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6. 10:58ㆍThe 35mm Camera(마루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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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의 마케팅 전략에 의하면 FM2는 철저하게 아마추어를 위한 사진기이다. 니콘은 처음에 FM, FM2를 생산하면서부터 FM2를 아마추어를 위한 기종이라고 하여 최고급 시리즈인 F 시리즈와는 확실하게 분리를 하였다.
우선 시야율에서 93%로 다른 F기종의 100%와 차이를 두었고 플래시 측광 방식에서 TTL 기능을 배제한 것이다. 니콘이 자랑하는 전문가용 사진기는 니콘 F 시리즈이다. 니콘 F 시리즈는 F, F2, F3, F4, F5, F6 등으로, 문자가 조합되었거나 숫자가 두 자리인 것들은 보조용 사진기이거나 아마추어용으로 나온 기종이다.
그러나 아마추어용 FM2가 한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되면서 니콘의 전문가용 F 시리즈 사진기들을 몰아내고 니콘 최고의 사진기로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2류가 1류를 잡았다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FM2에는 몇 가지 버전이 있다. 이것을 다 구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크게 FM2의 모델은 오리지널 FM2와 FM2n의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오리지널 FM2는 1982년에 출시되었고 1983년에 새로운 모델로 대체된 것이 바로 FM2n(New FM2)이다. FM2n은 또 몇 가지 종류로 세분화될 수 있지만 먼저 오리지널 FM2와 FM2n의 구별 방법은 다음과 같다.
제품 일련번호가 그 첫 번째 구별 방법이 될 수 있다. 모든 FM2의 뒷면에는 이 번호가 있으며, 오리지널 FM2는 "N" 또는 "T"의 표시가 없이 7******로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항상 적용되는 기준은 아니다. 기술적으로 신형의 기종에 구형의 껍데기로 교체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셔터 스피드와 플래시 동조 스피드는 가장 중요한 구별 기준이다. 셔터 다이얼의 셔터 스피드 표시가 오리지널 FM2가 15개인 반면 FM2n은 14개이다. 이것은 플래시 동조 스피드의 표시 때문으로, 오리지널 FM2가 125, X200의 동조 스피드 표시를 가진 반면 FM2n은 250의 플래시 동조 스피드 표시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결과이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오리지널 FM2와 FM2n이 내부의 기계적 구조에서 차이를 가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셔터 막으로도 구분이 가능하나 이것은 설명이 좀 복잡하다. 먼저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리지널 FM2가 벌집 모양의 티타늄 셔터 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벌집 모양의 셔터 막은 FM2n에서도 상당 기간 사용되었기 때문에 벌집 모양의 셔터 막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오리지널 기종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위의 세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면 오리지널 FM2 사진기라고 말할 수 있다.
오리지널 니콘 FM2는 1982년에 출시되었다. 이것은 FM2의 전신인 FM이 나온 지 5년 뒤의 일이다. FM2는 셔터 스피드 1/4000과 플래시 동조 스피드 1/200의 장벽을 넘은 최초의 상업용 SLR 사진기였다. 이것은 무게를 줄인 벌집 모양의 티타늄 셔터 막에 의해 가능했다. FM2는 노출계를 빼고는 모두 수동으로 조작되도록 만들어졌다. 중앙 측광 방식의 노출계만이 유일하게 전지를 필요로 한다.
1983년에 FM2의 플래시 동조 스피드는 1/250초로 빨라졌고 필름 이송을 부드럽게 하는 약간의 변화가 필름 이송 장치에 가해졌다. 그리고 초점 맞추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파인더 스크린이 종전보다 1/3 EV가 밝아졌다. 이 사진기가 바로 시리즈1 FM2n이다. 오리지널 FM2와 시리즈1 FM2n은 벌집 모양으로 된 티타늄 셔터 막을 가지고 있고 제품 일련번호는 7******로 표시되어 있다.
그로부터 6년 뒤인 1989년에 FM2n의 셔터 막은 새로운 알루미늄 합금으로 대체되었다. 이것은 극단적인 온도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셔터 막을 작동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것이 지금까지 생산되고 있는 시리즈2 FM2n이다. 시리즈2의 바디들은 8******의 일련번호를 가지고 있다.
