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도 기운 고목에 핀 꽃

2017. 5. 30. 15:36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우리나라에서 '레드 카펫'이라는 영화가 나왔다고 하는데 이 영화를 본 적은 없습니다. 레드 카펫(Red carpet)은 공식 행사에 유명인이나 고관 등의 인사를 환영하기 위해 보행로로 전통적으로 이용되는 것으로, 말 그대로 붉은 융단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종상이나 청룡영화제, 백상예술제 등의 문화 행사에 여자 배우들이 이 레드카펫을 걷는 것을 자주 얘기하고 이 레드카펫을 걷는 배우나 예술인들을 보도하는 뉴스를 가끔 보았는데 이번에 칸 영화제에 특별하게 레드카펫을 걸었던 한 노배우의 얘기가 인상적입니다.


< “기대해주세요. 죽는 날까지 열심히 할랍니다.” 원로배우 변희봉(75) 님이 생애 처음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후 기쁨에 겨워하며 이같이 소감을 전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가 제70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르며 출연배우들과 함께 프랑스 칸을 찾았다. 이 영화는 지난 19일(현지시간) 2300여 석 규모의 뤼미에르극장에서 공식 상영회를 열었다.


 상영 전 틸다 스윈턴, 제이크 질런홀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레드카펫을 걷는 그에게 세계 각국 사진기자들이 플래시 세례를 보냈다. 그는 특유의 온화한 미소로 답하며 여유 있게 극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에게 “외국 사진기자들이 ‘아시아에도 저렇게 멋진 노배우가 있었나’하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고 말하자 “이제 다 저물었는데 ‘뭔가 미래의 문이 열리는 것 아니냐’하는 기대감도 생겼고, 힘과 용기가 불끈 솟아올랐다”며 “배우 생활을 오래 했지만 칸영화제에 온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다. 마치 70도 기운 고목에 꽃이 핀 느낌”이라고 답하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20여 명의 한국 기자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고, 그의 눈이 촉촉이 젖었다.

그는 또 600억 원에 달하는 ‘옥자’의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 넷플릭스와 할리우드 제작사 플랜B에도 감사 인사를 전하려다가 넷플릭스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며 “여러 번 들어도 잘 모르겠다”고 말해 큰 웃음을 자아냈다.>문화일보 보도 중에서


 저는 변희봉 님이 나온 영화를 본 기억은 거의 없지만 드라마에서는 많이 보았습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주인공보다는 조연으로 많이 나왔다는 기억입니다. 75세의 연세이시면 수십 년을 배우 생활로 보넨 것인데 이런 노배우 님에게도 칸 영화제는 가슴 떨리는 무대였다고 하니 많은 배우들이 바라는 바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고목에 꽃이 핀 기분이라는 말을 충분히 이해할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분야에서 묵묵히 일을 하고 있는데 그게 비록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일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에 더 많은 어르신들이 고목에 꽃을 피우는 영광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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