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몽골 넷째 날, 울란부퉁에 서다

2013. 8. 12. 15:46시우의 여행기

 

  울란부퉁에서 말을 달리다

 

 

 

 아침을 먹고서 작별인사를 한 뒤에 다시 커스커팅으로 나왔다. 나는 나오는 동안은 어제 간 길이라 졸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정신이 없었다. 커스커팅을 통과하지 않고는 나갈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커스커팅은 그 지역의 중심도시로 광산 개발로 인해 무척 경제력이 높은 곳이라 했다. 예전에 징기스칸이 자기 장인에게 하사한 땅으로 철광석과 석탄이 풍부하고 온천이 좋아서 웬만한 대도시보다도 부유한 곳이라고 포맷이 아주 부러워했다. 사람들이 다 부자여서인지 다른 동네보다 더 깨끗한 느낌이 들었다.

 

커스커팅을 돌아나와 이번에는 주요 여행지인 울란부퉁을 향해서 가기 시작했다. 울란은 붉은 색을 뜻하고 부퉁은 산이라고 했다. 붉은 산이라는 의미인데 울란부퉁에 지금도 붉은 산(홍산)이 있다고 했다.

 

 커스커팅에서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강 이름이 시나무룬 강이라고 했는데 상류라 그런지 큰 강에 실개천 같은 물이 흐를 뿐이었다. 울란부퉁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역시 큰 강처럼 보이는 곳이 있었지만 거기도 가서 보면 조금 큰 내가 사행천(蛇行川)으로 흐르고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 사행천은 이런 형태가 아니어서 사진으로 꼭 남기고 싶었지만 들어갔다가 나오기가 쉽지 않아서 그냥 위에서 대충 찍고 말았다.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황하와 같은 큰 강도 처음 시작은 술잔에서 넘치는 한 방울의 물에 불과하다고 하셨지만(남상 濫觴) 우리 앞에 펼쳐진 내(川)는 강이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했다. 그래도 강을 끼고 있는 유역은 꽤 넓어서 대협곡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길을 따러서 들어가니 풍광이 달라지기 시작하더니 산 주변에 초원이 많이 보니고 다 꽃밭이었다.

우리 가이드인 포맷이 울란부퉁을 입에 달고 살더니 정말 갈수록 멋진 풍광이 이어졌다. 들어가는 길 도중에서 버스를 세우고 남녀 나누어서 일을 봤다. 차를 세운 곳도 정말 좋았다. 그렇게 해서 드디어 울란부퉁에 들어갔다. 거기 숙소는 우리나라 예전 여관 수준이었다. 동네가 작은 데다가 물가가 무척 비싸다고 했다.

 

 

 

 

 

 

 

 

 

 

 

 

 

울란부퉁은 중국의 부자들이 여름에 피서를 오는 곳으로 유명하고 가을에는 자작나무 단풍과 겨울 설경이 기가 막히다고 했다. 그럴 거 같았다. 숙소에 짐을 풀고는 숙소와 붙어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여기도 다른 곳과 비슷했다.

 

점심을 먹고는 바로 승마장으로 갔다. 나는 낙타도 그렇지만 절대 말을 안 타기로 몇 번을 다짐했는데 포맷의 거의 강권에 못 이기어 하는 수없에 다시 말을 타러 갔다. 말을 타는 코스가 한 시간짜리, 두 시간짜리, 세 시간짜리가 있었는데 가급적 긴 코스를 탈 것을 권했다.

 

먼저 로아네 식구들은 로아와 아로 때문에 한 시간 코스를 탈 수밖에 없어 그것을 신청했고, 진문이와 순애 씨는 두 시간 코스를 신청했고, 솔이와 혜민이, 순원과 중경이, 나는 세 시간 코스를 신청했다. 말타는 비용은 세 시간이 240위안이었다.

 

나는 솔직히 말을 안 타려고 했다. 엊그제 낙타도 그랬지만 사람이 다른 짐승에 타는 것은 동물학대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절대로 살아있는 짐승을 돈 주고 타지 않겠다고 다짐을 몇 번 했었다. 지금이야 체중이 90kg 안팎이니까 조금 낫지만 예전에 100kg을 웃돌때는 정말 낙타와 말에게 미안했었다.

 

 그들도 무거운 것은 바로 알고 내가 타면 더 푸푸거리고 힘들어 하는 게 내 눈에 보였다. 그래서 이번에 절대로 안 타려 했는데 포맷이 내게 강권을 한 것이다. 이것은 서로 오해였다. 내가 겁이 나서 안 타려는 것으로 생각을 한 것 같고, 나는 포맷이 꼭 말을 태워야할 이유가 있는 줄 알았다. 이 오해는 그날 뒤에 다 풀렸다.

