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12. 14:09ㆍ시우의 여행기
공거얼 초원으로 접어들다.
이쪽 지역에서는 커스커팅이 중심 요지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다른 곳으로 연결되는 도로들이 전부 커스커팅을 통해야 된다는 현실이었다. 점심은 대청산 아래에서 먹었지만 다리호를 가기 위해서는 커스커팅을 다시 들러서 가야한다고 했다.
버스 안에서 가까이 보니 작은 아이인 로아가 혼자서 무척 잘 놀았다. 레고 불럭 세 개를 가지고 여러 가지 차를 만든다고 혼자서 얘기를 하면서 노는 게 아주 신기했다. 낯을 가리는 편이긴 했지만 나하고는 그래도 웃고 지내서 좋았다. 엄마는 무척 곤하게 잠을 자는데 로아는 나와 자주 눈을 마주치면서 혼자 이야기를 하곤 했다.
우리가 중국 땅을 여행하면서 이렇게 우리나라 아이와 같이 가고 있다는게 무척 반가운 일이다. 나는 우는 아이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버스나 지하철에서 눈이 마주치는 아이들에게 언제나 웃음으로 인사를 하는데 우리와 말이 통하는 우리나라 아이 둘이 이렇게 며칠을 계속 같이 차를 타고 여행을 다닌다는 게 신기한 일이었다.
가다보니 공거얼 초원이라고 했다. 초원의 길이가 동서로 약 120km라고 하는데 정말 끝이 보이지 않았다. 사방에 소 데와 양 떼가 있었는데 여기도 땅 주인이 다른지 곳곳에 철조망이 있었다. 가다가 양 떼가 있는 곳에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거기서 부터는 차를 아무리 달려도 끝없는 초원이 이어졌다. 멀리서 보면 그냥 풀 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대부분 꽃밭이었다. 참 대단했다.
군데군데 내려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어서 차창 밖으로 사진을 찍자니 초점이 안 맞거나, 흔들리고 또 창에 그림자가 어려서 영 아니었다. 도로는 좁은 2차선이라 차를 세우기가 여간 힘이 든 게 아니었고, 갈 길이 멀다보니 사진을 찍는다고 지체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눈으로만 담은 것도 꽤 많았다.
그렇게 네 시간 가까이 달려서 다리호에 갔다. 가는 도중에 천둥 번개와 요란한 소나기도 만났는데 초원의 날씨는 무척 변덕이 심하다고 했다. 앞이 안 보이게 비가 퍼붓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 개서 해가 나오고 구름이 멋지다고 했다. 우리는 잠깐 서서 양을 사진찍고 노천화장실에서 일을 보았다.
다리 호는 바다같은 호수라는 이름이라고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내몽골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라고 했는데 초원에 있는 거라 그런지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호숫가에는 모래 사장도 있고 바람이 불면 파도라고 느낄만큼 물결도 일었다. 여기도 자꾸 물이 증발하여 호수 면적이 점점 줄고 있어서 문제라고 한다. 둔치에 많은 야생화가 피어 있었는데 금불화가 눈에 익었다. 부들은 우리나라 것보다 조금 짧고 뭉툭했다.
거기서 사진을 조금 찍고는 다시 돌려 나와 숙소로 향했다.
첨자산이라고, 마치 성산 일출봉 같은 작은 화산이 있는 곳인데 몽골 게르가 열 채 정도 있었다. 버스가 도착하니까 거기 주인이 나와서 전통복장에 술을 가지고 손님을 맞는 의식을 했다.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에게 노래를 하며 술을 권하는데 받는 사람은 먼저 오른 손 약지를 술잔에 담갔다가 빼서 하늘에 한 번 튕기고 다시 땅에 튕기고 세 번 째는 자기 이마에 한 일자로 긋고는 술을 단숨에 마신다고 했다. 애들만 빼고는 다들 그렇게 했다.
들어가서 숙소를 정하고는 가장 큰 게르에 모여서 먼저 주문한 양구이를 가져다가 먹게 되었다. 어제 저녁 먹을 때에 내가 얘기한 것으로 한 사람당 100위안을 내면 양을 통구이할 수 있다기에 내가 얘기를 꺼냈는데 다들 좋다고 해서 돈을 걷었던 거였다. 가장 연장자라고 내가 먼저 시음과 시식을 했다.
그러고는 통 째로 가져다 놓고 시작을 했는데 거기서 내어 놓은 백주 한 병, 우리가 산 한 병, 진문이가 가져 온 한 병해서 세 병을 마시고도 부족하여 더 찾았더니 떨어지고 없었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맥주를 마셨는데 이건 완전히 물맛이었다. 밖에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퍼부었지만 우리는 게르 안에서 양고기로 술을 마시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말 운치있는 밤이었다.
로아, 아로와 할머니는 먼저 들어가고 우리는 늦게까지 남아 먹고 마시며 여러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나중에 보니 수박씨만한 벌레들이 바닥이 버글버글하여 마치 영화 미이라1에 나오는 딱정벌레를 연상시켰다.
나는 완전히 취해서 내일 아침 현지 시간으로 네 시에 일출을 찍으러 첨자산에 올라간다고 얘기해 놓고는 들어가 바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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