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7. 20:16ㆍ시우의 여행기
17. 08. 10. 목, 종일 비가 오락가락 함
오늘도 아침 일곱 시에 출발했다.
빵으로 아침을 때운 것이다. 그리고 빵차를 타고 차우토우까지 두 시간이 걸린다고 했는데 출발을 할 때부터 비가 내렸다. 나는 정말 비가 싫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여행 중에는 사진기 때문에 더더욱 싫었다.
우리가 탄 차의 기사 아저씨는 무척 소심한 사람이었다. 다른 두 차가 잽싸게 빠져 나가서 멀리 사라졌는데도 앞의 대형 트럭을 추월하지 못해서 계속 서행을 했다. 그런데 그 대형 트럭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차가 아니었다. 2차선 도로의 가운데로 달리다시피 하는데도 양쪽 가로수가 차에 걸리어 보는 사람들이 아슬아슬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차우토우는 호도협 트래킹의 출발지라고 했다.
거기 터미널은 정말 놀랄만큼 컸는데 우리 차는 거기로 들어가지 않고 길에다가 우릴 내려 놓았다. 우리 팀의 일부는 차를 타고 차마객잔으로 간다고 하고 우리의 큰 짐은 전부 차에 실려 차마객잔으로 갔고 우리는 한 차에 200위안의 차비를 지불하고 내려서는 호도협 입장료로 65위안을 내고 표를 끊었다.
우리가 내린 곳에서 바로 트래킹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는데 우리는 동네를 벗어나는 곳까지 차를 타고 갔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바로 오르막길이 심해서 난감했다. 긴팔 티를 입었는데 비가 계속 내려 서울 다이소에서 800원 주고 산 비닐 우의를 꺼내 입었는데 그런 우의는 나 밖에 없었다. 사진기 가방도 방수 커버를 씌우고 렌즈는 18-55와 70-300 두 개만 조끼 주머니에 넣고 시작했다.
호사가들이 호도협 트래킹을 세계 3대 트래킹 코스라고 한다는데 그게 정확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길을 시작해보니 절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님은 분명했다. 발 아래 쳐다보면 한참 내려다 보이는 곳에 강물이 흐르고 있고 위로는 한참 더 높았다.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지금 이 트래킹을 하는 길을 콘크리트 포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래킹 코스라고 하면, 사람의 손이 덜 닿은 것을 자랑해야 하는데 무슨 생각에서인지 지금 트래킹을 하는 길을 시멘트와 돌로 포장을 하고 있었다. 비가 오면 길이 흙길이라 흙이 달라 붙고 미끄럽고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런 길을 포장해 놓는다면 걷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를 가면 말을 타고 가라고 호객하는 현지인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비가 와서인지 그리 많지는 않았다. 우리 팀의 두 분이 말을 타고 시작을 했는데 말의 크기가 작고 또 비가 와 길이 미끄러워 더 위험한 것 같았다고 했다. 그리고 말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는 더 타고 갈 수가 없어 중간에 돈을 주고 내렸다고 했다.
내가 뒤에 처져서 혼자 가는 것을 보고는 말을 모는 아줌마가 나더러 사진기 가방을 달라고 계속 말을 붙였다. 무슨 말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가방을 가리키고 자신의 몸을 가리키는 것을 보니 자기가 들어다 준다고 얘기하는 게 틀림없을 거였다. 거기에 비록 사진기가 들어 있지는 않지만 내가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들이 들어 있는데 어떻게 그것을 선뜻 내주겠는가?
그런데 더 걸작은 그 가방을 들어주는 댓가가 40위안이나 된다는 거였다. 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는데 말 위에 있던 분이 어렵게 말을 알아듣고는 나에게 권하지 않았던 거였다.
우리가 걷고 있는 산은 합파설산이고 건너 편에 보이는 산은 옥룡설산이라고 했다.
사실 어디에 눈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설산이라는 이름이 운남성에 다섯 개나 있다고 한다. 산 위에서 건너 편을 바라다보니 무슨 터널을 뚫고 있는지 산 높은 곳에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길을 닦아 놓고 산에 구멍을 내고 있었다. 대체 무슨 공사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그런 터무니없는 공사를 하는 중국 사람들이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갈음도 빠르고 짐도 가벼워서인지 다들 나보다 많이 앞서서 갔다.
길은 한 줄기여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나는 천천히 걸었다. 그러면서 고산에서 자라는 들꽃도 찍고 사방을 둘러보면서 오랜만에 여유있게 걸었다. 걸 건너 편에 보이는 칼로 그은 줄 같은 길이 차마고도 트래킹 코스라고 한다 빤히 건너다 보이지만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려면 아래로 내려가서 다시 올라가야 꽤 많은 시간과 힘이 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길을 게속 걸어가니 다시 아래로 마을이 나타났다. 그 마을이 있는 곳에 있다는 나시객잔이 우리가 점심을 먹을 곳이라고 들었었다. 다른 분들은 다 먼저 갔고 나와 같이 방을 쓰는 김실장 님만이 나를 염려해서 빨리 가지 않고 천천히 걸으면서 나를 기다리고 안내해준 셈이다. 참으로 고맙다.
이 마을에 들어서면서 땅 바닥에 표시된 안내 표지를 찾아 드디어 나시객잔에 들어섰다.
두 아이가 문 앞에서 놀고 있는 저 집이 나시객잔이었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여기를 많이 이용하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호도협을 트래킹할 때는 반드시 들르는 객잔으로 얘기가 나온다. 여기서 점심을 먹고 계속 간다는 것이다. 내가 들어갔더니 다들 이미 식사가 끝나갔고 나와 김 실장님을 위해서 볶음밥이 시켜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를 들르면 옥수수 말리는 것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던데 나는 비를 맞은 장미꽃이 더 아름다워 보여서 장미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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