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몽골 셋째 날, 대청산에 오르다

2013. 8. 12. 13:43시우의 여행기

 

 

부자들의 도시 커스커팅 시

 

 

 

 

우리가 어제 밤에 와서 하루 잔 곳은 커스커팅 시라고 했다.

징기스칸이 자기 장인에게 하사한 땅으로 첩첩산중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초원 한 가운데라고 해야할지 갈피가 안 서는 곳이지만 작은 도시 하나가 먼 곳에 감춰진 곳 같은 데였다. 커스커팅은 금과 철이 많이 나는 지역으로 광산개발로 인해 도시 전체가 매우 부유하다고 했다. 그리고 온천이 개발되어 관광객도 많아서 거기 사는 사람들은 다 부자라고 한다.

 

 현지 시간으로 다섯 시에 일어났다.

사실 어제나 오늘이나 눈을 뜬 것은 우리 시간으로 다섯 시였으니 일어나는 시간은 서울과 다를 것이 없지만 일어나서 시간을 보내다가 아침 먹을 시간에 맞추느라 어기적거린 거였다. 일어나서 샤워하고 기도하고 짐을 챙긴 뒤에 전부 가지고 로비로 나왔다.

 

 로비에 짐을 두고 사진기 배낭을 메고서 나가 한 바퀴 돌아봤다. 작은 도시였다. 어제 들어오다 보니 한글로 된 간판이 보였는데 '주류 제조'인가 였다. 포맷 말로는 승덕에도 한국인은 자기 뿐이라고 했는데 설마 여기에 한국인이 살고 있다는 것인가? 포맷에게 물었더니 그냥 의미없이 쓴 말일 거라고 해서 조금 실망했다.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 여유가 없었다.

했다.

 

 

 

 

 아침은 역시 간략했다. 쌀죽과 우유국, 그리고 만투우, 삶은 계란, 몇 가지 짠 장아찌 종류가 다 였다. 그래도 맛있게 먹고 나와서 버스를 탔는데 다들 상점에 들어가 간식거리를 산다고 하길래 나도 묻어가서 우유과자 한 봉지를 10원 주고 샀다. 처음에 12위안이라고 하는 줄로 알고서 12위안을 내줬더니 돈을 세어 본 아줌마가 2위안을 돌려줘서 놀랐다.

 

중국에 가면 무엇이든 속이려 한다고 조심하라는 게 일반적인 이야기인데 돈을 돌려주지 않았어도 모를 거를 돌려주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먹고 살만하면 역시 예의를 아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차를 타고 어제 오던 길로 나가서 한참 가더니 좌측으로 돌아 대청산이라는 곳으로 갔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지질공원이라고 하는데 겉에서 보기엔 별거 아닌 것 같았다. 차가 한참 들어가서 보니 산 정상으로 향하는 곤돌라가 있었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서 사진을 찍고 다시 전기차를 타고 한참 들어갔다. 밑에서는 생각지 못한 초원이 있고 기암들이 많아서 사람들이 찾는 곳이었고, 200만년 전에 만들어진 빙구(氷臼)가 많다고 했다. 바람도 시원하고 산위에서 바라보니까 평지만 보이던 곳이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여 있음이 보여 놀랐다.

 

 

 

 

 

 

 

 

전기차가 끝난 곳에서 다시 공중 계단을 따라 건너가서 한참을 가니 빙구가 여럿 모여 있었다. 빙구는 바위에 홈이 패인 것인데 그게 빙하기에 얼음으로 인해 패인 거라고 했다. 큰 것은 나무가 자랄 만큼 컸고 작은 것은 큰 대접보다 조금 컸다. 빙구마다 물이 흘러나가게 작은 홈처럼 바위가 닳아 있는 게 신기했다. 어떤 곳들은 물이 들어 있었는데 그 안에 물고기 새끼처럼 보이는 것들이 살고 있어서 놀랐다.

 

 

 

 

 

 

 

 

나는 거기 빙구를 보면서 올라가지도 않았던 영암 월출산이 생각이 났다. 거기도 산 정상 부근의 바위에 구덩이가 패여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 빙구 때문에 유네스코에서 지질 공원으로 선정했다면 조금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도 했다. 이것은 내가 지질과 지학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사족을 다는 것일 뿐이다.

 

 같이 간, 진문이는 저 아래 평원으로 흐르는 강을 보고 무척 감격을 해서 놀랐다.

솔직히 강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초라한 냇물이지만 물은 적어도 그 유역은 꽤 넓었다. 저 강이 '시나무룬 강'인데 '시나'라는 말이 아마 황색이라는 것 같고 무룬은 강일 거였다. 러시아 쪽에 흐르는 아무르강이 검은 강이라는 뜻이라고 했는데 무룬과 무르가 무슨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가이 되었고, 아무르강 유역에 살던 족속이 바로 흑수말갈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진문은  저 시나무룬 강이 나중에 요동과 요서를 나누는 큰 강이 된다고 설명했다. 진문은 이 여행을 오기 전에 말갈족, 몽골족, 거란족, 여진족에 관한 책들을 읽고 왔다고 했다.

 

 

 

나는 곤도라를 타고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에 로아 외할머니와 함께 탔다. 공무원으로 정년퇴임을 하시고 지난 5월부터 쉬신다고 하시던데 아주 예의 바르고 곱게 나이가 드신 분이셨다. 말씀도 조용조용하시고 사람들을 배려하는 자세가 몸애 배인 것 같았다. 남자분이었다면 아주 좋았을 텐데 여자분이시고 술도 안 하셔서 무척 조심스러웠다.

 

 내려와서 점심을 먹고는 다시 커스커팅을 경유하여 다리호를 가기 위해 먼 길을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