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몽골 넷째 날, 첨자산에서 보다

2013. 8. 12. 15:06시우의 여행기

 

 

 대평원의 첨자산에 오르다.

 

 

목이 말라 눈을 뜨니 현지 시간으로 세 시 반이었다.

밖에 나왔더니 하늘에 달과 별이 보이고 비가 온 흔적만 조금 남아 있었다. 나는 화장실에 갔다 와서 사진기 배낭과 삼각대를 들쳐 메고는 밖으로 나왔다.

 

 

 

어제 간다는 사람들이 여럿 있어서 혹시나 하고 이름을 불러봤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아 혼자 플래시를 들고 길을 나섰다. 길을 잘 몰라서 삥 돌다가 그냥 초원이라 질러서 가기로 마음 먹고 산 아래까지 갔더니 중턱에서 불빛이 반짝거리는 게 보였다. 길을 멈추고 다시 보니 두 젊은 사람이 중턱에 사진기를 삼각대에 거치하고 해가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그 곁으로 가서 인사를 했지만 말이 안 통해서 한국인인 것만 얘기했다. 젊은 부부로 보였다. 나도 삼각대에 사진기 거치하고 30분 정도 기다렸는데 해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그 사람들은 사진기를 접고서 들어갔다. 나도 인사를 하고는 30분을 더 기다려서 구름 속의 해를 찍고는 산에 오르기 위해 길을 찾아서 움직였다.

 

 

어제 많이 마신 탓에 속이 안 좋아서 결국 산 아래 풀밭에서 실례를 했다. 모기가 어찌나 많은지 모기 소리에 놀라서 오래 앉아 있기되 어려웠다. 주머니에 있던 물파스를 꺼내 목에 발랐다. 냄새 때문에 모기가 덜 덤빌거라고 생각한 거다. 예전에 몽골 병사들도 다 이런 초원에서 일을 봤을 건데 그때도 모기가 있었을 거였다. 산에 있는 모기가 더 독하다는 것은 사진을 찍으러 다녀 본 사람은 다 안다.

 

산이 화산 분화구라고 하는데 높아보였지만 가서 보니 그렇게 험하거나 어렵지는 않았다. 길이 좁은 게 흠이었지만 혼자 몸이라서 천천히 오르는데는 부담이 없었다.

 

 

 

 

 

 

 

 

 

 

 

 

산에 올라가니 감격스러웠다. 그 위애서 쳐다보니 아래서 볼 때와는 또 달랐다. 아주 감격하여 천지신명님과 어머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그 산 위에도 양 몇 마리가 올라와 풀을 뜯고 있었다. 디카와 라이카로 사진을 차례차례 찍으며 산 위에서 감격을 만끽했다. 그렇게 혼자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올라와 말을 걸었다. 보니 현지인 같았다. 그래서 나는 한국인이라고 얘기하고 계속 사진을 찍었다.

 

소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꾸역꾸역 밀려 나와 넓은 초지로 줄을 맞춰 이동하는 게 무척 신기했다. 소들이 서로 섞이기도 할 것 같은데 그럴 때를 대비하는 대책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도 있고 양도 있었다. 그러나 이쪽의 주류는 역시 소 같았다. 여기 소들은 순전히 고기를 위해서 기르는 모양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소, 말, 양을 차례로 찍었다. 그리고는 위에 올라온 양들도 찍었다. 한참 찍고 있는데 누가 한 사람 올라와서 보니 진문이었다. 진문이는 산 위에 서서 바람으로 샤워를 하고 있다고 했다. 어제 마신 양이 꽤 될 것인데 일찍 일어난 것을 보면 술이 상당히 쎈 것 같다.

 

 

 

 

 

 

 

 

 

 

 

 

 

 

 

 

 

 

 

 

 

 

 

 

 

 

 

 

 같이 얘기를 나누면서 내려와 아침을 먹었다. 다들 나더러 대단하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 내가 대단한 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사진을 찍으러 많이 돌아다닌다. 그렇다고 해서 여행의 목적이 사진인 적은 없다.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보고자 하는 것은 사람사는 모습이다. 나와 다른 문화를 보러 돌아다니는 게 내 여행이다.

 

 이번에  처음 느낀 것은 아니지만 사진을 찍으려면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함께 다녀야 제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인터넷이나 잡지에서 보는 멋진 사진들은 대부분 사진인을 위해 연출한 것들일 게다. 나도 그런 사진을 전혀 안 찍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서 연출해서 찍는 사진은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진인 중의 한 사람이다.

 

 나는 오늘 아침에 내가 마음 먹은 사진을 충분히 찍었다. 내가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사진을 찍고 좋아할 수 있겠는가?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움직인 게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아침이 또 부실하다고 다들 실망하는 눈치였지만 나는 관계없었다. 냉장고도 없는 곳에서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 거기 주인은 최신형 노트묵과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고 돈을 아주 잘 번다고 했다. 겉으로 봐서는 어떻게 먹고 사나 싶은데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었다. 사람 사는 방식은 다 다르지만 추구하는 것들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나는 오늘 아침에 정말 희열을 느끼면서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