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두 기종으로 우뚝 서다, 롤라이(Rollei)

2012. 4. 9. 20:42The 35mm Camera(마루 엮음)

 

 

 

 

 

 

또 다른 사진기, 롤라이

 

독일 사진기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이름은 롤라이(Rollei) 사진기이다. 롤라이 사진기는 원래 120 롤필름의 이안 반사(TLR) 형식 사진기 롤라이플렉스로 한 시대를 주름잡았고, 롤라이에서 나온 35mm 사진기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소형인 ʻ롤라이 35ʼ가 나오면서 삽시간에 사진기 시장을 휩쓸었다. 단 두 기종의 사진기로 시장을 석권한 롤라이를 10대 문파 중 청성파에 자리에 놓는다.

 

청성파는 대라무위신공(大羅無爲神功), 청명심법(靑冥心法), 청풍검법(淸風劍法), 최심장(催心掌), 추운권(追雲拳) 등으로 강호를 주름잡았는데 다른 문파에 비해 크게 두드러진 고수를 배출한 적은 없어도 늘 자신들의 위치는 지킬 줄 아는 문파였다. 롤라이가 유명해진 것은 그 렌즈들을 차이스의 것으로 썼기 때문일 것이다.

 

롤라이(Rollei) 사진기의 역사는 1920년 파울 프랑케(Paul Franke)와 라인홀트 하이데케(Reinhold Heidecke)에 의하여 설립된 프랭케와 하이데케(Franke & Heidecke)사의 출발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 회사에서 처음으로 생산한 제품은 1921년부터 생산된 하이드스코프(Heidoscop Three Lens Stereo) 45×107mm 사진기였다. 이 최초의 사진기는 유리판이나 시트 필름을 사용하였다. 촬영 렌즈는 당시의 최고품인 차이스 뎃사 50mm/f.3.2였는데 이 차이스 렌즈는 프랑케 하이데케사와 뒤의 롤라이(Rollei­Werke)사 제품의 특징이 되었다.

 

하이드스코프는 스테레오 사진기로 초기 형태의 리플렉스 파인더(Reflex Finder)를 장착하고 있었다, 비슷한 형태의 총 6종의 스테레오 사진기는 프랑케와 하이데케가 공동으로 제작한 제품이었다. 4종의 버전은 유리판과 시트 필름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고, 설계자인 라인홀트 하이데케의 이름을 따서 하이도스코프라 불렀다. 나머지 2종도 롤필름을 사용하는 것 외에는 거의 비슷하였다.

 

롤라이도스코프(Rolleidoscop)는 하이드스코프의 롤필름이란 의미의 조어(造語)에서 가져온 것이다. 하이드스코프 대신 ʻRollʼ과 고안자의 이름 ʻHeideckeʼʻHeiʼ를 결합해 최초의 새로운 상표 롤라이(Rollei)가 되었다.

 

롤라이가 사진기에서 이름을 날린 것은 스테레오 사진기가 아니라 롤라이플렉스로 불리는 롤라이 이안 레플렉스(Rollei TLR) 시리즈 사진기의 성공이었다. 120 롤필름을 쓰는 이 사진기는 1926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하였다.

 

 

롤라이의 전설, 롤라이플렉스 TLR

 

6×6크기의 롤라이플렉스(Rolleiflex) TLR은 최초의 현대적인 구조를 갖춘 반사 사진기였고, 구조적인 개선 작업을 거쳐서 1996년 까지 생산된, 수명이 긴(Long Run) 사진기였다. 작은 크기의 롤라이 4×4 사진기는 1931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다. 롤라이플렉스는 필름 감기 장치에 크랭크(Crank)를 도입한 최초의 사진기이다. 이 크랭크는 곧이어 모든 롤라이플렉스 TLR 사진기 시스템에 적용된다. 다만 롤라이플렉스의 보급형 기종인 롤라이코드(Rollei Cord) 시리즈에는 크랭크 시스템이 장착되지 않았다.

 

1929년에 소개된 오리지널 롤라이플렉스는 1/300초까지의 림 세트(Rim­Set) 콤파 셔터와 차이스 75mm/f4.5 렌즈가 장착되었으며 파인더 렌즈는 75mm/f3.1 하이도스코프-에너스티그매트 렌즈가 장착되었다. 이후 20여 종이 넘는 이안 반사형식 사진기들이 출시되어 롤라이는 TLR 사진기의 대명사처럼 불리게 되었다.

