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발칸 반도 여행(2020. 02. 14 ~ 02. 22)

2020. 11. 15. 18:00시우의 여행기

20. 02. 15. 토. 맑음.
블레드 호수, 블레드성, 류블랴나, 포스토이나 동굴

서울과 시차가 여덟 시간이나 되서 그거 적응하기가 시간이 걸릴 거라고 얘기들 하는데 나는 좀 둔한 편이라 잘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다섯 시에 모닝콜을 해준다고 했는데 나는 네 시 18분에 눈을 떴다. 먼저 씻고 기도하는데 다섯 시가 되어 춘식 선생의 알람이 울리고 이어 모닝콜이 왔다. 기도를 30분 정도 한 뒤에 춘식 선생과 둘이 사진기를 챙겨서 밖에 나갔는데 밖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아 동네를 조금 걷다가 들어왔다.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이 있는 곳이 피란 중심가인 것 같았다. 광장이 있고 무슨 동상이 여기 저기 서 있었다. 날은 좋은데 바람이 꽤 차가웠다.
여섯 시부터 식사가 된다고 해서 시간에 맞춰 아침 식사를 푸짐하게 했다. 빵이 여러 종류가 있고 치즈와 햄, 야채, 요구르트 등 먹을거리가 많았다. 날마다 이렇게 나온다면 다들 걱정할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곱 시에 출발한다고 해서 옷 챙겨 입고 캐리어 들고 나왔다.
일곱 시에 출발해서 35쯤 블레드 호수에 도착했는데 가는 도중에 가이드 엘비스 주가 영화음악 편집한 것을 들려줘서 다들 놀랐다. 다들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가이드를 만났지만 이번에 만난 엘비스 주는 지금까지 다녔던 패키지여행의 가이드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거였다. 차분한 목소리로 영화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음악을 보내줘서 다들 좋아했다. 오늘서야 살펴보니 우리 팀에 초등학교 6년생인 승준이와 고 1년이 되는 채윤이 빼고는 다들 30대 이상은 될 것 같았다. 여행객 26명 중에 우리가 13명이니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거였다.
숙소에서 출발하여 30여 분 지난 뒤에 블레드 호수에 도착했다.
블레드 여행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블레드 호수는 율리안 알프스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호수라고 한다. 이 호수를 ‘알프스의 눈동자’라고 얘기한다고 들었다. 짙은 옥색을 띄고 있는 호수는 바닥이 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아름다웠다. 호주 주변으로는 율리안 알프스의 설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 호수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다른 해 같으면 눈이 많이 와서 더욱 좋았다고 하는데 올 해는 여기도 눈이 많이 오지 않아서 조금 아쉬운 모습이었다.
이 호수는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있는 블레드 성과 호수 한 가운데 있는 블레드 섬으로 인해 그 아름다움이 훨씬 커진 곳이라고 한다. 호수 안에 있는 섬과 호수를 끼고 있는 작은 성은 여행객의 의사에 따라 ‘선택 관광’이라고 하는데 전원이 다 신청을 해서 기분이 좋아진 가이드가 오늘 섬 안의 카페에서 커피를 낸다고 했다.

 


호수 가에서 '플레트나'라는 나룻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데 노를 젓는 배로 총 23대가 영업 중이라고 했다. 이 배의 숫자는 아주 오랜 시간 정해져서 더 늘릴 수가 없다고 했다. 관광객이 많을 때는 배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우리 외에 다른 두 팀 정도밖에 없어 한가했다.

 

 

우리는 35분에 호숫가에 도착했고 40분에 배를 타고 45분에 섬에 도착했다. 성 안에 있는 작은 성당은 여덟 시가 되어야 문을 연다고 해서 나는 섬 안을 돌면서 사진을 찍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뒤에 성당 안에 잠깐 들어갔다가 나와서 사진을 찍고는 내려와서 다시 배를 타고 호수가로 나왔다. 배 안에서 사진을 여러 컷 찍었는데 배가 흔들려 초점이 제대로 맞는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다.

 

 

 

55분에 다시 버스를 타고 성으로 올라갔다. 아홉 시 10분에 성에 도착해서 올라갔다 블레드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율리안 알프스의 절벽 위에 세워져 있는 이 성은 1400년대 독일 황제 헨리크 2세가 주교인 알부인에게 이 지역의 땅을 선물하면서 곧 성이 지어졌다고 한다. 물론 지금의 모습은 그 당시의 모습이 아니라18세기에 들어서 갖추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 성에 올라야 아름다운 블레드 호수와 섬, 그리고 알프스 산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고 했다.

성 내부에는 16세기에 만들어진 예배당이 있는데, 희미하지만 그 당시의 벽화라고 했다. 그리고 예배당 옆에는 블레드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전시한 전시관이 있어 가봤는데 별스럽지는 않았다. 특이한 유물도 없었고 종류도 몇 개 없어서 바로 나왔다.
성 위에서 호수를 내려다보니 호수 안에 조정 경기를 할 때 타는 보트가 서너 척 움직이고 있었다. 그걸 사진에 담고 다시 호수 밖을 보니 매우 아름다운 마을이 동화처럼 퍼져 있었다. 우리 동양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교회의 첨탑도 보이고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보기에 참 좋았다. 나는 거기서 용범 선생 폰을 빌려 집사람과 통화했다.

