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이름값

2012. 9. 27. 21:46세렌디피티(serendipity)/올드스쿨입니다

 

 우리 애들이 배우는 국어책 상권에 조선 후기 학자인 신경준 님의 '이름 없는 꽃'이라는 고수필이 실려 있습니다.

 

처음 시작이

 

'동산에 이름 없는 꽃들이 많다. 사물은 스스로 이름을 지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름을 지어 줄 수밖에 없다. 이름이 없는 꽃이라면 내 스스로 이름을 지어 줄 수 있겠으나 반드시 이름을 지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로 이어지는데 그 시대에는 모르지만 지금은 이름이 없는 사물은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알지 못하는 것이 나오면 이름이 없다가 아니라 이름을 모른다가 더 맞을 겁니다. 이름이 없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모든 사물에는 누군가가 다 이름을 지어 놓았습니다. 그 이름을 알지 못하게 때문에 답답한 것입니다.

 

 미국영화 중에 '넥스트'라는 영화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과 소스코드에 나오는 여자주인공의 이름을 몰라서 궁금해하다가 오늘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서 제시카 비엘과 미셀 모나한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자신이 읽은 책의 제목도 기억을 못하고 작자도 기억하지 못하는 애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진행이 되지 않습니다.

 

 오늘 하늘공원에 가서 어느 꽃을 보니, '베고니아'라는 표지판을 달고 있던데 아무리 봐도 제가 알고 있는 베고니아가 아니었습니다. 예전에 용인 에버랜드가 자연농원이라고 불릴 적에 가서 본 베고니아는 아주 탐스럽고 예뻐서 인상이 깊었는데 그 베고니아들은 돌아가신 이병철 회장께서 좋아하시던 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 것은 그런 멋진 꽃이 아니어서 집에 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베고니아가 아주 여러 종입니다. 제가 봤던 것도 맞고 오늘 하늘공원에 베고니아 표지판을 달고 있는 시원찮은 꽃도 베고니아가 맞습니다.

 

 제가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망초와 개망초인데 이게 서로 다른 꽃인지 아니면 이름만 다른 것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사전에 나와 있는 설명으로는 뚜렷하게 구분이 되지 않아서 저도 확실하게 알지 못합니다. 그 망초와 비슷한 것으로 미국 쑥부쟁이가 있는데 꽃은 비슷하지만 쑥부쟁이가 더 꽃이 작고 풀이라기 보다는 나무와 같은 느낌을 줍니다. 몰론 이 쑥부쟁이도 겨울이면 말라서 죽습니다.

 

이름값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역사 속의 인물들이라 대부분 자기 이름값을 다 했기 때문에 기록이 되었겠지만 지금은 현재 상황에서 이름값을 한다는 것이 바로 드러나기 때문에 더 어렵습니다. 프로야구에서 팀의 4번 타자라고 하면 그에 걸맞는 타격을 해야하고 팀의 에이스라고 하면 그에 걸맞는 공을 던저야 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매우 많은 돈을 주고 데려온 선수들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하면 이름값을 못한다고 하는데 요즘 이름값은 학자나 관료가 아니라 연예인이나 스포츠맨들에게 따라다니는 굴레이자 훈장이 되고 있습니다. 괴물로 불리는 한화의 류현진이 정말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 그의 이름값에 맞는 거액을 주고 데려갈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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