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의 기도, 담임의 기도

2013. 3. 12. 21:43세렌디피티(serendipity)/올드스쿨입니다

 

 오늘 학부모 설명회가 있었습니다.

담임을 4년만에 하는 데다가 이젠 제가 나이가 들어서 학생들이나 학부모님과는 점점 거리가 생긴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처지에서 걱정이 앞섰습니다. 요즘은 어딜 가나 나이를 먹은 사람을 기피한다고 하는데 곧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담임을 맡은 것도 조금은 부담이고 주변에서도 걱정을 하는 눈치여서 신경이 쓰였습니다.

 

 제가 몇 년 전에 후배에게서 얘기를 들으니, 자기 친구의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학년 초가 될 때면 그 엄마가 좋은 담임을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고, 주변의 친구들도 같은 기도를 한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그것도 한 곳에서만 20년을 넘게 했는데 그런 얘기가 어떻게 나오는지 알 수가 없어서 어안이 벙벙해서 후배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것은 아마 담임교사도 마찬가지일 거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좋은 학생, 좋은 학부모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간절한 심정일 거라고,,,, 처지가 다르면 생각도 다른 것입니다. 담임교사 입장에서는 말썽 안 부리는 학생, 참견하지 않는 학부모를 바랄 것이고,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기와 자기 아이에게 더 잘해주는 담임교사를 바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가 담임을 맡은 이후로 가장 많은 부모님이 오셨던 것 같습니다.

많이 오셔서 당황했지만 무척 흐뭇했습니다. 올 해가 담임으로는 거의 끝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데 정말 좋은 담임교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누구나 자기에게 잘 해 주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올 한 해는 좀더 따뜻하고 좀더 치밀한 담임교사가 되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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