 

TLR 사진기는 사진기의 구조가 SLR 사진기에 비해 단순하기 때문에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120 롤필름 사진기에 폭 넓게 사용되었는데, 1960년대 이후 SLR 사진기가 등장하면서 TLR 사진기들은 그 힘을 잃어 오늘날에는 거의 생산되지 않고 있다.

 

롤라이는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폭격으로 공장의 절반 이상이 파괴되는 손실을 입는다. 그 후 롤라이코드와 롤라이플렉스의 생산은 감소한다.

 

전후 롤라이사는 작고 콤팩트한 사진기를 생산한다. 1963년에 첫 롤라이 16이 생산되었고 소형의 콤팩트 사진기의 생산은 1976년 롤라이 A110으로 연결된다. 1966년에는 6×6 판의 SLR인 롤라이플렉스 SL66을 생산하게 된다.

 

롤라이 A26과 롤라이플렉스 SL26은 완성도가 높은 사진기였지만 126 롤필름의 생산 중단으로 인해 단명한 기종이었다. 35mm SLR 사진기는 1970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했다. 첫 생산품은 롤라이 SL35이다. 롤라이 SL35는 차이스 렌즈를 장착한 성능 좋은 사진기였으나 저가의 일제 사진기에 밀려 크게 빛을 보지 못하였다.

 

 

새로운 신화, 롤라이 35

 

롤라이의 역사 이래 최고의 걸작은 1966년 포토키나에서 첫 선을 보인 35mm 롤필름 사진기인 롤라이 35 시리즈이다. 이 사진기는 헤인즈 와스케(Heinz Waaske)에 의하여 디자인되었으며 현재까지도 개선을 거듭해 판매되고 있다.

 

롤라이 3519661975년까지 생산되었다. 40mm/f3.5 차이스 뎃사 렌즈를 장착하고, 롤라이 콤파 셔터로 B, 1/21/500초의 셔터 스피드를 가졌다. 셔터 스피드와 조리개를 조절하여 외부에 있는 추침 식(Match-Needle) Cds노출계에 일치시키는 것으로 노출을 조절한다. 최초의 모델은 브라운슈바이크(Braunschweig)에서 크롬으로만 제조되었는데 나중에 블랙 기종도 생산하였다.

 

생산 설비는 1973년 후반기에 싱가포르로 이전되어 생산하였는데 싱가포르에서 만든 것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왔다. 수집가들은 독일에서 제조된 것을 선호하므로 독일제가 보통 가격이 높다. 이 사진기는 1966년 포토키나에서 처음 선보였다.

 

세 가지 모델-35, B35, C35가 동시에 개발되었다. 35가 디럭스 모델이고 B가 중간형, C가 저가형이다. 본래 B는 독일에서 제작되고 나중에 싱가포르로 이전되었다.

 

롤라이 C3519691971년에 생산된 것으로, 롤라이 35 시리즈 중에서 노출계가 없는 유일한 모델이다. 40mm/f3.5 트리오타 렌즈에 1/301/500, B 셔터를 가졌다.

 

롤라이 35골드는 19711972년에 생산된 것으로, 독일에서 제작된 유일한 골드 기종이다. 싱가포르에서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그것은 롤라이 35가 아니라 35S이다. 중고 시장에 나와 있는 어떤 것은 본래 가격보다 상당히 비싸다. 이 골드 기종은 롤라이 351,500,000대 생산을 기념하기 위하여 약 1,200대가 만들어졌다.

 

롤라이 35S19741980년에 생산된 것으로, 조리개와 셔터에 연동하는 매치니들 시스템의 Cds노출계를 장착했다. 40mm/f2.8 롤라이 HFT 소나(Sonnar) 렌즈에, 롤라이 콤파 셔터로, B. 1/21/500초의 셔터 스피드를 가졌다. 밝은 f2.8 렌즈를 가진 유일한 롤라이 35이다. 이 렌즈는 차이스와의 라이선스로 롤라이에서 제작된 렌즈이다. 블랙과 크롬이 있다. 처음 얼마 동안은 독일에서 만들고 나중에는 싱가포르에서 제작되었다.

