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 담임

2013. 3. 18. 20:42세렌디피티(serendipity)/올드스쿨입니다

 

 요즘 학교 교사들이 담임을 기피해서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는 경우가 많다고 걱정하는 기사를 봤습니다.

그게 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전혀 아닙니다. 작년까지는 임용된 교사도 1년은 지나야 담임을 시켰는데 올 해는 2년차도 담임을 맡기지 않았습니다.

 

 우리 큰 아이가 남양주시에 있는 사립 중학교에 처음 기간제 교사로 나갔는데 거기도 기간제 교사는 담임을 맡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간제 교사에게 담임을 맡기는 학교는 거의 공립학교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도 기간제 교사가 20여 명이나 된다고 해서 놀랐지만 이 문제는 학교로서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공립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휴직을 해서 기간제 교사를 모시지만 사립학교는 교사가 부족해도 쉽게 임용을 할 수가 없는 문제  때문에 기간제 교사를 모십니다.

 

 2000년 경부터 학급의 학생 수를 대폭 줄이는 정책을 쓰다보니 학급 수가 늘어나서 그 늘어난 학급으로 인해 기간제 교사 제도가 확장이 되었습니다. 열다섯 반이던 학년이 21개 반이 되다보니 산술적으로 여섯 개 반이 늘어난 것인데 3개 학년이면 18학급이 늘어났고 교사의 수가 36명이 더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늘어났던 학급의 수가 3년이 지난 뒤에는 원래대로 되었고 교사의 수도 다시 줄었습니다.

 

 지금 학생의 숫자가 점점 줄다보니 학급의 수도 줄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니 교사의 숫자도 줄여야 합니다. 우리 학교도 열다섯 학급의 학년이 내년부터는 열두 학급으로 줍니다. 그간 열네 학급, 열세 학급으로 줄어오다가 이젠 열두 학급이 됩니다. 그러면 3개학년에 9개 학급이 줄어드는 게 되고 거기에 맞춰 교사의 수도 18명이 줄어듭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정년퇴임을 한 교사의 자리를 임용하지 못하고 계속 기간제 교사를 모시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공립학교는 교사가 남는 학교에서 부족한 학교로 전근을 시키면 되니까 별 문제가 없지만 사립학교는 이게 안 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기간제 교사를 모실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못할 이유야 없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신분 보장이 안 되기 때문에 웬만한 사립학교에서는 담임을 맡기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기간제 선생님께 업무도 많이 주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공립학교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한 학기를 하는 교사에게도 담임을 맡긴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학생들은 1년 동안 두 분의 담임 선생님을 보게 됩니다.

 

 저는 올 해 4년만에 담임을 맡았습니다. 3년은 부장의 직무를 하느라 담임을 면했고, 1년은 담임으로 내정이 되었다가 제가 맡을 1학년 14반이 배정이 취소가 되어 담임을 면했습니다. 담임의 업무가 예전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못할 일도 아닙니다. 솔직히 담임을 맡지 못할 정도라면 학교에 부담을 주지 말고 물러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다만 연세가 드신 분들이 하지 않아도 될만큼 젊은 교사가 있다면 당연히 면해줘야겠지요. 학생이나 학부모나 늙은 담임교사보다는 젊은 담임교사를 훨씬 선호하는 세상이다보니 그게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담임을 기피하는 교사들 얘기가 대한민국의 모든 교사들이 그러는 것처럼 비칠까봐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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