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8. 17:34ㆍ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사진은 관심이고, 만남이며, 사랑입니다
아침 출근 길에 집에서 나와 홍제천을 따라 45분 정도씩 걷습니다.
30년을 한 동네에서 산 셈인데 이렇게 걷기 시작한 건 올 여름부터입니다. 그 전에는 늘 버스를 타고 다녔고 집으로 올 때에 30분 정도 걸었는데 아침에 버스를 늦게 탈 생각으로 걷다보니 아주 좋습니다.
하기는 혼제천변을 정비하고 사람들이 운동할 수 있게 만든 건 10년 정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전에도 걸을 수는 있었지만 냄새가 심하고 물이 썩어서 영 안 좋았는데 지금은 말끔히 정비가 되서 물고기도 많아지고 특히 오리가 사철 머무는 냇물이 되었습니다.
며칠 전에 보니까 예전에 제가 얘기했던 모스커비 기러기가 돌아다니고 있는데 그 주변에 새끼로 보이는 병아리만한 것들이 서너 마리가 있어서 조금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번식기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보니 정말 그 기러기가 새끼를 데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보고 계신 어르신께 여쭈었더니 기러기가 한 마리라 새끼를 가질 수가 없는데 아마도 오리와 관계를 가진 거 같다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당신이 아는 분에게 기러기 숫놈을 한 마리 얻어다가 같이 지내게 하렸는데 집에서 기르는 게 아니면 줄 수가 없다고 해서 못 얻어왔다고 하십니다.
또한 냇물에 봄에 깐 기러기가 일곱마리가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오늘 일찍 퇴근하면서 다시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어미와 어린 것들은 보이지 않고 봄에 깠다는 제법 큰 기러기들이 몇 마리 있습니다.
어미와는 달리 머기 부분이 희지가 않는데 오리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서 금방 알 수가 있었습니다. 맨 위에 보이는 새끼 중에는 흰색이 섞인 게 있던데 저게 다 자랄 지는 장담할 수가 없는 것이 고양이들이 잡아먹거나 다른 큰 오리 숫놈들이 잡아먹을 수 있다고 해서 입니다.
모스커비 기러기는 고향이 중남미라고 하니까, 저게 그냥 거기서 나아왔을 거 같지는 않고 어느 집에서 기르던 것이 가출한 걸로 보여지는데 저렇게 새끼를 까서 크게 자란다면 홍제천이 그 기러기들의 고향이 될 거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놀란 것 중의 하나는 저런 동물들에 관심을 가진 어르신들이 의외로 많으시다는 거였습니다.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하는데도 가끔 몰래 모이를 거져다 주시고 보이지 않게 동물들을 살피시는 모습이 아주 좋았습니다.
10월 13일에 다시 수정합니다.
기러기 새끼 한 마리는 고양이가 잡아먹은 게 확실합니다. 그리고 오늘 어떤 할머니께서 확인해준 내용에 의하면 올 한 해 동안 세 번 새끼를 부화한게 맞다고 합니다. 병아리 말고 큰 기러기가 있는데 전부 일곱 마리 정도인 거 같습니다. 고양이가 계속 노리고 따라다녀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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