시리즈1의 FM2n 기종은 엄격하게 2종류로 세분화시킬 수 있지만 구분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초기의 FM2n의 셔터 막은 고장이 나면 셔터 전체를 교환해야 해서 비용이 많이 들고 불편한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니콘은 1985년 후반기부터 셔터 막 부분 교환이 가능한 셔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시리즈1 FM2n은 사실상 셔터 전체 교환 방식과 셔터 막 부분 교환 방식의 2종류인 셈이다. 그리고 벌집 모양의 셔터 막 전체 교환 방식이라 하더라도 오리지널 FM2와 시리즈1 FM2n의 셔터 막은 다르다. 따라서 시리즈1의 셔터 막 전체 교환 방식의 셔터를 부분 교환 방식의 셔터 막으로 바꿀 수는 있겠지만 오리지널 FM2의 셔터 막을 부분 교환 방식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초기의 티타늄 셔터 막은 10만 번의 작동을 목표로 제작되었고 이것은 당시 아마추어를 위한 다른 SLR 사진기의 거의 2배에 이르는 내구성을 가진 것으로 작동의 신뢰성과 견고성 면에서 아주 우수한 것이었다. 그러나 FM2n의 티타늄 셔터 막은 극단적인 온도의 변화 상태에서는 안정적인 작동에 있어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FM2n 셔터 막의 알루미늄 합금으로의 교체는 1989년에 이루어졌다. 이 새로운 셔터 막을 가진 사진기가 시리즈2, FM2n이다. FM2n은 지금은 생산이 중단되었지만 아마 가장 오랫동안 생산되고 판매되었던 기종의 하나일 것이다.
당시 니콘의 AF-SLR 사진기인 니콘 F801과 니콘 F4(s)는 1/8000초의 셔터 스피드를 가지고 있었다. 필연적으로 이러한 SLR 사진기들의 발전은 새로운 셔터의 개발을 필요로 했다. 당시 니콘의 협력 업체인 코팔(Copal)은 더 가볍고 안정적인 알루미늄 합금으로 셔터를 설계함으로써 이전의 티타늄 셔터가 가지고 있던 기술적인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기술적 변화는 FM2n에도 자연스럽게 적용되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알루미늄 셔터 막의 사용은 생산 원가를 낮추는데도 기여할 수 있었다. 티타늄은 그 속성상 공정 과정이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금속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것이 FM2n의 생산에 알루미늄 셔터를 도입하게 된 실질적인 이유일 것이다.
시리즈2의 일련번호는 N 8******로 표시되어 있다. 알루미늄 합금 셔터 막의 구별은 간단하다. 티타늄 셔터 막의 모양이 벌집 모양을 한 것에 비해서 알루미늄 셔터 막은 무늬가 없다. 1989년 이후로 생산되는 FM2n 사진기는 모두 시리즈2 FM2n이다.
1994년에 니콘은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왔던 FM2n 티타늄 기종을 선보였다. 그러나 FM2/T로 불리는 이 사진기는 공식적으로는 1997년에 생산이 중단되었다. FM/T의 일련번호는 T ******로 표시된다. 니콘이 그들의 최고급 기종 사진기에 티타늄을 사용한 것은 매우 오래된 일이다. 니콘 F에 티타늄 기종이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F2(F2T)와 F3(F3/T)에 있었다.
니콘 FM2/T 사진기는 자체 무게가 515g으로 FM(590g)이나 FM2n(540g)에 비해 가볍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FM2/T는 부분적인 티타늄 몸체(좌우 덮개와 몸체 바닥)를 가진 것 외에는 시리즈2 FM2n과 그 조작 방법, 기능, 모양에서 거의 같다. 그렇긴 해도 약간의 개선이 셔터 스피드 조절 장치와 필름 이송 장치에서 이루어져, FM2/T의 조작은 FM2n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아는 사람은 드물지만 FM2에 하프프레임(18mm X 24mm) 기종도 있다. FM2하프프레임은 노르웨이경찰에 의해 특별 주문된 것으로 생산된 사진기가 수백 대에 불과한 아주 희귀한 기종을 알려져 있다. 이것은 1/200 동조 스피드를 가진 초기의 FM2와 사실상 같은 버전에 속하며 외관상으로는 같아 보여서 구별이 곤란하다.
이 사진기는 좁은 프레임 때문에 파인더 상에서 중앙의 포커싱 영역 부분만이 보이고 양 가장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이 한정 생산된 FM2는 가장 큰 하프프레임 사진기(그 이전까지 최대였던 올림퍼스 Pen F/FT보다도 큰)로서 모든 니콜 렌즈와 니콘 보조 장비들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진귀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발견된 일이 없다고 한다.
