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티나 Ⅲc와 ⅢC, 코닥의 이름으로

2012. 4. 9. 20:29The 35mm Camera(마루 엮음)

 

 

 

 

 

레티나 는 두 기종으로 제작되었다. 레티나 c19541958년까지 생산되었고, 레티나 C19581961년까지 생산되었다. 매 당시 가격은 c$185였고 C$175이었다. 이들을 소문자 ʻʻcʼʼ와 대문자 ʻʻCʼʼ로 구별하는 것은 뷰파인더 창()의 크기 비교인데 c를 소창(小窓, Small Window), C를 대창(大窓, Big Window)이라고도 부른다.

 

c는 광각 렌즈와 망원 렌즈를 사용할 때 별도의 파인더 창이 필요하지만, C는 뷰파인더 안의 프레임 선으로 보조 장치가 필요 없다는 점이 큰 차이일 뿐 다른 차이는 없다.

 

둘 다, 렌즈를 접어서 몸통에 넣고 뚜껑을 닫으면 예쁘고 깜찍한 작은 사진기가 된다. 그러면서도 매우 단단한 느낌을 주고 묵직해서 가볍다기보다는 중후한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사진기 집에서 꺼내 놓고 보면 마치 자라가 목과 발을 집어넣고 있는 모습이 연상될 것이다. 렌즈를 앞으로 펼쳐 놓으면 또 전혀 다른 모습이 되서 볼수록 신기하게 생각된다. 그래서 공동파의 복마검법(伏魔劍法)에 비유한다.

 

공동파의 복마검법은 공동파의 제자라면 누구나 배우는 입문 무공이지만 그 진척에 따라 위용은 무궁무진한 것으로 이름이 높다. 많은 무림인들이 처음부터 최고의 무공을 닦고자 하지만 기초가 탄탄해야 어떤 무공이든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기억해두어야 시행착오가 없을 게다.

 

레티나 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이전의 다른 기종과 비교할 때 노출계가 장착되었다는 점이다. 비록 연동이 되지 않는 노출계였지만 이름 높은 고센의 노출계를 장착했다는 것만으로도 사진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노출계는 밖의 주광에서 사용할 때와 실내에서나 빛이 부족한 곳에서 사용할 때에 그 사용 방식이 다르다. 노출계 앞에 덮개가 있어 주광에서는 그 덮개를 닫고 사용하며, 빛이 부족한 곳에서는 덮개를 열고 사용하게 되어 있다. 조리개와 연동이 되지 않았지만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그런 설계를 한 거였다.

 

레티나 사진기들은 표준 렌즈로 슈나이더 제논­C 50mm/f2.0 렌즈들이 장착되었다. 그리고 35mm/f5.6 슈나이더 컬터 제논­C 렌즈와 80mm/f4.0 슈나이더 롱거­C 렌즈가 구비되어 호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렌즈들은 요즘 교환 렌즈처럼 통째로 교환이 되지 않고, 렌즈 앞부분만 교환되는 특이한 형식이지만 렌즈의 성능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라 각광을 받았던 것이다. 렌즈 앞부분만 교환을 할 수 있게 만들다보니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아 가지고 다니기에 용이하다.

 

슈나이더 렌즈는 현재에도 대형 사진기 렌즈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뛰어난 해상력과 색 재현력, 높은 콘트라스트는 흑백 필름이나 컬러 필름 어디에 사용해도 부족한 점이 없다고 할 만하다. 렌즈를 교환하려다보면 이상한 구조로 장난감 같지만 사진만큼은 상당히 우수한 화질을 보여준다.

 

다만 렌즈가 아주 깨끗한 상태로 보관된 것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렌즈의 제작 과정에서의 문제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교환 렌즈들을 확인해 보면 렌즈 안에 흠집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진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을 하지만 이왕이면 깨끗한 것을 구하는 것이 마음이 개운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레티나 의 셔터는 싱크로 콤파 MXV(Synchro Compur MXV Shutter)B, 11/500초의 셔터 스피드를 가졌다. 초점 맞추는 방식은 이중상 합치식의 RF 연동이며, 필름 감도는 ISO 103,200까지 설정할 수 있다. C에 비해, c는 파인더가 작아 초점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하나 막상 c로 초점을 잡아보면 상당히 쉽다는 생각이 든다. 라이카 M3와는 비교할 수가 없겠지만 초점을 조절할 때 큰 불편은 느끼지 않을 거다.

 

레티나 는 부품 하나, 하나를 수제품으로 생산하여 조립한 사진기로 정밀하게 설계된 구조와 기능으로 매우 우수한 사진기의 반열에 들어간다. 이렇게 품질이 뛰어난 사진기를 25만 원에서 35만 원이면 구할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물론 대창은 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거래되지만 소창이라 하더라도 사진을 찍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레티나 는 그 설계와 구조도 뛰어나고 우수한 품질의 렌즈들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현재까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교환 렌즈가 라이카처럼 다양하지는 않은 대신 가격이 저렴하여 큰 부담 없이 사진을 즐길 수 있다.

