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12. 20:17ㆍ시우의 여행기
17. 08. 10. 목, 종일 비가 오락가락 함
점심을 먹고 출발할 때만 해도 비가 잠끈 긋는 듯했는데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길을 나서자마자 오르막길이라 다시 당황스러웠는데 조금 가면 옆으로 가겠지 하는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된 것은 잠시 뒤였다. 나시객잔에서 차마객잔 사이에 소위 '28밴드'라고 엄청 힘든 오르막길이 있다는 말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게 마지막 부분에 있는 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정말 힘들게 올라가던 길이 그 '28밴드'였던 것이다.
내가 가는 방향과 반대에서 온 사람들이 올린 글을 보고 판단을 잘못했다는 것을 그 길을 다 올라간 뒤에 알게 되었다. 지그재그로 계속 오르막길이 되길래 28밴드가 힘들다고 하더니 여기도 만만치 않은 것을 보니 거기는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고 걷던 중에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학생을 하나 만났다.
서로 인사를 했는데 우리나라 말을 써서 깜짝 놀라 물었더니 대전에서 가족과 함께 온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었다.
올 가을에 대학에 복학한다고 했는데 나더러 조금만 더 올라가면 곧 평평한 길이 나온다고 힘을 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28밴드'를 물었더니 잘 모른다고 하면서 지금 내가 올라가는 길이 가장 험한 곳이라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서 생각하니 내가 지금 걷는 곳이 28밴드였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다시 힘이 나서 계속 올라갔다. 28밴드가 끝나는 등성이를 하나 넘어서니 정말 경치가 볼만했다.
사람들이 '호도협 트래킹'을 왜 말을 많이 하나 했더니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곳의 풍광이 뛰어나서였던 것 같다. 발 아래로는 까마득한 절벽같은 비탈이고 위로는 또 다른 높이의 험준한 산이 나를 굽어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벌써 멀리 가서 보이지 않았지만 내 얼마 앞에는 김 실장님이 나를 걱정해서 멀리 떨어지지 않고 천천히 가고 있었다. 그리고 금숙 씨도 같이 동행을 해주어서 비록 비가 오는 산길이라 해도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비가 계속 흩뿌리고 있어서 렌즈가 걱정이었다. 사진기는 이런 정도의 비는 방수가 되기 때문에 걱정이 되지 않지만 렌즈는 방수가 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복숭아를 싸가지고 왔던 비닐 봉투를 렌즈 위에 씌우고 사진을 찍을 때는 잠깐 걷고 찍고 다시 씌우고를 반복했다. 그렇게만 해도 렌즈 보호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세 시간 정도 걸리면 도착한다고 했는데 나는 사진을 찍는데 시간이 소비가 되어 남들보다 30분 정도 늦었던 것 같다.
만약 비가 안 오고 구름이 없었다면 사진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지만 구름이 계속 몰려 왔다가 몰려 가는 것이 사진을 더 분위기있게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이다.
차마객잔이 있는 곳에 가니 거기 작은 마을이었다. 벌써 도착한 분들은 씻고 나와서 시원한 맥주로 피로를 풀고 있었는데 우리가 도착하자 바로 불러서 우리는 씻을 새도 없이 그 자리에 합류해서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추겼다.
나는 맥주를 잘 마시지 않는 편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밥을 먹는 자리에서 한두 잔은 거의 마신 것 같다.
통풍 때문에 맥주를 멀리하는데 권할 때마다 그 얘기를 할 수가 없어서 조금씩 마실 수밖에 없었다. 짐을 정비하기 위해서 방으로 갔더니 침대 위에 전기장판이 있어 금방 따뜻해져서 좋았다.
젖은 옷을 벗어 말리고 사진기와 렌즈를 닦고 습기 제거를 위해 전부 늘어 놓으니 정신이 없었다.
밖에서는 계속 술자리가 이어져 대중가요가 흘러 나왔지만 나는 너무 피곤하고 힘이 빠져 한 쪽에 쪼그리고 누웠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잠결에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냥 나가지 않고 더 잤다.
문을 두드려 깨워서 보니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잠결에 슬리퍼를 끌고 나가다가 바닥에 크게 넘어졌는데 다행히도 뼈는 다치지 않았다. 크게 놀라서 그 뒤로는 슬리퍼 신고 다니는 일은 하지 않았다.곁에서 본 사람들이 다들 걱정했는데 별 이상이 없었다. 저녁은 오골계 백숙이었다. 닭이 우리나라 오리보다 크다는 생각이 들만큼 커서 퍽퍽했다. 그래도 다들 맛있게 먹었고 술도 좀 마셨다.
나는 저녁을 먹고 다시 들어가서 누웠는데 불러서 나갔더니 김 실장님과 울산 식구들이 한 잔 더 하자고 옥상으로 오라고 했다. 거기 가서 두어 시간을 함께 하며 맥주를 마시고 노래도 부르다가 들어왔다. 차마객잔 옥상에서 보는 별이 일품이라고 했지만 구름이 가득 낀 하늘은 별을 보여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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