 

 

 

아홉 시 45분에 버스를 타고 출발하여 슬로베니아의 수도인 류블레나에 10시 50분에 도착했다. 현지에서 가이드 일을 하는 한국인 대학생이 나와서 우리를 프레셰션 광장으로 안내를 했다. 이어폰을 낄 수 있는 충전기를 지급하고 이어폰을 낀 상태로 안내를 받았는데 나는 그걸 캐리어에 넣었는지 없어서 엘비스에게 빌려서 썼다.


여행객들이 많을 때는 가이드들의 안내가 상당한 소음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어폰을 이용한 안내를 하는 모양이다. 우리는 가이드를 따라 류블레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산 정상으로 후니쿨라를 타고 올라갔다. 거기서는 류블레나 시내가 한 눈에 보였다. 위에서 조망하고 사진을 찍은 뒤에 다시 내려와 재래시장에 들렀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과일도 많지 않았고 살 것도 별로 없었다. 거기서 딸기를 조금 사고 사과즙을 세 병을 산 뒤에 우리는 시내로 들어가다가 노천카페에서 쉬었다.


화진 선생 자매가 '핫 와인'을 마실 곳을 찾아간다고 했는데 대부분 카페에서 그것을 팔고 있었다. 우리도 시켜서 마셔보니 가격은 저렴했고 맛은 무슨 한방 차를 마시는 것 같았다. 알콜 도수가 높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사람들은 낮에 대부분 밖에 나와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일상의 일인 것처럼 보였다. 커피가 1유로, 핫 와인이 2유로 정도라고 하니 저렴한 가격으로 시간을 보내는 게 괜찮을 것도 같았다.

 

12시 45분에 다들 다시 프레셰션 광장에서 만나 이동하여 '오감'이라는 한식당에서 '제육볶음'으로 점심을 먹었다. 상추가 나왔는데 마늘이 없어서 어색했다. 현지 가이드와 헤어지고 우리는 13시 45분에 출발하여 14시 30분에 포스토이나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포스토이나 동굴은 블레드호수와 함께 슬로베니아의 대표적 관광지라고 했다. 15시에 동굴로 들어갔는데 그 규모가 정말 대단했다. 말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동굴이라고 했는데 24km 길이 중에 일반인에게 개방이 되는 것은 5km 정도라고 했다. 그것도 작은 레일카를 타고 한참 들어가서 보고 다시 그걸 타고 나오는 방식이었다.
동굴 안에 종유석과 석순, 그리고 석주가 엄청난 규모로 있어서 놀랐고 입구 쪽에서 한참은 그것들이 불에 그을려 검게 변한 모습이라 안타까웠다. 예전엔 석탄이나 나무를 태우는 방식으로 레일카를 움직였기 때문에 그때 나온 연기로 그을렸다고 한다. 한 시간 반 정도 관람하고 나와 16시 45분에 거기서 출발했다.



포스토이나 동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프레야마성 입구까지 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준다고 그리로 갔다. 17시에 도착하고 보니 산 그림자에 가려 빛이 부족해서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다, 내 사진기는 그랬지만 다른 사람들은 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 성 안에도 동굴이 있다고 들었는데 입장료가 꽤 비싸고 또 숙소로 가야해서 그냥 사진 몇 컷 찍고서 돌아 나왔다.


여기서 매우 아쉬운 부분이 바로 이 프레야마성에 들어가지 못한 일이다. 입장료가 비싼 것도 문제였지만 날이 너무 어두워져서 그랬던 것 같다. 무슨 ‘흑기사’인가 하는 드라마에 나온 곳이라고 하는데 그것 보다는 이곳을 만든 사람의 슬픈 전설과 이 성 안에 동굴을 이용하여 거처를 만들어 놓은 것이 볼거리라고 했다. 특히 한국인에게는 한국어로 설명이 되는 기기를 대여해준다고 했는데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가서 그냥 지나쳐 온 것이 못내 아쉽다.
17시 20분에 출발해서 18시 20분에 도착한 곳은 포르토르즈의 아드리아호텔이었다. 호텔로 가는 내내 우리 앞산에 노을이 아주 아름다웠다. 조금만 더 가면 사진을 찍을 수가 있을 것 같아 기대를 했지만 결국 끝내 그 노을을 보면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내가 어려서 보고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노을이어서 무척 아쉬웠다.
19시부터 호텔 뷔페로 저녁 식사를 했는데 어디 초등학교 축구선수들인지 아이들 수십 명이 저녁을 먹고 있어 무척 시끄럽고 혼잡했다. 샐러드 한 접시와 치즈 두 조각 돼지고기 베이컨으로 가볍게 저녁을 먹었다. 입맛에 당기는 대로 먹다가는 체중이 엄청 늘어날 것이라는 자각을 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여덟 시에 모여 저녁 파티를 했다. 오늘은 와인과 소주로 즐거운 시간 갖고 아홉 시 반에 자리를 파한 뒤에 방으로 와서 씻고 열 시 반에 잠자리에 들었다.