 

이 사진기들은 금속으로 된 단단한 뚜껑이 있고 밑에는 필름을 전진시키는 레버가 있다. 대부분 사진기의 필름 레버는 위이 있지만 이처럼 바닥에 달린 레버를 사용해 보면 몸통이 짧은 사진기에서는 위에 달린 레버보다 더 빠르고 좋다는 것을 알 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파인더에 눈을 댄 채 필름을 전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렌즈를 접어 넣는 유명 사진기 중에 한 번의 동작으로 필름을 전진시키면서 셔터를 장전할 수 있는 것은 레티나 뿐이다. 그리고 렌즈를 접어 넣었다가 빼내는 일이 많으므로 렌즈를 접어 넣지 못하게 하는 후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레티나의 선명도 높은 렌즈는 이 사진기의 여러 가지 매력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 기계는 작고 편리한 몇 가지 안 되는 사진기 중의 하나로서 써보면 정말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레티나처럼 렌즈를 접어 넣는 사진기는 잘 접혀지는 주름상자가 있고 이런 주름상자는 다른 어떤 구조보다 사진기 내부의 반사를 억제하는 효과가 높다.

 

노출계가 빛이 많은 곳과 적은 곳에서 뚜껑을 열거나 닫거나 해야 하는 번잡함이 있지만, 이것은 더 정확한 노출을 측정해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함이니 조금만 익숙해지면 별 문제가 없다. 교환 렌즈는 35mm/f4.0 35mm/f5.6, 80mm/f4.0 등이 있지만, 제논, 헤리곤 등 각각의 렌즈에 전용이 되기 때문에, 제논 렌즈에 헤리곤 렌즈를 교환하여 사용할 수가 없다.

 

이 사진기(C/cIIC/c, B/b 까지 포함해서)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두 가지 중요한 법칙이 있다.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고장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숙지해야한다. 첫 번째 법칙은 렌즈의 경통(헤리코이드)을 무한대에 위치하지 않으면 사진기 앞 뚜껑이 닫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을 다 찍고 사진기를 정리할 때는 반드시 렌즈를 무한대에 초점을 맞춰놓고 몸통 안에 넣어야한다.

 

다른 하나는 필름 카운터이다. 이 사진기는 필름 카운터가 감산(減算)식 방식이라 필름을 장착하여 1번 위치에 가면 36혹은 24가 된다. 사진을 찍으면서 필름을 감으면 숫자가 줄어들면서 마지막에 1의 위치로 온다. 필름 카운터가 1을 가리키면 사진기에 필름이 아무리 남아 있어도 감을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필름을 장전할 때마다 필름 카운터 조절하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사진기의 사용에 또 하나의 어려움은 렌즈를 교환했을 때에 이중상 합치로 초점을 맞췄다고 해도 렌즈의 초점 거리에 따라 초점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하게 계산하여 조정하지 않으면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으로 찍힌다는 것이다. 물론 찍히는 사물이 먼 거리에 있어 조리개를 조여서 찍을 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찍히는 사물이 가까운 곳에 있어 부득이 조리개를 많이 열고 찍어야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진기에 부착되어 있는 표준 렌즈에 그 차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지표가 있긴 하나 움직이는 물체를 찍을 때는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그러니 앞에서 말한 대로 렌즈를 다 갖추는 것보다 그냥 표준 렌즈 하나만 가지고 찍는 것이 더 즐거움을 줄지도 모른다.

 

호사가들은 이 사진기를 쓰는 즐거움이 저렴한 가격의 질 좋은 렌즈를 교환해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아주 익숙하게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이야기일 뿐이고 초보자들은 그저 단순한 기능만을 사용하기도 벅찰지 모른다.

나는 레티나 c를 가지고 있다. 렌즈도 35mm/4.080mm/4.0 두 개를 다 가지고 있으니 제대로 구성이 된 셈이다. 소창은 대창과 달리 파인더가 작고 변화가 없기 때문에 렌즈를 바꿔 장착해도 그대로 보인다. 그래서 별도의 파인더를 구비해야 제대로 보고 찍을 수 있다.

 

파인더까지 구입해서 세트로 가지고 있다가 별로 쓸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놀타클럽 장터에 내어놓아 광고사진을 전문으로 하신다는 니콜라스 윤이라는 분에게 넘겼다. 전부 구입가격은 50만원 정도 들어갔는데 40만원을 받은 것 같다.

 

그런데 그 사진기를 사간 니콜라스 윤이, 레티나c가 노출을 공부하는 데는 라이카보다 낫다고 하면서 초창기엔 자동차 가격과 맞먹는 아주 고급 기기였다는 얘기를 해서 속으로 가슴을 치며 후회를 했다.

 

그래서 언젠가 다시 구입하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마침 인터넷 장터에 고장이 난 것이 나와 저렴하게 구입하여 수리를 해서 가지고 있다. 고장이 나서 안 쓴 것이라 그런지는 알 수가 없지만 먼저 가지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깨끗하여 좋다.

 

이왕이면 세트로 갖추고 싶어서 미놀타클럽 장터에 35mm/4.080mm/4.0 렌즈를 구매하고 싶다는 얘기를 올렸더니, 바로 연락이 와서 제대로 다 갖추었다.

 

나는 아직 거리계 연동방식은 익숙하지 않아서 이 사진기를 자주 쓰지는 않는다. 그러나 명기를 하나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