 

포맷의 생각은 몽골까지 왔다가 말도 안 타고 가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었고, 내가 잘 몰라서 한국에서 승마하는 게 얼마나 비싼데 왜 좋은 기회를 놓치려 하는가 하고 배려를 해준 거였다. 일부러 말을 타기 위해 오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여기까지 왔다가 그냥 가려는가 생각을 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내가 무거워서 말들에게 미안한 생각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포맷이 나 정도라면 말이 뛰지 않고 걷는 길은 충분하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내가 말을 탄 것은 말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는 가급적 말이나 낙타를 타지 않을 생각이다.

 

 

 

 

 

 

 

 

 

 

 

 

 

 

 

 

 

 

 

 

 

 

 

 

 

 

 

 

 

 

 

 

 

 

 

 

 

 

 

 

 

앞에 첫 말만 마부가 고삐를 잡고 나머지 네 말은 각기 탄 사람이 고삐를 잡았다. 말을 타고 바라보는 풍광은 너무도 좋았지만 말 위에서 사진을 찍기는 쉽지 않았다. 말이 움직이니까 사진기를 두 손으로 잡을 수가 없어서였다. 그렇다고 망원렌즈에 그립까지 장착한 사진기를 한 손으로 들고 찍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참을 타고 가다보니 양쪽 무릎이 정신없이 아팠다. 시계를 보기도 어려워서 얼마나 갔는지 잘 모르는데 내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반환점을 조금 남겨 둔 자리에서 말을 쉬게하고 내리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나더러 거기 따라오는 오토바이를 타고 반환점에 가 있으라고 해서 그리로 갔다. 다른 게 문제가 된 것은 아니고 양쪽 무릎이 아팠던 거였다.  발이 다른 사람보다 길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등자에 발을 얹으면 자연스레 무릎이 구부러지는데 내가 발이 등자에서 빠질까봐 힘을 너무 줘서 무릎에 통증이 온 거였다.

 

내가 가서 잠시 기다린 동안에 일행이 와서 거기서 물을 마시고는 다시 말에 탔다. 나더러 정 불편하면 오토바이를 타고 가라고 하는데 그게 또 20위안이라고 했다. 나는 공짜라면 모르지만 그렇게 이중으로 돈을 낼 생각이 없었으므로 그냥 말을 타고 가겠다고 했다.

 

 

 

 

 

 

 

 

 

 

 

 

 말이 반환하는 곳이 야생오리가 산다는 작은 호수였다. 마침 호수 건너편에 말들이 놀고 있어서 사진을 좀 찍고는 말을 탔다. 말이 집으로 갈 때는 무척 빨라진다고 주의를 단단히 줬지만 그러지도 않았다. 다만 내가 탄 말이 중간에 주저 앉아 옆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나도 말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 그렇다고 다친 것은 아니다.

 

 돌아오는 길은 갈 때보다 수월했다. 이번에는 중경이가 오줌이 마려워서 애를 먹었다. 신음소리를 내면서 오길래 보니까 아래를 손으로 꼭 잡고 있었다. 중간에 내려서 오줌을 누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 엄마도 웃기만 하고 있는데 내가 나설 일이 아닌 것 같아서 그만 두었다.

 

 

 드디어 돌아와서 말에서 내리니 큰 일을 한 것처럼 피곤했다. 얘기를 들으니 코스가 짧은 곳은 탄 로아네 식구들이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거기 마부들은 하루에 오전과 오후로 두 번 일을 하는 게 일반적인데 코스가 짧은 것을 택하면 수입이 줄기 때문에 아주 불친절해진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더러 긴 코스를 타라고 얘기했던 거였다. 아로는 잘 타서 문제가 없었는데 로아가 자꾸 내리겠다고 보채고 우니까 마부들이 역정을 내고 중국말로 욕을 해댄 모양이다. 로아 엄마와 아빠가 중국말을 웬만큼 아는 사람들이라 그 욕설을 듣고 기분이 좋았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하고 끝난 줄 알았더니 다시 버스를 타고 장군포자로 갔다. 강희제 때 그 사위였던 거얼단과 전투를 벌인 곳이 여기였고 여기서 전쟁에 패해 사로 잡힌 사위인 거얼단을 참수했다고 한다. 딸을 억지로 시집을 보냈고, 그 딸이 죽으려는 심정으로 시집을 가서는 남자가 하도 잘 해주어 정을 붙이고 살았는데 전쟁을 벌여 사위를 죽인 거였다.

 

 그런 전설이 있는 현장에 갔는데 바로 그 장군포자가 호수 앞이고 그 호수 가에 있는 산이 홍산(울란부퉁)이었다. 해가 다 저물어 파장인 곳인데 주차장에서 내려 마차를 타고 호숫가로 갔다. 거기서 몽골복장으로 가라 입고서 사진을 찍었다. 몸도 마음도 피곤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거기서 돌아와 저녁을 먹고는 오늘 밤은 술을 마시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게 현지 시간으로 열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방에 애어컨이 없어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밤이 되니 기온이 내려가서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자야 했다.푹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