 

롤라이 35S골드는 19741976년에 생산된 것으로 롤라이 35S와 동일하다. 롤라이 352,000,000대 생산 기념으로 약 1,500대가 만들어졌다. 이 사진기들은 24캐럿 금장(Karat Gold)에 악어가죽으로 치장했는데, 1976년도 리스트 가격이 $900이나 하였다.

 

롤라이 35의 변천사를 보면 하나의 기종이 이렇게 많은 변천을 할 수가 있나 싶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서 생산되다보니 조금씩 변화를 안 줄 수가 없었던 것 같다. 롤라이 35의 렌즈는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40mm/f3.5의 뎃사 렌즈이지만 뒤에 한층 밝은 F2.8의 소나를 장착한 기종이 만들어져 Rollei 35S라고 명명되었고 동시에 뎃사 렌즈를 장착한 기종은 Rollei 35T로 불리게 되었다.

 

롤라이 35 시리즈에는 몇몇 기념 모델이 있다. 기념 모델은 생산 기간 중간에 발표된 것들이 있고 또 생산이 중단된 이후에 나온 것도 있다. 이들은 모두 한정 수량 생산이었다. 생산기간 동안 나온 기념 모델은 골드 또는 실버 바디, 캡과 가죽 커버링이 장착된 35, 35T 또는 35S 모델이다.

 

이후의 기념 모델들은 모두 독일에서 생산된 35S 모델로 핫슈의 위치가 바닥에서 상단으로, 렌즈 릴리스는 상단에서 정면부로 옮겨졌다. 생산 기간 이후의 기념 모델들은 모두 가죽 커버링 없이 골드, 티타늄 등 다양한 바디 칼라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하나 유의할 점은 이런 기념 모델들에는 가짜가 많다는 것이다. 확실한 보증서가 없는 것은 가짜로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유사품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 대부분이다.

 

 

싱가포르의 롤라이

 

1966년에 탄생한 롤라이 35가 섬세한 개량을 계속하여 생산되다가 큰 변화를 맞은 것이 1971년이다. 이미 일본의 저가 사진기에 고전하던 롤라이사는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준비했었다. 대량 생산을 계획하였지만 당시의 독일 내 임금 상승이 큰 부담이었다. 이 때문에 생산 단가의 상승으로 국제적인 시장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롤라이사는 1970년 싱가포르로 생산 설비의 일부를 옮겨갔다. 그리고 서독 브라운슈바이크의 본사 공장에서 제조되어왔던 롤라이 351971년부터 싱가포르 공장에서 생산하게 된 것이다. 일본 제품의 진출에 대항하기 위한 생산 비용의 절감이 그 이유였다.

 

이 싱가포르 공장에서는 롤라이 35 시리즈와 35 SL 시리즈를 생산하였다. 이 시기에 독일의 포익틀랜더(Voigtrander)사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되자 롤라이사는 포익틀랜더 상표를 포함한 모든 생산 설비를 인수하였다.

 

동시에 차이사의 렌즈를 롤라이에서 라이선스로 생산하게 되어 렌즈의 둘레에도 자랑스러운 듯 새겨져 있던 Carl Zeiss 문자가 사라졌다. 또 노출계와 셔터도 롤라이 제품으로 바뀌게 되면서 뒷면 하단에 새겨지고 있던 MADE IN GERMANY BY Rollei라는 문자도 MADE BY Rollei SINGAPOLE라고 바뀌게 되었던 것이다.

 

제조 장소는 달라도 롤라이에서는 모두 품질이 같다고 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믿고 싶지는 않다. 독일제에 비해 싱가포르제가 더 내구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무게도 차이가 나는 것 같은데다가 싱가포르 제품은 손으로 꽉 쥐면 찌그러들 것 같아 조심스럽다.

