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4. 20:48ㆍ시우의 여행기
17. 08. 09.수, 비 오고 개고 또 오고 흐림
운삼평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서 다시 전기차를 타고 간 곳은 남월곡입니다.
옥룡설산에서 만년설이 녹은 물이 흘러내리며 만든 계곡이라고 하는데 상당히 조잡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빛이 에메랄드색이라고 하는데 그게 남(藍) 즉 쪽빛이라는 것이고, 그 쪽빛 물에 초승달 모양의 산골짜기가 비춰보이는 모습이 '푸른 달이 박혀 있는 듯하다'고 해서 '남월곡(藍月谷)'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백수하(白水河)'라고도 했다고 합니다.
저는 상당히 기대를 하고 갔는데 물빛이 약간 옥빛인 것은 그런가보다 했지만 물의 양도 얼마 안 되고 그게 아래로 내려오면서는 주변에 인공으로 조잡한 시설을 만들어 놓은 것이 눈에 거슬렸습니다.
물이 내려오다가 큰 소를 이룬 곳이 몇 군데 있다고 하는데 그게 말처럼 대단한 느낌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거기다가 중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은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을 찍기에 바빴습니다. 사람이 많다보니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겨를도 없고 사람에 떠밀려 계속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도록 전기차가 계속 내려오는데 사람들은 그 차를 타기 보다는 물가를 따라 걷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계속 아래로 움직이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만 사람이 많다보니 사진에서 봤던 그런 고즈넉한 호수는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물빛이 옥빛이 아니라 석회수 같기도 합니다.
자연 그대로 두었더라면 차라리 나았을 것을, 사람들이 손을 대서 영 아닌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환경단체가 가만 있지 않았을 것 같은데 중국은 그런 단체가 존재하지 않나 봅니다. 터키의 파묵칼레나 중국의 황룡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모습을 본 떠 만들어 놓은 것들이 조잡하기도 하지만 인조물이기 때문에 자연을 훼손했다는 생각 밖에는 안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보고 감동하는 중국 사람들을 보면 모든 게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사람이 손을 댄 것도 잊혀지게 될 것이고 그런 시절이 되면 그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바뀌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쪽빛 물은 아니더라도 약간은 색을 띄고 있는 물이 다른 지역에서온 관광객들에게 감흥을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곳을 가지고 파묵칼레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밀려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는데 다시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언제 시간이 그렇게 갔는지 저녁 때가 다 되었습니다.
거기서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우리가 아침에 빵차를 타고 내렸던 빙천공원에 가는 케이블카를 타던 곳으로 갔습니다.
오늘 하루는 전부 옥룡설산과 그 부근에서 보낸 셈입니다. 군데군데 야생화가 군락으로 자라고 있는 초원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지 못해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빨리 숙소로 돌아가서 저녁을 먹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들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포토존이 있어 우리더러 내려 사진을 찍으라고 했지만 아무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다들 지쳤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빵차를 운전하고 다닌 분은 두 분이 다 여자였습니다. 오늘 빵차 차비는 300위안이라 인당 50위안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오늘 저녁은 한식(韓食)이라고 했는데 리장에 있는 유명한 한식당인 '벚꽃카페'가 아닌 '독도 식당'에 가서 삼겹살과 소주로 먹었습니다. 소주 한 병이 40위안이었는데 사실 아주 비싼 편은 아니지만 중국 고량주가 훨씬 더 저렴해서 갈등이 많았습니다.
옥룡설산 트래킹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옥룡설산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필수코스로 생각하는 것이 장예모 감독이 연출했다는 '인상 리장'공연을 보는 것인데 저는 그 공연을 티비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안 보는 걸로 했고 저 때문에 다들 보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거기 까지 갔는데 돈 아낀다고 공연을 안 보았느냐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도 알아듣지 못하면서 그것을 보고 이해하는 것처럼 폼 잡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젠 그 공연도 시들해졌는지 리장에서 광고하는 것은 '천년고정(千年古情) 리장'인가 하는 건데 그것도 보지 않았습니다. 그저 등장 인물들 옷차림이나 보다가 나올 공연에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것은 권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시우의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 중국 운남성 여행14, 호도협 트래킹2 (0) | 2017.09.12 |
---|---|
17, 중국 운남성 여행13. 호도협 트래킹1 (0) | 2017.09.07 |
17. 중국 운남성 여행11, 리장3. 옥룡설산(玉龍雪山) (0) | 2017.09.03 |
17. 중국 운남성 여행10. 리장2, 리장 고성2 (0) | 2017.09.01 |
17, 중국 운남성 여행9, 리장, 리장 고성 (0) | 2017.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