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랬을까?

2012. 11. 10. 20:08세렌디피티(serendipity)/올드스쿨입니다

 

 교직에 나와서 5년 차에 생활지도부에 있을 적에 시험 기간 중에 부정행위를 한 학생을 처벌한 적이 있습니다.

그 사건은 제 교직 생활 중에 가장 후회스런 일로 남아, 지금도 처벌을 받은 학생에게 많이 미안하고 제재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부끄럽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1학년 때 담임을 하였고, 3년을 내리 가르친 학생인데 그 학생이 맨 앞에 앉아 있고, 바로 뒤에 앉은 학생이 시험 도중에 앞에 앉은 학생의 답안지를 슬쩍 가져가다가 감독 선생님께 걸렸습니다. 감독 선생님은 두 학생에게 답지를 제출하고 교실 밖으로 나가라고 지시를 했는데 앞에 앉은 학생은 자기 잘못이 없다며 그냥 앉아서 버텼습니다. 이것은 두 학생만 있는 교실이 아니기 때문에 시험실에 있던 모든 학생이 다 보았고, 시험이 끝난 뒤에 그 두 학생을 감독 선생님이 제게 데려와서 처리를 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사실을 다른 학생들이 다 압니까?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길래 그럼 교무부에 부정행위로 넘기십시오 하고 얘기했습니다. 시험 중 감독교사의 지시에 불응하면 부정행위에 해당이 됩니다.

 

 그래서 두 학생이 다 일주일 정학에 담당과목은 0점 처리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때 교직에 나간지 오래 되지 않았고 무엇이든 학칙이 정한 대로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라나 뒤에 생각하니, 두 학생을 분리해서 처리하고 정말 앞의 학생은 아무런 죄가 없다고 왜 변명해주지 못했나 하는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이 문제는 두고두고 제게 회한을 남기는 부끄러움입니다. 물론 제 혼자 판단으로 처벌한 것은 아니고 성적관리위원회가 열렸고 거기서 그런 처벌이 나왔습니다. 두 학생의 잘, 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감독교사의 지시에 불응한 것이 더 문제가 되었던 것입니다.

 

 어제 수능에서 두 건의 부정행위를 보게 되었습니다.

한 건은 제가 감독을 나갔던 학교에서 있었던 일로, 4교시 탐구영역 시간에 자기가 선택한 과목을 바꿔서 보다가 걸린 것입니다. 그 학교에서는 작년에 그런 사건이 있어서 올 시험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몇 번을 강조해서 학생들에게 알렸는데 한 학생이 무슨 이유로 그랬는지 어기고 다른 과목을 먼저 꺼냈다가 걸렸습니다. 4교시에는 감독이 세 명이 들어가서 두 분의 감독은 학생들이 선택한 과목을 바르게 풀고 있는지 사전에 확인을 합니다.

 

 다른 한 건은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발생한 것인데, 우리 학교에서는 지금까지 수능시험에서 처음 부정행위가 발생했습니다. 사유는 1교시 시험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는데 그때까지 답안지에 정답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가 답지를 내지 않고 표기를 하겠다고 우겨서 생긴 일입니다. 시험이 끝나기 10분 전에 방송으로 10분이 남았음을 알려주는데 무슨 생각으로 답지를 작성하지 않고 있다가 종이 난 뒤에 답을 적으려고 햇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감독을 하는 입장에서는 가급적 수험생들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수험생 우선으로 감독을 합니다. 그런데도 그런 불상사가 나오는 것은 이해가 안 가는 일입니다. 그 두 수험생이 왜 그랬는지는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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