 

렌즈도 롤라이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어떻게 독일에서 만든 것과 싱가포르에서 만든 것을 동일시할 수 있겠는가? 롤라이 35의 가격도 소나 40mm/f2.8 렌즈가 장착된 것보다 뎃사 40mm/f3.5 렌즈를 장착한 것이 더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그 이유는 소나 렌즈는 싱가포르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롤라이가 싱가포르에서 만든 기종 중에는 롤라이 XF 35, 롤라이매트 F, 롤라이매트 AF 등의 RF 사진기와, 롤라이플렉스 SL 35, 롤라이플렉스 SL 35M, 롤라이플렉스 SL35E, 롤라이플렉스 SL 2000F, 롤라이플렉스 3003 등의 SLR 사진기가 있다. 이들은 모두 롤라이에서 라이선스로 생산한 차이스 렌즈를 가지고 있지만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롤라이플렉스 SL 2000F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당시까지 생산되었던 다른 메이커의 SLR 사진기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1981년부터 생산되었으며 롤라이이서 만든 현대적 120 롤필름 SLR 사진기인 롤라이 SLX의 특징들이 많이 조합되었다. SL 2000F는 니콘의 F3, 캐논의 F-1 등과 경쟁하기 위한 만든 기종으로, 교환용 필름 매거진, 싱글/연속 촬영용 모터드라이브, 듀얼 파인더 시스템, 좌우용 릴리스 버튼, 7개의 교환용 뷰파인더 스크린 등을 갖추고 칼 차이스 50mm/f1.4 플래나 렌즈를 표준으로 장착했다.

 

롤라이플렉스 30031985년부터 나온 기종으로 기본적으로 SL 2000F와 비슷하고 몇 가지 기술적인 측면이 보강되었다. 차이스 렌즈를 장착했다고 하지만 이미 일본에서 나오는 콘탁스 사진기도 차이스 렌즈를 장착했으며, 롤라이는 독일 사진기의 뚜렷한 특징도 없었고, 이미 대형화된 일본 메이커들과 경쟁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이제 사진기 시장은 독일 상표로만 통하던 시절은 지났고, 일본 상품끼리 치열한 각축을 하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던 것이다. 차이스 이콘이 그랬던 것처럼 롤라이도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만 했다.

 

 

삼성 롤라이, 그리고

 

1974년경에는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하게 되자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어 새로운 기술로 제작된 롤라이 SLX와 롤라이 SL2000을 선보이지만 심각한 경영 부채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고 경영 상태는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었다.

 

1987년에 롤라이의 경영권은 슈나이더(Schneider)사로 넘어가게 된다. 슈나이더에서는 롤라이플렉스 2.8GX, SL66, 롤라이 35클래식 같은 전통 기계식 사진기의 생산과 더불어 최신 모델인 롤라이플렉스 6008같은 하이테크놀리지 사진기를 생산하였다. 그러나 여러 가지 혁신적인 사진기 개발에도 불구하고 누적되는 경영 적자로 인해, 1994년 롤라이의 마지막 35mm 모델인 롤라이 3003을 끝으로 1995년에는 한국의 삼성그룹으로 롤라이 포토테크닉이 인수되었다.

 

삼성 롤라이에서 야심작으로 만든 롤라이 QZ 35QZ 35WQZ 35T의 두 기종인데 HFT 다층 코팅의 바리오 아포곤(Vario Apogon) 줌 렌즈(2860/3890mm, f2.85.6)를 장착한 최고 기능의 자동 초점 사진기이다. 16초에서 1/2,000초에 이르는 셔터 스피드, 조리개 우선 AE, 셔터 우선 AE, 프로그램 우선 AE와 수동 측광의 노출 방식에, 패시브 방식의 고속 AF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 부착 방식의 전용 플래시를 사용할 수 있으며 모든 정보가 표시되는 그래픽 LCD를 장착하였다.

 

그러나 그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렌즈 교환이 안 되는 줌 렌즈의 장착과, SLR 형식이 아니면서도 너무 큰 몸체라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한국의 IMF 1999년 삼성에서 다른 파트너로 경영권이 넘어가 롤라이사는 다시 독자적인 사진기 생산 회사로 거듭나게 되어 현재 중국의 공장에서 보급형의 자동 사진기를 생산하고 있다.

 

롤라이뿐만 아니라 일본의 많은 사진기들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기는 하지만 롤라이는 그 상표가 아깝다고 생각한다. 일본 사진기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 유명한 롤라이가 중국에서 생산되어 저가로 팔리고 있는 것을 보면 세월의 무상함을 떠나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차라리 처음부터 싱가포르로 가지 말고 한국으로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는 것이 솔직한 내 심정이다.

 

롤라이(Rollei­Werk Franke & Heidecke)사는 80년 역사 동안 700만대의 고품질의 사진기를 생산한 20세기 사진기사(寫眞機史)의 공통분모를 형성했던 유명한 회사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