, 그 기능도 변변치 않아 주목을 받을 수가 없었다.
다른 업체의 기종들은 셔터 스피드가 1/8,000초에 육박할 때에 SF 시리즈들은 고작 1/2,000초, 1/4,000초였고, 다른 기종들이 다(多) 분할 측광, 스폿 측광을 채용할 때도 펜탁스의 기종들은 평균 측광을 고수했으니 전문 사진가들로부터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펜탁스는 SF 시리즈의 참담한 실패 뒤에 성능을 향상시킨 Z 시리즈를 내어놓아, Z-10, Z-20, Z-1, Z-5, Z-1P, Z-5P 등을 차례로 발매했다. 이중에서 Z-1, Z-5, Z-1P, Z-5P 정도가 그런대로 고급 기종에 속할 만하다.
펜탁스 Z-1P는 1993년에 발매된 기종으로 펜탁스 AF SLR의 Z 계열 중에서 톱 모델로 우수한 성능과 모든 특징들을 포함시켰다(북미 지역에서는 PZ-1P로 판매되고 있다).
셔터는 30∼1/8,000초로 프로그램과 조리개 우선 AE 모드에서 무단(無段)이고, B 셔터가 있다. AF 포커싱은 싱글 숏 및 예측 기능을 가진 연속 AF, 스냅-인 포커스 및 수동 포커스이며, 노출은 프로그램 AE, 조리개 우선 AE 외에도 펜탁스의 독자적인 하이퍼 프로그램(Hyper Program)과 하이퍼 매뉴얼(Hyper Manual)이 있다.
하이퍼 매뉴얼은 마치 표준 미터에 의한 수동 모드처럼 작동하나, 버튼을 눌러 프로그램 AE를 통해 적정 노출로 즉시 세팅할 수가 있다. 또 다른 버튼을 눌러 셔터나 조리개 우선 AE로 금방 전환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미 시장을 다 잃고 난 뒤에 나온 것이라 큰 기대를 할 수가 없었다. 다만 하나 위안이 된 것은 펜탁스도 마운트를 K 마운트로 변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펜탁스가 제 3세대 AF SLR 사진기로 내어놓은 것이 MZ 시리즈다. 기존의 SF 시리즈나, Z 시리즈는 펜탁스의 ʻ소형, 경량화ʼ라는 회사 이미지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지 기존의 사진기들보다 소형, 경량화 된 MZ-5, MZ-3, MZ-S, MZ-10 등을 차례로 발매하였다. 이러한 소형, 경량화는 사진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될 문제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너무 작고 가벼워 중후한 맛이 떨어져 좋지 않다.
펜탁스의 Z-1P는 전지실의 외부가 약해 문제가 많아 펜탁스의 매니아들에게 불만이 많았다. 플라스틱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던 거다. 그래서 대체 기종으로 나온 MZ-S는 마그네슘 합금으로 제조했지만 기능면에서 Z-1P보다 조금 후퇴한 면이 있다. 둘 다 써보았지만 니콘의 F5나 캐논의 EOS 1N보아 떨어진다는 것이 솔직한 평일 거다.
펜탁스가 앞으로 어떤 길을 어떻게 걸을 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그간의 소극적인 개발 태도에서 벗어나 ʻSLR 사진기의 대부ʼ라는 명실상부한 이미지를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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