FM2는 니콘 사진기의 기념 바디로도 생산이 되었다. 'Year of the Dog(1994)'와 'Year of the Dragon(2000)'이 그것이다. 니콘에서 나온 기념 바디는 아주 드물기 때문에 이것은 특별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FM2/T의 하나인 'Year of the Dog'은 니콘이 가장 적게 생산한 사진기이다. 단지 300대만이 생산되었기 때문에 일련번호도 T9400001에서 T9400300까지인 이 가장 희귀한 사진기는 판매상에게도 공급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 사진기는 대중들에게, 아니 수집가들에게조차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아마 희소성으로 보면 이 사진기의 가격은 상당할 것이다. 그리고 이 사진기는 박스에도 생산 번호가 적혀있는 최초의 니콘일 것이다. 'Year of the Dog'은 개띠 해인 1994년을 의미한다. 사진기의 전면 FM2/T라는 표시 옆에 개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고 하나 본 적은 없다. 이것은 주인에게 충실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Chen-ten이라는 개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FM2는 2000년에 또 하나의 기념 바디로 생산되었다. 밀레니엄 2000 기념 모델로 불리는 이 사진기는 2000대 한정 생산되었으며 이 FM2 밀레니엄 사진기는 기존의 FM2의 기본 골격에 약간의 금도장과 함께 용의 해를 의미하는 상징물이 부착되어 있다.
바디의 뒤쪽에는 Y2000 ****/2000(2000개 중 ****번째)이라는 일련번호가 있다. 니콘이 2000년의 기념 사진기로 FM2를 선택했다는 것은 FM2가 그만큼 성공적인 모델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FM2는 니콘의 사진기들 중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기종이다. FM2는 무당파의 태극권 정도로 보면 맞을 것이다.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입문 무공이지만 대성하면 큰 위력을 발휘하는 태극권이니 그 이미지가 딱 맞는다.
무어니 무어니 해도 FM2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어른이든 학생이든 초보자가 사진을 시작한다면 다 니콘을 가지려하였고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권하고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FM2였다. 사진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좋은 것은 수동식이고, 수동식의 대명사는 니콘의 FM2였던 것이 그 당시의 우리나라 사진계의 현실이었다.
8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고급 사진기가 사치품으로 묶여 수입이 전면 금지되어 있다가 88올림픽을 앞두고 해제가 되었다. 그 절묘한 시점에 아남정밀에서 이 사진기를 공급하면서 큰 덕을 봤던 것이다. 아남정밀은 일본에서 부품을 가져다가 조립하는 방식으로 FM2를 생산하여 아남 니콘 FM2로 내어 놓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니콘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일본을 대표할만한 최고의 사진기라는 점에서 가장 끌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니콘의 전신이 일본광학공업이고, 일본광학공업은 조선을 식민지화했던 일본 제국주의의 가장 대표적인 군국주의 군수 기업이라는 것이 사진기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니콘의 사진기들이 높은 정밀도와 뛰어난 기능으로 세계 사진기 시장에서 성가가 높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ʻ일본ʼ이라는 나라와 ʻ니콘ʼ이라는 이름이 합쳐지면서 과대 포장된 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볼 때 과대 포장의 가장 대표적인 사진기가 우리나라에서 니콘의 F 시리즈를 물리친 FM2가 아닐까 싶다.
FM2는 매우 단순한 기능 밖에 없다. 기계식답게 노출만 정확할 뿐 편리한 기능은 없다. 그런 단순한 기능이 사진인들에게는 더 좋은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복잡한 기능을 가진 사진기를 가진 사람들 중에 그 기능을 다 알고 쓰는 사진인은 거의 없다. 그렇게 쓰지도 않는 기능들이 추가되면서 사진기 가격이 올라가고 잔 고장이 나게 된다. 그래서 사진을 많이 찍는 사람들은 단순한 기계식을 더 선호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게 니콘의 한 기종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FM2가 아니라 FE2를 갖고 싶다. FE2는 FM2와 모든 기능에서 동등한데 사진기 작동에 전지가 필요하다는 것과 조리개 우선 자동 노출이 된다는 점이 다르다.
기계식도 좋지만 사진을 찍다보면 조리개 우선 자동노출이 얼마나 긴요하고 편리한 기능인지 알게 되겠지만 의외로 기계식을 권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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