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13. 11:13ㆍ시우의 여행기
17. 08.11. 금, 비 오다가 개고 다시 오락가락
아침에 사방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려 잠을 깨었다.
어제 젖었던 옷들이 대충 말라 있기에 오늘까지 입기로 했다. 오늘 또 비가 올 것인데 옷을 다 갈아 입고 나갔다가는 빨래감만 많이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진기 들고 나갔는데 구름이 잔뜩 낀데다가 빗방울이 흩뿌리고 있어서 사진을 찍을 것이 없었다. 한 바퀴 돌아보니 대부분 옥수수 밭이었다. 차마객잔 안에 사과나무에 사과가 탐스럽게 열린 것이 보여 그거 하나 찍었다. 어제 먹은 닭백숙 국물로 끓인 죽이 아침밥이었다. 맛이 좋아서 나는 세 그릇이나 먹었다. 배불리 먹으면 고산증세가 더 심하다고 들었지만 죽은 많이 먹어도 금방 꺼진다는 생각에 욕심을 낸 거였다.
밥을 먹고는 다시 호도협 트래킹이 시작되었다.
어제 차로 차마객잔까지 오신 분들도 오늘은 전부 다 걷는다고 했다. 그래서 여기 여행 온 처음으로 모두 모인 기념사진을 찍었다. 자동초점, 자동노출이라 누구나 다 찍을 수 있지만 남에게 사진기를 주면 어딘가 부족한 사진이 나오기 때문에 내가 꼭 찍은 뒤에 사진기를 내주었다.
여기 트래킹 코스는 내가 걷기에는 딱 좋았다.
경사진 길을 오르내리는 것이 아니고 계속 옆으로 큰 굴곡이 없어 가는 길이라 어렵지 않게 따라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분들은 다 앞으로 쉽게 나갔지만 나는 주변이 풍광에 눈과 마음이 팔려 사진을 찍느라고 허둥대다가 뒤에 쳐지곤 했는데 이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평균 고도가 3000미터가 넘는 길이다보니 고산 증세가 갑자기 나타나는데 특히 내가 힘들었다. 나는 사진을 찍다가 뒤에 쳐지면 앞 사람들을 따라가기 위해서 빨리 뛰다시피 하느라 갑자기 숨이 가쁘고 다리가 무거운 증세가 나타나곤 했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훨씬 나아서 부담없이 즐기면서 사진을 찍었다.
건너 보이는 옥룡설산의 모습이 달라지지 않는데 왜 같은 것을 계속 찍느냐고 묻기도 하겠지만 산의 모습은 조금만 벗어나도 다른 모습이고 구름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계속 찍어도 셔터를 누르게 된다.
건너 보이는 산의 모습과 아래로 가끔 보이는 강물, 그리고 높은 산 중턱에 집을 짓고 주변에 발을 일궈 옥수수를 심어 가꾸는 사람들의 생활이 자꾸 셔터를 누르게 했다. 지금은 길이 닦여지고 차나 경운기를 이용해서 오르내리니까 예전보다야 훨씬 낫겠지만 이렇게 높은 산 중턱에서 삶을 영위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만에 비가 오지 않는 것이 아주 다행이었다.
비가 오면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데 비가 오지 않으니까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가질 수 있고 그래서 사진을 더 많이 찍을 수 있었던 거였다.
비록 산 중턱의 높은 길이지만 오르락 내리락이 아닌 옆으로 가는 길이라 힘도 덜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더 여유가 있었다. 사람을 찍는 사진은 무척 조심스러운 것이 잘 나와야 본전이고 그렇지 않으면 원망을 듣게 되기 때문이다.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이 나오지 않으면 좋아하지 않을 것이 당연한데 괜히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해놓고는 찍힌 사람이 기분 나쁘게 되면 부담스럽기 때문에 나는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내가 먼저 사진을 찍어 주겠다는 말은 꺼내지 않는 편이다.
이 코스를 걸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찍은 얼굴바위를 보았다.
그런데 바로 그 앞에 전신주와 전깃줄이 있어서 영 아니었다. 시간이 있으면 전주와 전깃줄을 지울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는 게 더 나은 것은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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