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11. 09:14ㆍ시우의 여행기
중국의 역사관(中國觀)을 생각하며,
어제 현지 시간으로 열두 시에 잤는데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났다.
날이 맑고 시원해서 좋았다. 서울은 비가 올지도 모르는데 여기는 날이 청명하고 시원했다. 중국의 북쪽지방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사실 내몽골에 간다고 신청하여 왔지만 어디를 가는지도 잘은 모른다. 몇 군데 이름이 귀에 익어서 온 거였다. 오늘은 옥룡사호에 간다고 들었다. 옥룡설산이 내 귀에 익숙한데 그 이름 때문에 옥룡사호가 눈에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옥룡설산과 옥룡사호는 전혀 다른 곳이다. 옥룡설산은 차마고도 쪽의 산이고 옥룡사호는 내몽골의 사막이다.
일곱 시에 뷔페 식 식사라 하여 여섯 시 반에 밖에 나갔다가 시간에 맞춰 식당에 갔더니 뷔페식이 아닌 방으로 안내하여 혼자서 먼저 먹었다. 쌀죽과 우유죽(?), 만투우라고 하는 빵과 삶은 계란, 그리고 짠 반찬이 전부였다. 붉은 소스가 뿌려진 고기 같은 것이 보였으나 손이 안 가서 안 먹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침을 잘 먹고 시작하지만 중국사람들은 아침을 아주 가볍게 먹기 때문에 어느 곳에 가도 비슷하다고 한다. 밖에 출근하다가 길에서 죽 한 그릇과 꽈배기 하나로 때우고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나는 뭐 어느 것이든 사람이 먹는 거라면 다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식사 가지고 불평할 게제는 아니었다.
거기 시간으로 일곱 시 반에 체크아웃을 하고서 나왔지만 출발은 일곱 시 오십분이었다. 날이 맑고 시원해서 좋았다. 어제 타고 온 버스를 타고 두 시간 쯤 가다가 화장실이 께끗하다는 곳에서 잠시 쉬었다. 거기 아무 것도 아닌 작은 동네인데 도로 한 가운데에 큰 문을 만들어 놓아서 사람들이 많이 내려 사진을 찍는 모습이었다. 중국도 우리와 다를 게 별로 없어서 여자 화장실은 늘 밖에 까지 줄을 서고 있었다. 넓은 공터에 주변 농민들이 농사지은 과일들, 주로 자두와 살구, 복숭아, 참외 그리고 옥수수 삶은 것들을 가지고 나와 파는데 장사가 제법 되고 있었다.
거기서 일을 본 다음에 계속 북쪽으로 달려 두어 시간 지나고 나니까 내몽골경계점이 나오고 바로 내몽골로 들어섰다. 내몽골 이전 지역은 하북성이라고 했다. 가다가 이번에는 산 속 도로애 차를 세우고 일을 보게 하였다. 중국에서는 흔한 일로 도로 한 쪽은 여자들이, 그 건너편은 남자들이 나무 사이로 들어가서 일을 보고 나왔다.
롱화에서 멀어지면서 길가에 점점 나귀와 말들이 끄는 마차들이 보이고 해바라기밭과 옥수수밭, 감자밭들이 이어지는데 아주 고원은 아니지만 그런 비슷한 지형이었다.
옥룡사호(玉龍沙湖)가 멀지 않다는 배후도시에서 점심을 먹었다. 늘 다니던 집이 문을 닫아서 새로 처음 가는 집이라고 했는데 나는 괜찮았지만 다들 음식이 맛이 없다고 손을 대지 않았다. 중국은 보통 한 사람당 한 접시의 음식을 시키는 편이라 우리가 열두 명이어서 열두 접시나 나오는데 반도 안 먹는 것들이 많았다. 나도 예전처럼 많이 먹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남들이 보기엔 잘 먹는 것 같을 거였다.
거기서 나와서 옥룡사호로 갔다. 중국의 황하문명보다 더 오래 된 것으로 판명이 된 C자 모양의 옥으로 된 유물이 출토가 되어 중국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곳인데 지금은 여기도 중국의 문화라고 얘기한다니 어이가 없지만 그런 식으로 역사를 확장하는 중국사람들의 배포가 예사롭지 않다.
나는 이게 홍산문화라고 몽골계 문화의 시점으로 보는데 내 생각이 전적으로 타당한 것은 물론 아니다. 우리 같으면 순혈주의를 주장하여 다른 민족이 남긴 것을 우리 거라고 절대 하지 않겠지만 중국사람들은 자기들이 차지한 땅에서 있었던 모든 것을 다 자기네 거라고 주장하니 이게 정말 그들의 본심인지 아니면 억지인지 이해가 안 된다.
옥룡사호사막은 작은 호수도 있고 사막이 있는 곳이어서 갔는데 그 사막은 사람들이 예상한 것과 달리 모래만 있는 사막이 아니라 바위도 있고 군데군데 풀도 자라는 그런 사막이었다.
맨 먼저 지프를 타고 사막에 오르는 지프투어를 하고 위에서는 맨발로 모래 위를 걷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는 라이카 R9을 꺼내어 필름을 두 롤 가까이 찍었다. 정말 좋았다. 사진이 어떻게 나올 지는 나중에 봐야 알겠지만 찍을 때의 기분은 디카와 비교가 안 되었다.
거기서 내려 와서는 낙타를 탔다. 지프투어는 기본 경비에 포함이 된 거였고, 낙타타기는 원래 없었던 것인데 어느 한 곳의 길이 막혀 생각했던 곳을 다 갈 수가 없다고 포맷이 대체한 거라 역시 공짜였다.
나는 낙타를 타기 싫어서 안 타겠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지만 꼭 태우려는 포맷에게 져서 그만 타고 말았다. 낙타를 타기는 이번이 두 번째였다. 실크로도 명사산에서 밤에 낙타를 탔는데 그때 나를 태운 낙타가 어찌나 힘이 들어 하는지 다시는 안 타겠다고 다짐했었다. 낙타를 타고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흔들리기 때문에 두 손으로 사진기를 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낙타 타기가 끝난 뒤에는 바로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커스커팅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하고 호텔로 들어갔다. 오늘은 내가 술 한 병을 사고 맥주 세 병을 사서 내어 놓았다. 어제 진문이가 술을 샀길래 오늘은 내가 사려 생각했었다. 술을 마시는 사람이 나와 진문이, 재규여서 한 병이면 늘 적당했다.
어제도 독방이었고 오늘도 독방이었다. 휴대폰을 꺼내서 보니 지난 토요일에 결혼식을 한 배진영이의 감사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오늘은 현지 시간으로 열한 시에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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